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한자 상식 이야기
한자에는 어려운 한자가 참으로 많습니다. 옥편의 고전인 강희자전에는 4만 7천 35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단국대학교
출판부 발간의 大漢韓辭典에는 무려 5만 5천여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한한사전은 일본의 大漢和辭典에 수록된 한자 4만 9천여자보다 6천자가 더 많습니다.
온라인 한자는 8만자가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많은 한자중에서 과연 어떤 글자가 제일 어려운 글자일까 참으로 궁금합니다.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획수가 많고 복잡하여 어렵고, 다른 하나는 의미가 많고 불분명하여 어렵습니다. 이 중에서도 더 어려운 자는 후자입니다. 복잡한 한자는 자전을 검색하면 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조사가 이런 글자들입니다. 어조사는 옥편이나 자전을 찾아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어조사는 글자는 간단하지만 뜻을 알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서당, 서원, 향교 등에서 10년 이상 공부를 해도 한문 문리를 터득 못하는 사람들은 어조사 때문입니다.
획수가 많아서 복잡한 한자는 龍자 4개가 위에 두개 아래에 두개가 결합된 "말 많을 절"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옥편 64획에서 찾으면 됩니다.
대표적인 어조사로는 其, 之, 所, 爲, 以, 則, 卽, 而, 有, 言, 於, 于, 爾, 然, 焉, 乎, 也 등입니다.
이런 어조사는 135개 정도입니다. 그 어조사는 전치사, 후치사, 종결사, 접두사, 접미사로 구분됩니다. 전치사 명사 전후에 오고, 종결사는 문장 끝에 오는 글자입니다. 그리고 접두사와 접미사 어구 전후에 붙는 글자입니다.
대표적인 어조사의 하나는 其자입니다. 전통 옥편에는 그其자라고 나옵니다.
흔히 其자를 해석할 때 막연히 <그>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의미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 뜻은 어찌, 정말로, 꼭, 참, 아마, 대개, 혹, 대개로 됩니다. 이때 정말로 꼭, 참은 강조이므로 해석을 하지 아니해도 됩니다. 그외도 其자는 ~은, ~는이라 주격조사도 됩니다.
참으로 그 의미가 어렵습니다. 다른 어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어조사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자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於자입니다.
이 於자는 전통옥편에 <늘於>자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서당 훈장들은 늘於자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 의미도 모르고 막연히 늘於자라고 외웁니다. 아마 훈장이나 훈도들도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생도들이 그 뜻을 몰라서 훈장에게 다시 물어 보면 그것은 어조사어字라고 같은 대답을 합니다. 기존 한문 세대들은 거의 이렇게 한문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늘於자나 어조사於자는 같은 말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의미입니다.
늘於자는 늘어지다라는 동사이고, 어조사於자는 ~에게, ~에서, ~을, ~보다라는 전치사입니다.
그러니까 늘於자는 동사 늘어지다, 느러지다가-느린, 느라는 관형사로 바뀌어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 실례는 지명에서 분명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광양의 지명중에 於峙里, 於峙고개, 於峙溪谷이 있습니다.
어치계곡은 백운산의 4대 계곡 중의 하나로 제일 김니다. 그 나머지 4대 계곡에는 성불계곡, 동곡계곡, 금천계곡이 있습니다.
이 於峙는 느린재, 느재라고 하는 우리말을 한자화한 것입니다. 이때 於자는 어조사가 아니라 늘어지다, 느러지다 동사가 관형사로 바뀐 實辭입니다. 느린재나 느제라고 하는 것은 가파르지 않는 산허리를 돌며 완만하게 올라가는 고개란 뜻입니다. 이것을 한자화한 것이 광양의 於峙라는 지명입니다.
그러니까 늘於자라고 하면 어조사於자가 아닙니다. 이와같이 늘於자는 동사가 변해서 된 實辭인 관형사입니다. 따라서 늘於자를 어조사於자로 혼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어조사를 이해 못하는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지금도 전통옥편인 崇文大玉篇에는
於자가 늘於자로 설명이 바르게 되어 있으니 참조바랍니다.
<한국서지학회 명예회장 고정 김치우>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