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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221)제98회 -1
우리 국구는 군주 경영을 선봉으로 삼아 먼저 보내고, 자신은 대군을 거느리고 뒤따라가기로 하였다.
경영은 꽃다운 나이 16세였으며, 용모도 꽃처럼 아름다운 처녀였다.
경영은 원래 우리의 친딸이 아니었다.
그녀의 친아버지 이름은 구신이며, 조상 때부터 분양부 개휴현의 면상이란 곳에 살았다.
그곳은 춘추시대에 진문공이 개자추를 찾으러 왔다가, 그가 죽자 사당을 세운 곳이었다.
구신은 가산이 제법 있었으나, 나이 50이 되도록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리고 아내마저 죽자, 평요현 송유열의 딸을 후처로 맞이하여 경영을 낳았다.
경영이 열 살 때 송유열이 죽어, 송씨는 남편 구신과 함께 부친상을 치르러 가게 되었다. 평요현은 개휴현과 거리가 70여 리 떨어져 있었다.
송씨는 갑작스레 먼 길을 떠나게 되어, 경영을 집에 남겨두고 집사인 섭청 부부에게 잘 보살피라고 분부하였다.
그런데 송씨와 남편 구신이 도중에 강도를 만나, 구신은 죽고 송씨는 납치를 당했다.
도망쳐 온 장객들이 섭청에게 알렸다.
섭청은 비록 집사 였지만, 의기가 있고 창봉을 잘 다루었다. 그 아내 안씨도 성실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섭청은 구씨 친족들에게 그 일을 알리고 관아에도 보고하여, 강도들을 체포하고 주인의 시신을 장례 지냈다.
구씨 친족들은 양자를 세워 가업을 계승하게 하고, 섭청 부부에게 경영을 맡아 돌보게 하였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전호가 반란을 일으켜 위승을 점거하고, 우리를 계휴현 면상으로 보내 재물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붙잡아오게 하였다.
그때 구씨의 양자는 병사들에게 살해당하고, 섭청 부부는 경영과 함께 붙잡혀 갔다.
우리는 자식이 없었는데, 경영의 용모가 깨끗하고 빼어난 것을 보고 아내 예씨에게 데리고 갔다.
자식을 낳지 못했던 예씨는 경영을 보자마자 사랑하게 되어 친딸처럼 여기며 보살펴 주었다.
경영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영리하여,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아무리 둘러보아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경영은 예씨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보고, 예씨에게 말해 섭청의 아내 안씨를 데려오게 하였다. 그리하여 안씨는 경영의 곁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고 보살펴 주었다.
섭청은 붙잡혀 올 때에는 탈출하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아내가 경영과 함께 살게 되자 다시 생각했다.
경영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주인의 유일한 혈육이다. 만약 내가 가버리면, 그녀의 생사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 아내가 경영과 함께 있게 되었으니, 만약 기회가 온다면 함께 환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주인께서는 구천에 계시더라도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것이다.
섭청은 우리에게 순종했고,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안씨를 섭청에게 돌려주었다.
그때부터 안씨는 우리의 집을 출입하면서 경영에게 소식을 전해 주었다.
우리는 전호에게 아뢰어 섭청을 총관으로 봉했다.
섭청은 우리의 명을 받아 석실산으로 나무와 돌을 캐러 간 적이 있었다.
군사 하나가 산언덕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아름다운 돌이 하나 있는데, 눈처럼 새하얗고 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그 돌을 캐려고 했는데, 갑자기 벼락이 쳐서 돌을 캐던 사람들이 놀라 자빠졌다가 한참 후에야 깨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손가락을 깨물며 서로 경계하여, 아무도 감히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섭청은 그 말을 듣고 군사와 함께 언덕 아래로 가 보았다.
그때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소리쳤다.
기괴하다! 조금 전엔 분명히 흰 돌이었는데, 어떻게 부인의 시체로 변했을까.
섭청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예전 주인이었던 송씨의 시신이었다.
얼굴은 생시와 똑같은데, 머리가 깨진 것으로 보아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죽은 것 같았다.
섭청이 눈물을 흘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전호 수하에서 말을 길렀던 한 군졸이 송씨가 붙잡혀 끌려오다가 죽게 된 경위를 자세히 얘기해 주었다.
예전에 대왕께서 처음 군사를 일으켰을 때, 개휴현에서 저 여인을 붙잡아 부인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저 여인은 대왕의 뜻을 받아들일 듯하여 포박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언덕 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대왕은 여인이 죽은 것을 보고, 저에게 아래로 내려가서 의복과 장식품을 벗겨 오라고 명하였습니다
저는 저 여인을 말에 태워 주기도 하고 의복을 벗기기도 했기 때문에, 그 얼굴을 잘 압니다. 틀림없이 그 여인입니다. 그런데 이미 3년이 넘게 지났는데, 시신이 어찌 이렇게 생생할까요.섭청은 그 말을 듣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군사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사람은 예전에 내 이웃에 살던 송씨네 딸이다.
섭청이 군사들에게 시신을 흙으로 덮게 하였다.
