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금 月60만원, 최소생활비 절반 안돼
65세이상 평균 수급액 첫 공개
10명 중 1명은 한푼도 못받고 살아
“국민-기초-개인연금, 수급액 낮아
안정적 노후 생활에 턱없이 부족”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한 달에 60만 원을 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노인 10명 중 1명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그 무엇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20대 이하의 경우에는 연금 미가입률이 40%에 달했다. 연금 제도가 서민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뒷받침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필요 생활비의 절반도 안 되는 연금
통계청은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금통계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연금통계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국세청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공·사적 연금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한 통계다. 그동안에는 전 국민이 연금에 얼마나 가입해 있고 얼마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한 달에 평균 60만 원의 연금을 받았다. 이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개인연금 등 11개의 공·사적 연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2020년(56만2000원)보다 6.7% 늘었다. 5년 전인 2016년만 해도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42만3000원이었다.
연금 수급액은 매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민연금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노후생활비는 개인의 경우 월 124만3000원이다. 부부는 월 198만7000원이다. 노후생활비는 말 그대로 생활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로, 부부의 적정 생활비는 314만 원(2022년 기준)이다.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노인도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9.9%를 차지했다. 연금을 받더라도 한 달에 ‘25만 원 이상∼50만 원 미만’의 연금을 받는 노인이 43.3%로 가장 많았다. 게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받는 연금은 점점 줄었다. 65∼69세는 평균 70만8000원을 받는데 80세 이상은 47만2000원을 받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일수록 기초연금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개인연금도 ‘노후 보장’ 역할 못해
여러 연금을 합쳐도 수급액이 60만 원에 그친 건 국민 대다수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수급액이 낮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 593만2000명이 받는 기초연금의 월평균 수급액은 27만3000원에 불과했다. 전체 연금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396만9000명이 받는 국민연금 수급액 역시 38만5000원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개인연금도 월평균 57만8000원밖에 못 받아 노후 생활에는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노후 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연금도 유지율이 낮게 나타나면서 금융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8∼59세 청장년층 중 연금에 1개라도 가입한 이는 전체의 78.8%였다. 이들은 한 달에 평균 32만9000원의 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20대 이하의 연금 미가입률은 38.9%로 다른 연령대의 2배가 넘었다. 30∼50대의 경우에도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14.3∼16.3%를 보여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세종=송혜미 기자
“노인 평균 연금소득 월 60만 원”… 연금격차도 심각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9명은 재작년 기준으로 1개 이상의 연금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사적연금을 통틀어도 1인당 연금소득은 월 60만 원에 불과했다.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24만6700원, 2인 가구는 207만700원.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받아도 어디서라도 소득을 보충하지 않으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퇴한 부부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인생 2막’은 중년층의 로망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좀처럼 실현하기 힘든 꿈이다. 평생 번 돈 대부분을 자녀교육 등에 써버린 바람에 은퇴 후 삶을 즐길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2021년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가 있는 60세 이상 가구 10쌍 중 3쌍은 남편과 아내가 맞벌이로 일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게 연금 등을 통한 노후 준비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포괄적 연금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1인당 연금소득은 올해 처음 60만 원에 턱걸이했다. 매년 4만 원 안팎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금 수급자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수급액도 남성이 78만1000원으로 44만7000원인 여성보다 많다. 남성이 직장생활을 더 많이, 오래한 영향이다. 그 결과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6년을 더 살지만 여성 1인 가구의 빈곤율은 65.1%로 남성의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은퇴 후 연금소득 격차까지 크다는 점이다. 최상위 5%의 수급액은 월 200만 원 이상인데, 최하위 21%는 25만 원 미만이다. 집을 가진 노인의 한 달 수령액은 76만2000원으로 47만2000원을 받는 무주택자보다 훨씬 많다. 무주택자의 노후 주거비 부담이 더 큰데 연금소득은 적은 것이다. 집이 있다고 다 편안한 것도 아니다. 이달부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집값이 공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아지자 집을 담보로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평소보다 40%가량 급증했다.
▷국민연금만 보면 평균 월 수급액이 38만5000원으로 여전히 ‘용돈연금’ 수준이다. 가입 기간이 짧은 노인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부가 제공하는 월 30만 원짜리 쓰레기 줍기, 산불 감시 ‘세금 알바’에 노인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달 47%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터를 못 떠나는 빈곤층 노인들을 더 두텁게 지원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서둘러 손봐야 하는 이유다.
박중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