<p>나무 의자</p><p> </p><p>망자를 기억하며</p><p>숲 길 모퉁이 고즈넉한 곳</p><p>지나는 사람 발걸음 위로하며  </p><p>떠난 사람 이름 써넣은</p><p>나무 의자 놓여있다</p><p>꽂아 놓은 조화는 을씨년스럽고</p><p>애처러워</p><p>다니는 사람 마음 훔쳐간다</p><p>사랑하는 이 떠나 보내지 못한 채</p><p>품에 보듬어 안고 이랑을 지었나 보다</p><p> </p><p>마주하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p><p>안간힘으로 도망쳤을까?</p><p>죽음을 순하게 받아 들이는</p><p>기백 보였을까?</p><p> </p><p>모두가 알고 있지만  </p><p>말하지 않은 채</p><p>침묵으로 견디며</p><p>한 길로 나 있는 신작로  </p><p>뚜벅뚜벅 걸어간다</p><p>다 달아야 할 항구는 한 곳인데</p><p>제각기 다른 항로 경유하여</p><p>굴곡진 시간 가까스로 뒹굴며</p><p>색깔 다른 만남</p><p>연거푸 뽑아 들고</p><p>삶은 멈추지 않아</p><p>스치듯 지나만 간다</p><p>그렇게 짧은 길 진작 알았더라면   </p><p>아우성치지 말 것을</p><p>기억은 고분고분하지 않지만</p><p>선홍색이다</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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