그런데 흙으로 덮자 다시 흰 돌로 변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탄식하면서 돌을 캐러 갔다.
일을 끝내고 위승으로 돌아온 섭청은, 전호가 구신을 죽이고 송씨를 납치하였으며 송씨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는 것을 안씨를 통해 경영에게 몰래 알려주었다.
경영은 부모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자, 마치 수만 개의 화살이 가슴을 꿰뚫는 것만 같았다. 밤낮으로 소리를 삼키고 눈물을 흘렸으며,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날부터 밤에 잠이 들면 꿈속에 신인이 나타나서 말했다. 네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면 나에게 무예를 배워야 한다.
경영은 총명 하여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꿈에서 배운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방안에서 봉술을 연습했다.
그로부터 날이 갈수록 경영의 무예는 능숙해졌다.선화 4년 겨울 어느 날이었다. 경영이 저녁에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었는데, 문득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나면서 이상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홀연 접힌 두건을 머리에 쓴 선비가 푸른 전포를 입은 젊은 장수를 데리고 와서 경영에게 돌 던지는 법을 가르치게 하였다. 그리고 선비가 경영에게 말했다.
내가 고평에 가서 천첩성을 모셔왔다.
너에게 기이한 술법을 가르쳐 호랑이 굴에서 너를 구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장군은 너와 전생에 혼인의 인연이 있느니라.경영은 ‘전생에 혼인의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황급히 소매로 얼굴을 가리다가, 탁자 위의 가위가 소매에 걸려 떨어지면서 쨍’하는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차가운 달빛 아래 등불이 깜빡이고 있는데, 꿈속에서 본 것이 마치 그대로 눈앞에 있는 듯하여 꿈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다.
경영은 자리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경영은 돌 던지는 법을 기억해냈다. 담장 아래에서 달걀만한 둥근 돌을 골라 지붕의 치미를 향해 던졌다.
돌은 치미를 정통으로 맞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치미가 박살이 나서 기와조각들이 어지럽게 분분히 떨어졌다. 깜짝 놀란 예씨가 황망히 달려와 무슨 일인지 묻자, 경영은 교묘하게 얼버무려 말했다.
어젯밤 꿈에 신인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너의 부친은 왕후가 될 운수가 있으니, 특별히 너에게 기이한 무예를 가르쳐 주러 왔노라. 너는 부친을 도와 공을 이루도록 해라.’라고 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시험 삼아 돌을 던져 보았더니, 생각지도 않게 치미에 적중하였습니다.
예씨는 깜짝 놀라 그 말을 그대로 우리에게 전하였다.우리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즉시 경영을 불러 창·칼·봉 등등 여러 무기를 다루어 보게 했는데, 과연 익숙하게 잘 다루었다.
또 돌을 던져 보게 했더니, 백발백중 이었다. 우리는 크게 놀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정말 왕후가 될 복이 있어, 하늘이 이인을 보내 나를 돕는 모양이다.
그날부터 우리는 경영에게 말 타기와 검술 등을 매일 가르쳤다.경영의 무예 실력이 위승 성중을 떠들썩 하게 했고, 사람들은 경영을 ‘경시족’이라 불렀다.
우리가 좋은 사윗감을 골라 경영을 혼인시키려고 하자, 경영이 예씨에게 말했다.
만약 배필을 구해 주시려면, 반드시 돌을 잘 던지는 사람을 골라 주세요.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내면 저는 차라리 죽어 버릴 거예요.예씨가 그 말을 우리에게 전했다. 하지만 그런 사윗감을 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사위 고르는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이번에 우리는 ‘왕후’ 두 글자를 떠올리고, 다른 마음이 싹트게 되었다.
그래서 전호에게 아뢰어 경영을 선봉으로 삼고서, 양군이 싸우는 틈을 타서 뭔가 일을 꾸며보려고 생각했다.
우리는 군병을 선발하고 장수들을 택해 위승을 떠났다. 정병 5천을 경영에게 주어 선봉으로 삼고, 자신은 대군을 거느리고 뒤를 따라 진격하였다.
한편, 송강은 소덕에서 진안무를 영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종이 오고 열흘쯤 지나서 진안무의 군마가 당도했다는 보고가 들어 왔다. 송강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성 밖 멀리까지 나가 영접하고, 소덕부로 들어와 임시 원수부를 세워 쉬게 하였다.
장수들이 모두 와서 진안무에게 인사를 드렸다. 진안무는 평소에 송강 등이 충의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난 적은 없었다.
오늘 송강이 겸손하고 어진 것을 보고 더욱 공경하여 말했다.성상께서 송선봉이 누차 공을 세운 것을 아시고, 특별히 나를 이곳으로 보내 감독하라고 하셨습니다.
상으로 하사하신 금은과 비단 등을 가져왔으니, 나눠주도록 하십시오.
송강이 감사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무께서 힘을 다해 황제께 상주해 주신 덕분에 저희들이 이런 두터운 은혜를 입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위로는 천자의 은혜를 받고, 아래로는 상공의 은덕을 입었으니, 비록 간뇌도지하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할 것입니다.진안무가 말했다.
