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담배 가득 실은
세렉스 화물차량이
낡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덜커덩거리며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늘 분주하며 역 앞에 살던
동창생이라 하던 키 큰 가시내의
희미한 이름만큼 지워져 버린 삶들
옥수수 한 자루 아들딸들에게 보내기 위해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도 없다
열두 평 남짓한 대합실
나무 의자에 앉아
강릉 묵호를 가기 위해 기다리던
고기장수 아주머니의 검은 손등이
왠지 그리운 것은
철거된 연탄 난로 푸른빛이
대합실을 가득 메우다가
꺼지지 않고 남아서 그럴까
찾는 사람은 없는데
역장의 마음같이
길은 넓어져 갓길에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봉성역 : 경북 봉화군에 있는 영동선 간이역
[시집 "간이역" 중에서]
-작가 약력-
1957년 경북 봉화에서 출생하여
2004년 문학세계에
詩 고목외 3편을 발표하여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인협회 봉화지부 회원이며
현재 영주경찰서에 일하고 있고
2007년 첫 시집 [간이역]을 펴 냈다
이 시의 장점은 진솔하고 전형적인 관념의 극화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고단함이나 진지함, 살아가는 일의 꾸준하고도 덧없음,
항상 되풀이되는 관습적인 시간들의 전개와 굴레 따위에 대하여
먼저 차분히 읽는 이의 마음을 정돈하게 해 주지요.
일찍이 한국문학사에는 기차와 역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읽었던 그 어떤 시작품보다도 더욱 강렬하고 눅진한
분위기를 이 시는 전달하고 환기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