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젠 오토 밸리`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울산 시민이 얼마나 될까. 이에 더해 `우리 동네 캐릭터`의 경우처럼 한글과 외래어가 합성된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마치 국제 조류에 뒤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한글 도시` 울산시교육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울산시청이 우리말 사용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어 지역 교육행정기관이 우리말 쓰기에 나선 것이다.
외래어를 그대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없진 않다. 예컨대 `캐릭터`를 우리말로 전환하기엔 여러모로 어렵다. 하지만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데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R&D`는 연구개발로 바꾸면 된다. `인프라`를 `기반 설비`로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에코 시티`라고 하면 울산 시민 절대 다수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친환경 도시`라는 알기 쉬운 용어를 두고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글 순화에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과 방송매체들이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시교육청이 6일부터 23일까지 울산 지역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말 다시쓰기`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일상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국어, 외래어, 정체불명의 유행어 등을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자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아예 몇 가지 `요상한` 단어들을 제시했다. 노쇼, 떡상, 득템, 시그니처, 딥페이크 등 일상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용어들이다. 시교육청은 이런 용어들을 알기 쉽고 올바른 우리말로 바꿔 제출한 학생들을 시상하고 채택된 순화어를 학교와 기관들에 배포해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울산시가 진정한 `한글 도시`라면 최소한 그에 어울리는 특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각급 행정기관들이 내놓는 공문서를 보면 다른 도시들과 크게 다른 게 없다. 인프라, 메가시티, 솔루션 등이 버젓이 공문서에 올라와 있다. 굳이 그런 외국어를 사용해야 행정이 세계적이고 돋보이는 건가. 지금은 스스로 개혁해 결과를 보여주는 개인, 단체, 사회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독 문화ㆍ예술 분야에서 외래어가 마치 모국어처럼 통용되는 현실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잘못을 뜯어고치는 데 울산이 앞장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울산 청소년 교육의 기수인 울산시교육청이 이에 앞장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