장군은 빨리 큰 공을 세우고 경성으로 돌아오시오, 천자께서 필시 중용할 것입니다.
송강이 재배하고 말했다.
번거로우시더라도 안무상공께서 소덕을 지켜 주시면, 소장은 병력을 나누어 전호의 소굴을 공격하여 적들이 머리와 꼬리가 서로 돌아보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경성을 떠날 때 이미 성상께 상주하였으니, 선봉이 얻은 주현을 맡을 관원들이 조만간 도착할 것입니다.
송강은 장병들에게 상을 내리는 한편, 공문을 써서 대종으로 하여금 각 고을을 지키는 두령들에게 전하게 하였다.
신임 관원이 당도하면 즉시 교대하고 병력을 이끌고 돌아와 명령을 대기 하라는 내용이었다.
대종은 각 고을에 공문을 전한 다음, 분양으로 가서 군정을 탐지하고 돌아와 보고하라고 하였다.
송강은 또 하북의 항장 당빈 등의 공적을 진안무에게 아뢰고, 김정과 황월을 천거하여 호관과 포독을 지키게 하고 손립과 주동 등을 불러들이고자 하였다.
진안무는 모두 허락하였다.
홀연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전호가 마령에게 군마를 주어 분양을 구원하러 보내고, 우리 국구와 경영 군주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동쪽 양원으로 진격하게 하였습니다.
송강이 보고를 받고 오용과 상의하여, 장병을 나누어 적을 맞이하고자 하였다.
그러자 항장 교도청이 말했다.
마령은 요술을 부릴 줄 알고 신행법도 쓸 줄 압니다.
그리고 쇠붙이를 감추고 있다가 몰래 던지는데, 백발백중입니다. 선봉께서 저를 거두어 주셨는데, 아직 한 번도 힘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공손 스승님과 함께 분양으로 가서 마령을 설득하여 귀순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군마 2천을 내주었다. 공손승과 교도청은 송강을 작별하고 즉시 분양으로 떠나갔다.
송강은 또 명을 내려, 삭초·서녕·단정규·위정국·탕륭·당빈·경공으로 하여금 군마 2만을 이끌고 노성현을 공격하게 하고, 왕영·호삼랑·손신·고대수로 하여금 기병 1천을 이끌고 먼저 가서 북군의 허실을 정탐하게 하였다.
송강은 진안무를 작별하고,
오용·임충·장청·노지심·무송·이규·포욱·번서·항충·이곤· 유당·해진· 해보·능진·배선·소양·송청·김대견·안도전·장경·욱보사·왕정륙·맹강·악화·단경주·주귀·황보단·후건·채복·채경과 항장 손안 등 장수 31명과 군마 3만5천을 거느리고 소덕을 떠나 북쪽을 향해 진격하였다.
수호지(222)제98회 -2
적의 허실을 정탐하러 먼저 떠난 왕영 등은 양원현 경계인 오음산 북쪽에 당도하여, 역시 정탐하러 나온 북군 장수인 섭청·성본과 마주쳤다.
양군은 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며 대치하였다. 북군 장수 성본이 앞으로 나서자, 송군 쪽에서는 왕영이 나섰다.
왕영은 아무런 말없이 쟁을 들고 말을 박차고 나가 곧장 성본에게 달려들었다.
양군은 함성을 질렀다.
성본도 쟁을 들고 왕영을 맞이하였다.
두 장수가 10여 합쯤 싸웠을 때, 호삼랑이 칼을 춤추며 달려 나가 남편을 도왔다.
성본은 두 장수를 대적할 수 없어 말을 돌려 달아났다.
호삼랑이 추격하여 칼을 휘둘러 성본을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왕영 등은 그 기세를 틈타 병력을 휘몰아 돌격하였다.
섭청은 더 이상 대적 하지 못하고 병마를 이끌고 급히 퇴각하였다. 송군은 추격 하여 5백여 명을 죽였다.
나머지는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섭청은 겨우 백여 기만을 이끌고 양원성 남쪽 20리 지점까지 달아났는데, 그곳 에는 경영의 군마가 이미 당도하여 영채를 세우고 있었다.
원래 섭청은 반년 전에 전호의 명을 받고 주장 서위 등과 함께 양원을 지키고 있었 는데, 경영이 선봉이 되어 병력을 거느리고 온다는 말을 듣고 주장 서위 에게 말해 본부군마를 이끌고 정탐하러 나오면서 그 기회에 경영을 만나 보려고 했었다.
서위는 편장 성본과 함께 가게 했는데, 성본은 호삼랑에게 죽음을 당하고 섭청은 달아나다가 마침 경영의 병마와 만나게 된 것이 었다
섭청이 영채로 들어가 옛 주인의 딸인 경영을 만났다. 경영은 비록 여자이긴 했지만 위풍이 늠름하여 장군다웠다.
경영은 섭청을 알아보고 좌우를 물리친 다음 섭청에게 말했다.제가 오늘 비록 호랑이 굴을 벗어 나기는 했지만,수하에 겨우 5천 인마뿐이니 부모의 원수를 어찌 갚을 수 있겠습니까?
