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모녀 살해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도행씨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씨를
‘한국판 OJ심슨 사건’의 주인공으로 몰아가며
흥미위주의 기사를 쏟아내며 본인과 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던 언론에는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
이씨의 작은 아버지인 이재홍씨는
“8년 동안 언론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며
“아무리 기자들을 만나 설명을 해도
그동안 반론조차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씨는 “무죄확정 판결이 났는데도
일부 언론은 ‘한국판 OJ심슨사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마치 죄는 있는데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동안의 언론보도를 검토한 뒤
가장 심하게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 매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지 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도행씨와의 일문일답.
*언론보도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한마디로 선정적이었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흥미 거리에만 치중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다 그렇게 다뤘다.
언론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국 남은 건 크나 큰 실망뿐이다.”
*언론을 상대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 개인이 검찰을 상대한다는 것도 버거운데
언론까지 납득시키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아무리 정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한 언론사는 보도 직후 항의하자 ‘
이미 사형선고 받았는데 더 이상 명예훼손 할 게 뭐가 있느냐’
고까지 했다.
지난달 말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뒤에도
일부 언론은 아직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한국판 OJ심슨사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내가 돈이나 든든한 뒷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의 성격도 전혀 다른데
‘OJ심슨’이라는 한마디로 이미 나를 살인범으로 규정지었다.
OJ심슨과의 비교는 다시 한번 나를 흥미 거리로 삼은 단적인 예다.”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언론이
△사실 보도를 하지 않는 점
△사실을 확인하려들지도 않는 점
△베끼기식 보도가 많다는 점
△선정적이라는 점을 이번 사건을 통해 직접 겪었다.
또 검찰에 한번 찍힌 피의자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느꼈고,
언론은 이에 공조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더 분석적이고 심층적으로 사안을 다루었으면 한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현장 보존 등
국내 ‘검시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은 언론은 거의 없었다.
결국 치를 떨고 난리를 치는 것은 피해자 가족뿐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아무리 언론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우리 가족이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모두는 아니어도 심하게 명예를 훼손한 보도에 대해서는
법률자문단이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