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도감을 자주 펼쳐보는 편이다.
그 이유는 글쓰기의 가장 큰 목적이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들과 산에서 만난 식물들을 도감을 보면서 확인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식물 이름은 하나하나가 마치 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식물의 잎·꽃·열매의 생김새에 따라 어찌 그렇게 딱 알맞게 이름을 만들어 붙였는지.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을 우리 학자들이 처음 기록한 것은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이다.
이 책은 식물을 과별로 분류해 우리말 이름, 학명, 그리고 일본말로 정리해 놓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식물 이름은 이 책에 빚진 게 많다.
식물 이름이 헷갈리면 나는 <한국의 나무>(돌베개)를 뒤적이거나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 시스템을 이용해 검색한다. 어지간한 식물은 다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해방 70년이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일본식 한자어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다른 나무를 ‘암수딴그루’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자웅이주’(雌雄異株)라고 해야 할 까닭이 없다.
‘남북한의 식물기재용어 및 식물명의 비교’(이우철)라는 논문이 그 해답을 제시한다.
북한에서는 일찍이 평양말인 ‘문화어’를 정하면서 식물 이름을 정리했다.
우리가 ‘수상화서’(穗狀花序)로 부르는 것을 ‘이삭꽃차례’로, 침엽수는 ‘바늘잎나무’로, 풍매화는 ‘바람나름꽃’이다. 우리 식물도감에는 들국화가 없지만 북한에서는 감국을 ‘들국화’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