혼자 몸을 빼내 도망치려 해도, 만약 저들이 알게 되면 도리어 해를 입을 것입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오셨네요.
섭청이 말했다.소인도 계책을 생각해 보았지만, 방도가 없습니다.기회가 생기면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홀연 송군이 추격해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경영은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적을 맞이하러 나갔다.양군이 대치하여 진을 벌였다.
북군의 진에서 문기가 열리면서 은빛 말을 탄 미모의 젊은 여장군이 나왔다. 여장군의 앞에 서 있는 깃발에는 평남선봉 군주 경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송군 진영의 장병들은 그녀를 보고 저마다 갈채했다.양진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하늘을 진동하고 오색 깃발들이 눈을 가렸다.
왜각호 왕영이 미모의 여자를 보자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양군이 함성을 질렀다. 경영도 화극을 들고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두 장수가 10여 합을 싸웠는데, 왕왜호는 여장군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쟁법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경영은 미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이 아주 나쁜 놈이로구나!
빈틈을 보고 화극으로 왕영의 왼쪽 다리를 찔렀다.
왕영은 두 다리가 허공으로 붕 뜨면서 거꾸로 말에서 떨어졌다.
호삼랑은 남편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욕을 했다.천한 음란한 년이 어찌 감히 이렇게 무례하냐!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왕영을 구하러 달려 나갔다.
경영은 화극을 들고 호삼랑을 가로막아 싸웠다.왕영이 땅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북군들이 왕영을 사로잡으러 달려들었다.
송군 쪽에서 손신과 고대수가 달려 나가 사력을 다해 왕영을 구하여 본진으로 돌아왔다.
고대수는 호삼랑이 경영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쌍도를 들고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가 싸움을 도왔다.
세 여장군의 여섯 개 팔과, 네 자루의 칼과 한 자루의 화극이 말 위에서 서로 얽혔다.
마치 바람에 옥가루가 날리는 듯하고 눈꽃이 흩어지는 듯하여, 양진의 군사들은 눈앞이 어질어질하였다.
세 여장군이 20여 합을 싸웠는데, 경영이 화극으로 허공을 한 번 찌르더니 말을 돌려 화극을 끌면서 달아났다.
호삼랑과 고대수가 일제히 추격하였다.
경영은 왼손으로 화극을 잡고 오른손으로 돌을 쥐고서, 버들가지 같은 허리를 돌리 면서 별빛 같은 눈동자로 흘겨보면서 호사랑을 향해 날렸다.
돌은 호삼랑의 오른쪽 팔뚝을 맞혔다. 호삼랑이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칼 한 자루를 떨어뜨린 채 말을 돌려 본진으로 돌아갔다.
고대수는 호삼랑이 돌에 맞는 것을 보고, 경영을 버려두고 호삼랑을 구하러 달려갔다.
경영이 고대수를 추격하자, 손신이 크게 노하여 쌍편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손신이 경영과 교전하기도 전에 경영이 돌을 날려 쨍’ 소리를 내며 손신의 투구를 맞혔다. 손신은 깜짝 놀라 감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급히 본진으로 돌아와, 왕영·호삼랑을 보호하며 후퇴하였다.
경영이 병력을 몰아 막 추격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포성이 울렸다. 때는 2월이 끝나갈 무렵 이었는데,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펄럭이는 깃발이 나부끼고 꽃그늘 아래로 말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산기슭 뒤편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임충과 손안, 그리고 보군두령 이규 등이 송공명의 명을 받고 접응하러 온 것이었다.
양군이 마주치자, 북이 울리고 깃발이 흔들리면서 양진에서 함성이 올랐다. 이쪽에서 표자두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앞으로 나서자, 저쪽에서는 경시족 경영이 화극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임충은 적장이 여자인 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 발칙한 년! 어찌 감히 천병에 항거하느냐!경영은 아무 말 없이 화극을 들고 말을 박차고 임충에게 달려들었다.
임충도 사모를 들고 달려 나갔다.
두 말이 얽히고 병기가 부딪혔다.
몇 합을 싸우지 않아, 경영은 임충을 당해내지 못하고 파탄 난 척하며 화극으로 허공을 한 번 찌른 뒤 말을 돌려 동쪽으로 달아났다.
임충이 말을 몰아 추격하자, 송군 진영에서 손안이 경영의 깃발을 알아보고 큰소리로 외쳤다.임장군 추격하지 마시오! 속임수가 있을 것 같소!
하지만 임충은 수단이 고강하므로 그 말을 듣지 않고, 말을 박차고 바짝 추격하였다. 푸른 풀이 무성한 풀밭 위에 여덟 개의 말발굽이 엎어놓은 술잔들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렸다.
경영은 임충이 가까이 추격해 온 것을 보고, 왼손으로 화극을 잡고 오른손 으로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몸을 비틀면서 임충의 면상을 향해 날렸다.
임충은 눈이 밝고 손이 재빨라 사모로 날아오는 돌을 막았다. 경영은 돌이 맞지 않은 것을 보고, 다시 두 번째 돌을 날렸다.
돌은 마치 유성처럼 번쩍이며 날아갔다. 귀신도 곡할 만큼 놀라운 솜씨였다.
임충은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돌을 맞고 선혈을 흘리면서 사모를 끌면서 본진으로 돌아갔다.
경영이 말을 몰아 추격하였다.
손안이 그걸 보고 막 달려 나가려고 하는데, 본진의 군병들이 길을 열면서 중간에서 5백 보군이 뛰쳐나갔다.
앞장선 장수는 이규·노지심·무송·해진·해보 등 보병전에 익숙한 다섯 맹장들이었다.
이규는 도끼를 들고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계집년이 어디서 무례하게 구느냐!
경영은 흉맹한 자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돌을 던졌다.
날아온 돌은 이규의 이마에 정통으로 맞았다. 이규는 깜짝 놀랐지만, 피부가 두껍고 뼈가 튼튼해서 아프기는 했지만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경영은 돌에 맞고서도 이규가 쓰러지지 않자, 말을 몰아 본진으로 들어갔다.
이규는 크게 노하여 호랑이 수염을 곤두세우고 둥근 눈을 부릅뜨고서 포효하면서 곧장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노지심·무송·해진·해보는 이규가 실수할까 두려워 일제히 돌격했다.
손안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경영은 여러 명이 추격해 오는 것을 보고, 또 돌을 날렸다. 해진이 돌에 맞고 넘어지자, 해보·노지심·무송이 급히 달려가 구했다. 그래도 이규는 계속 추격했다.
경영이 이규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또 돌을 날렸다.
돌은 또 이규의 이마에 적중했다.
두 번이나 같은 곳에 돌을 맞자,비로소 선혈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규는 끝내 무쇠 같은 사나이였다. 시커먼 이마가 터져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쌍도끼를 휘두르며 적진 속으로 뛰어들어 북군을 마구 베어 넘겼다.
손안은 경영이 본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병력을 몰아 공격했다.
그때 마침 우리가 서위 등 여덟 명의 장수와 대군을 거느리고 당도하여, 양군은 한바탕 혼전을 벌였다.
노지심과 무송은 해진을 구해 놓고 나서 다시 몸을 돌려 북군의 진으로 뛰어들었다.
해보는 형을 부축하느라 싸우지 못하고 있었는데, 북군이 추격해 와서 밧줄을 던지는 바람에 사로잡혀 적진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보군도 대패하여 쫓겨 돌아왔다.한편, 손안은 용맹을 발휘하여 북군 장수 당현을 한칼에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우리는 손안의 수하 군졸이 쏜 화살에 목을 맞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서위 등이 사력을 다해 구출하였다.
경영은 우리가 화살에 맞는 것을 보고 급히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었다.
그때 남쪽에서 송군이 또 나타났다.
앞장선 장수는 바로 몰우전 장청이었다.
장청은 영채에 있다가, 북군 진에서 돌을 던지는 여장군이 있어 호삼랑 등이 맞고 부상을 당했다는 보고를 듣고 깜짝 놀라, 송선봉에게 아뢰고 급히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접응하러 온 것이었다.
그 여장군이 누구 인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청이 당도했을 때, 경영은 이미 병력을 거두어 우리를 보호하면서 숲을 돌아 양원으로 향하여 떠난 뒤였다.
장청은 말을 세우고 아쉬운 마음으로 멀리 바라보았다.손안은 해진과 해보가 사로잡히고 노지심·무송·이규가 적진 속으로 돌진하는 것을 보고, 병력을 이끌고 추격하려 하였으나 날이 이미 어두워져 할 수 없이 장청과 함께 임충을 보호하며 병력을 거두어 영채로 돌아갔다.
송강은 신의 안도전으로 하여금 왕영을 치료하게 하였다. 여러 징수들이 다가가 보니, 왕영은 다리만 다친 것이 아니라 머리도 깨져 있었다. 안도전은 왕영을 치료한 다음, 임충도 치료해 주었다.
송강은 해진과 해보가 사로잡혀 가고 이규 등 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보고를 받고 걱정이 되었다.
그때 무송과 이규가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서 영채로 돌아왔다. 무송이 송강에게 말했다.
저는 이규가 성질이 폭발해서 곧장 돌진하는 것을 보고, 도와주러 갔습니다.
목숨 걸고 싸워 혈로를 열어 북군을 뚫고 나갔더니, 성 아래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북군이 해진과 해보를 포박하여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와 이규가 군사들을 죽이고 해진과 해보를 빼앗았는데, 서위 등의 대군이 추격해 와서 해진과 해보를 다시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저희 둘은 사력을 다해 혈로를 뚫고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노지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군사들을 사방으로 보내 노지심의 종적을 찾게 하였다.
그리고 안도전을 불러 이규를 치료하게 하였다. 이때는 이미 황혼이 되었다.
송강이 군사를 점검해 보니, 3백여 명을 잃었다. 영채 문을 굳게 닫고, 비상시에는 방울로 신호하게 하였다.
그날 밤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군사들이 돌아와 노지심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보고하였다.
송강은 더욱 걱정이 되어 다시 악화· 단경주·주귀·욱보사로 하여금 각각 날랜 군사들을 데리고 사방으로 노지심을 찾게 하였다.
송강은 당장 병력을 이끌고 가서 성을 공격하고 싶었지만, 다친 두령들이 많아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성중에서도 성문을 굳게 닫고 싸우러 나오지 않았다.
수호지(223)제98회 -3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 욱보사가 간첩 한 명을 붙잡아 왔다. 손안이 그를 보고, 북군 총관 섭청임을 알아보았다.
손안이 송강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평소에 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혼자서 성을 나온 것을 보면 필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송강은 군사를 불러 섭청의 포박을 풀게 하고 가까이 불렀다.
섭청이 송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에게 기밀이 있으니, 원수께서 좌우를 물리치시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여기 있는 형제들은 모두 한마음이니, 얘기해도 무방하오.
섭청이 말했다.
성중의 우리는 지난번 전투 때 독을 바른 화살을 맞았는데, 지금 독이 퍼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중의 의원이 치료했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습니다.
저는 의원을 찾아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소식을 정탐하러 성을 나왔습니다.
지난번에 사로잡혀 간 우리 편 두 장수는 어떻게 되었소.
저는 두 장군이 해를 입을까 염려하여, 우리가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서 거짓 명을 내려 두 장군을 감옥에 가두게 하였습니다.
지금 감옥 안에서 무사히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섭청은 구신 부부가 전호에게 살해되고 경영을 납치해 갔던 일 등을 자세히 얘기하면서, 슬피 울었다.
송강은 섭청의 사연을 듣고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섭청이 북군 장수이기 때문에 혹 거짓 모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 안도전에 송강에게 말했다.
참으로 하늘이 정해 준 인연인가 봅니다.
이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안도전은 지난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장청 장군의 꿈에 한 선비가 나타나 어떤 소녀에게 돌팔매질을 가르쳐 주라고 하였답니다.
그리고 또 말하기를, 그녀는 장장군과 전생에 혼인의 인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장군은 꿈에서 깨어난 후, 그 생각 때문에 병이 났습니다.
그때 형님께서 저더러 장청을 데리고 고평으로 가서 치료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장청의 맥을 짚어 보았더니, 칠정이 엉켜 생긴 병이었습니다.
제가 몇 번이나 물었더니,비로소 장장군이 병의 근원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을 써서 병은 나았습니다.
오늘 섭청의 얘기를 들어 보니,장장군의 꿈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항장 손안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손안이 대답했다.
소장도 경영이 우리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은 들었습니다. 저의 부하인 아장 양방이 우리의 측근들과 아주 친하기 때문에 경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섭청의 얘기는 결코 허위가 아닙니다.
섭청이 또 말했다.
저의 옛 주인의 따님인 경영은 부모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뜻을 평소에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인이 보니, 이번에 경영이 전장에서 원수의 범 같은 위엄을 여러 차례 범하였습니다.
성이 깨지는 날 옥석이 함께 타 버릴까 두려워, 소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이렇게 와서 원수께 애원하는 것입니다.
오용이 섭청의 말을 듣고서, 일어나 섭청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송강에게 말했다.
저 사람의 낯빛을 보니 슬픈 감정이 참입니다. 의로운 사람이 분명합니다.
하늘이 형님을 도와 공을 세우게 하고, 효녀로 하여금 부모의 원수를 갚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용은 송강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군이 비록 세 길로 나누어 적의 소굴을 공격하고 있지만, 만약 전호가 금나라와 손잡으면 아군은 양쪽에서 적을 맞이하게 됩니다.
설혹 금나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전호는 궁지에 몰리면 필시 금나라에 투항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반란을 평정한 공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저는 계책을 세워 내응을 얻으려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하늘이 기회를 주셔서 장장군의 이런 인연이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차여차하면,전호의 수급은 경영의 수중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규의 꿈에 나타난 신인도 이미 그런 예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
전호의 무리를 평정하려면 반드시 경시족과 화합해야 한다.’라고 한 말, 형님도 기억하시죠.송강은 오용의 말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였다.
그리고 즉시 장청·안도전·섭청 세사람을 불러 은밀히 계책을 주었다. 세 사람은 계책을 받고 떠나갔다.한편, 양원성을 지키는 군사들은 섭청이 돌아와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빨리 성문을 열어라! 나는 우리 원수부의 섭청이다! 의원 전령과 전우 두 분을 찾아 모시고 왔다!군사들은 즉시 원수부에 알려 허락을 받은 뒤 성문을 열었다.
섭청은 전령과 전우를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 우리 국구의 원수부에 당도하였다.
안에서 의원을 데리고 들어와 치료하라는 명이 내려졌다.
섭청은 전령을 데리고 원수부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시중을 들고 있던 군사가 군주 경영에게 알렸다. 경영은 전령을 인도하여 우리가 누워 있는 침상 앞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는 실낱같은 숨만 쉬고 있었다.
전령은 진맥을 한 다음 상처에 고약을 붙이고 기운을 돋우는 약을 먹였다.
사흘이 지나자 피부가 점점 붉어지고 하얘지면서 음식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닷새가 지나지 않아 상처는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음식은 예전처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크게 기뻐하면서 섭청에게 의원 전령을 불러오라고 하였다.
우리가 전령에게 말했다.
족하의 신술 덕분에 상처가 점차 회복되고 있소.
후일 부귀를 얻게 되면 그대와 함께 누리겠소.전령이 절하고 말했다.저의 하찮은 의술은 입에 담을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저의 아우 전우는 오랫동안 저를 따라다니면서 강호의 무예를 익혔습니다. 지금 저를 따라와서 약 짓는 일을 돕고 있는데, 상공께서 발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명을 내려 전우를 안으로 들이게 하였다. 우리는 전우의 의표가 범속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전우에게 원수부에서 명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전령과 전우는 절을 하고 물러나왔다.
나흘 후, 홀연 송강이 병력을 이끌고 와서 성을 공격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섭청이 원수부로 가서 우리에게 보고하고 말했다.
송강의 병사들은 강하고 장수들은 용맹하여, 반드시 군주가 출전해야만 적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즉시 경영을 데리고 교련장 으로 가서 병마를 점검하게 하였다.
그때 전우가 연무청으로 올라와 아뢰었다.
상공께서 소인에게 명을 기다리고 하셨는데, 지금 적병이 성에 임하였으니 소인이 재주는 없지만 병력을 이끌고 나가겠습니다.
적들이 갑옷 한 조각도 제대로 챙겨 가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총관 섭청이 노한 척하면서 전우에게 말했다.네가 감히 큰소리를 치는데, 나와 무예를 겨뤄 볼 수 있겠느냐.
전우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18반 무예를 배웠습니다. 오늘 장군과 한 번 겨루어 보겠습니다.
섭청이 우리에게 아뢰자, 우리는 허락하고 쟁과 말을 내주었다.
두 사람은 쟁을 들고 말에 올라 연무청 앞에서 무예를 겨루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한 덩어리가 되어 안장 위에서는 사람들이 다투고 안장 아래에서는 말들이 다투었다.
4~5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때 경영은 우리 곁에 시립하고 있었는데, 전우를 보고서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저 사람은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아. 쟁법도 나와 똑같은데.경영은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꿈속에서 나에게 돌팔매질을 가르쳐 준 분이 바로 저렇게 생겼었어.
저 사람도 돌팔매질을 잘 할까.
경영은 화극을 들고 말을 몰아 두 사람에게 다가가 화극으로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섭청이 이미 전우와 한통속인지 모르고 있는 경영은, 혹시 섭청이 전우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경영이 화극을 들고 전우에게 달려들자, 전우는 쟁을 들고 막았다.
두 사람이 50여 합을 싸웠을 때, 경영이 땅을 박차고 말을 돌려 연무청을 향해 달아났다. 전우가 기세를 몰아 추격하였다.
경영은 돌을 꺼내, 몸을 돌리면서 전우의 겨드랑이 사이를 향해 돌을 날렸다.
돌이 날아가자, 전우는 이미 눈치 채고 오른손을 내밀어 가볍게 돌을 받았다.
경영은 전우가 돌을 받아내는 것을 보고 심중으로 놀라며 기이하게 여겼다.
다시 두 번째 돌을 꺼내 또 날렸다.
전우는 경영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수중에 받아든 돌을 마주 날렸다. ‘딱’ 소리가 나면서 전우가 던진 돌이 경영이 던진 돌을 정통으로 맞췄다.
두 돌이 부딪히면서 돌가루가 눈처럼 하얗게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날 성중의 장수들은 서위를 비롯하여 모두 각기 네 성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교련장에는 아장과 교위들만 있었다.
그들 중에도 전우가 혹시 간첩이 아닐까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군주 경영이 금지옥엽 인데다 그와 무예를 겨루고 있었고, 또 우리의 친밀한 부하인 섭청이 데리고 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는 못하였다.
게다가 성이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바람이 부는 대로 방향을 바꾸면 되리라고 각자 생각하고 있었다.
전호가 패할 운명이어서, 하늘도 우리의 혼을 빼놓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전우를 연무청 위로 불러 갑옷과 말을 하사하고, 병력 2천을 주면서 성을 나가 적을 맞이하게 하였다.
전우는 우리에게 절을 하고 성을 나가 송군을 물리치고 돌아와 승첩을 보고하였다.
우리는 크게 기뻐하면서 전우에게 상을 내리고 돌아가 쉬게 하였다.
다음 날, 송군이 또 쳐들어오자, 우리는 또 전우로 하여금 병력 3천을 이끌고 나가서 적을 맞이하게 하였다.
아침부터 정오까지 싸웠는데, 송군 장수 들은 전우가 던진 돌을 맞고 어지럽게 달아났다.
전우는 병력을 몰아 오음산까지 송군을 추격하였다. 송강 등은 더 이상 대적하지 못하고 소덕성으로 퇴각하였다.
전우가 승전하고 돌아오자, 우리는 십분 기뻐하였다.
섭청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주군께는 전우와 군주 경영이 있으니, 송군의 장수들을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찌 큰일을 이루지 못할까 근심하겠습니까.
섭청이 또 말했다.
군주께서는 전부터 돌팔매질을 잘하는 사람이라야 배필로 맞이하겠다고 하였는데, 이제 전장군이 이처럼 영웅이니 군주에게 욕되지 않을 것입니다.
섭청이 재삼 부추긴 데다, 하늘이 맺어준 경영 부부의 인연은 결코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허락하고, 3월 16일 길일을 택해 혼례를 올리고 전우를 사위로 삼았다.
풍악이 울리고 비단이 쌓인 가운데 연석엔 술과 음식이 넘쳐났다.
동방에 화촉을 밝히니, 그 아름다움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혼례를 올리고 전우와 경영은 붉은 비단옷을 입고서 짝을 지어 천지신명께 절을 올리고, 가짜 장인 우리에게도 절을 올렸다.
풍악이 울리는 가운데 기이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신방에 들어가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맹세하였다.
전우가 등불 아래에서 경영을 보니, 교련장에서 볼 때와는 달리 너무나 아름다웠다.
전우와 경영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옻이 아교를 만난 듯하였다.
그날 전우는 경영과 베개를 나란히 베고서 비로소 자신의 진짜 성명을 말했다.
자신은 본래 송군 장수인 몰우전 장청이요, 의원 전령은 신의 안도전임을 밝혔다.
경영도 지난날의 원통한 일을 자세히 애기했다. 두 사람은 쌓인 얘기를 나누느라 밤을 지새웠다.
이틀 후, 두 사람은 안팎으로 호응하여 우리를 짐독으로 죽이고, 서위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고 은밀히 불러들여 역시 죽여 버렸다. 나머지 장수들은 모두 투항하였다.
장청과 경영은 명을 내려, 성중의 일을 밖으로 퍼뜨리는 자는 그가 속한 대오를 모조리 죽일 것이라고 하였다.
이 일을 누설하는 자는 군인이든 백성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삼족을 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아, 조금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해진과 해보를 석방하고, 장청·섭청과 함께 각각 네 성문을 나누어 지켰다.
안도전은 섭청의 부하 군졸과 함께 성을 나가 소덕으로 가서 송선봉에게 소식을 알렸다.
오용은 이규와 무송으로 하여금 캄캄한 밤중에 성수서생 소양을 보호하여 양원성으로 들어가 경영과 장청을 만나게 하였다.
소양은 우리의 필적을 흉내 내어 가짜 서신을 써서 섭청으로 하여금 위승으로 가져가, 전호에게 우리가 사위를 맞이한 일을 알리고 거기서 기회를 보아 일을 꾸미라고 하였다.
섭청은 장청과 경영을 작별하고 서신을 가지고 위승으로 갔다. 한편, 송강은 소덕성에서 소양을 보낸 지 얼마 후, 삭초와 서녕 등이 노성을 함락했다는 승첩을 보고받았다.
승첩을 가져온 군사가 말했다.
삭초 등이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노성을 포위하자, 적장 지방은 성문을 굳게 닫고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서녕이 여러 장수들과 계책을 의논하여, 군사들이 벌거벗고 가서 욕을 퍼부어대게 하였습니다.
격노한 성중 군사들이 싸우러 나가겠다고 하자, 지방은 말리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출전하였습니다.
북군이 용맹을 떨치며 네 성문으로 쏟아져 나오자, 아군은 한편으로 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후퇴하여 북군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성에서 멀어지도록 유인했습니다.
그리고 당빈은 동쪽에서 군사를 이끌고 돌격하고, 탕륭은 서쪽에서 돌격하였습니다. 동서 두 문을 지키던 군사들은 미처 성문을 닫지 못해, 탕륭과 당빈이 성중으로 돌입하여 성을 빼앗았습니다.
서녕이 지방을 쟁으로 찔러 죽였고, 나머지 적장들은 죽은 놈은 죽고 달아난 놈은 달아났습니다.
죽인 적군은 5천여 명이고, 탈취한 말은 3천여 필이었으며, 항복한 군사는 만여 명이었습니다.
삭초를 비롯한 장수들이 입성하여 백성을 안무하고,저에게 승첩을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군인과 백성의 호적 및 창고의 금은보화는 장부를 만들어 보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송강은 승첩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진안무에게 소식을 전하고 삭초 등의 공로를 공적부에 기록하였다.
승첩을 가져온 군사에게 상을 내리고, 공문을 가지고 돌아가 각 방면의 병마가 모두 오면 일제히 진격할 것이라고 알리게 하였다.
한편, 위승의 가짜 성원관은, 교도청과 손안이 항복하고 소덕과 노성이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전호 에게 알렸다.
전호는 크게 놀라 장수들을 모아 의논하고 있었는데, 홀연 양원을 지키는 편장 섭청이 국구의 서신을 가지고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전호는 즉시 섭청을 불러들이게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