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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다행이야...배추벌레 여행 누에섬·제부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4호 (22.08.30) 기사입니다]
[글 이영근 사진 안동수(다큐PD)]
아주 오랜만에 찾았다. 누에섬은 처음, 제부도는 서너 번 간 것 같다. 목적은 걷기와 타기, 그리고 오래된 지질 구경하기였다. 같은 지질대에 있는 누에섬과 제부도 매바위, 탑재산 등 쇄설성 암맥 등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간의 선물들이다. 탄도항과 제부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새로 생겼는데, 그 높이도 꽤 아찔했다.
▶호젓하게 걷는 갯벌길, 누에섬
천천히 꾸물꾸물 마치 배추벌레처럼 움직였다. 제부도 여행을 생각한 것은 해상케이블카 서해랑과 누에섬 걷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는 순전히 호기심이고, 사실 천천히 걷고 싶었다. 대개의 여행이 그렇듯, 누에섬의 이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고, 그곳에 산책 코스가 정리되었다는 소식도 이미 들은 바 있다. 케이블카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얼리어답터가 아닌 이상 당장 달려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새벽, ‘오늘 가자’ 하고 제부도를 향해 차를 달렸다. 경기도 화성시 대부도 일대는 이제 다양한 여행지들이 정돈되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누에섬에 먼저 들어갔다. 누에섬은 탄도항에서 바라볼 때 규모면에서 제부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서해안 얘기를 하면서 갯벌 얘기는 하나마나 할 정도로 당연한 생태계이지만, 누에섬 또한 갯벌생물들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그런 곳이다. 이름이 누에섬이 된 것은 섬이 누에를 닮았기 때문이란다. 지도를 띄워 보니 진짜로 섬의 모습이 길쭉한 게 꼭 누에를 닮긴 했다. 거기다 인공 구조물이 섬 끝이 삐죽이 나온 모습을 보면 마치 누에에서 실을 뽑기 시작한 장면 같아 꿈틀대는 느낌마저 받았다.
누에섬에 들어가는 길은 외길, 콘크리트로 만든 도보가 전부이다. 도보가 목적이지만 갯벌 체험, 갯벌 어업을 하는 사람들은 작은 트럭을 몰고 들어가기도 한다. 길 양쪽으로는 갯벌이 펼쳐져 있고, 갯벌 위로는 발 빠른 작은 게들이 노닐다 인적을 느끼고 구멍 속으로 쏙쏙 들어가곤 한다. 흔한 생물로 고동도 널려 있다. 바위에는 굴 딱지들도 잔뜩 붙어 있다. 갯벌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갯벌 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해설사 가이드를 받으며 갯벌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참가비, 장화 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체험 가능한 물때에 맞춰야 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여행을 한 날은 7월24일 일요일이었는데, 마침 그날은 만조가 없는 날이라 하루 종일 갯벌이 열려 있었다. 진입로로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 갯벌이고 풍력발전기 세 기도 우람하게 서 있다. 풍력발전기 바닥면에는 발전기 관련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외부 마감은 누에 모양으로 해 놓았지만 전기 관련 시설이라 그런지 가까이 가게 되지는 않았다. 갯벌길을 천천히 10~15분쯤 걷자 누에섬이 나온다. 그냥 평범한 섬이다. 갯벌길에 비해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야트막한 뒷동산 높이의 산으로 이뤄져 있다. 산 꼭대기에는 등대 전망대가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면 서해의 너른 갯벌을 동서남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너무도 유명한 시화달전망대, 시화방조제, 대부도, 어여쁜 선재도, 영흥도로 이어지는 섬들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 낭만을 제대로 즐기려면 맑은 날 오후에 제부도에 들어가 산책하며 놀다 낙조와 함께 달빛 속으로 빨려 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여행만 떠났다 하면 비가 줄줄줄 내리곤 한다. 제부도에 들어간 날도 그랬다.
누에섬 산책로 초입에는 조금은 이상해 보이기도, 신기해 보이기도, 기묘해 보이기도 한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이름하여 ‘안테나 새’. 옛날 TV 옥외 안테나처럼 생긴 디자인에 얼굴은 새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각품이다. 그저 정물로만 서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조형물은 누에섬의 바람에 의해 서서히 회전하는 동력 장치도 지니고 있다. 안테나는 외부의 전파를 받아들이거나 이곳의 전파를 무작위로 보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새가 안드로이드와의 교신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호기심도 생기지만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저 근처 섬과 섬을 연결하는 소박한 전파 장치일 뿐이다. 근처에는 물고기 솟대 작품도 설치되어 있다. 솟대란 아시다시피 행운을 기원하는 전통 예술이다. 보통은 새를 올려놓지만 어촌 마을답게 물고기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생선들은 아마도 이 근처에서 살고 있는 어류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에섬은 작은 섬이라 들어가 인도를 걷고 섬을 돌아 다시 나오는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일정표를 살펴보면 갯벌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갯벌체험을 통해 생명의 다양성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체험 과정에서 채취하는 갯벌 생물들은 캠프로 가져가 깨끗이 손질한 뒤 조리해 먹기도 하고 갯벌에 다시 풀어주고 오기도 한다. 캠핑이 아닌 일반 가족 여행자들은 채취한 생물들을 갯벌로 돌려보내줄 것을 권한다. 집에 가져가고 싶다면 장비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도착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대부분이다. 갯벌 체험의 목적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경험하는 것인데, 그 일로 생명이 죽어나가서야 되겠는가. 누에섬은 물때에 맞춰 들어가야 한다. 만조 때는 당연히 못 들어 간다. 물때는 인터넷에 안산 탄도 물때표를 검색해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물이 차지 않을 때도 있다. 필자가 여행을 갔던 그 날이 그랬는데, 물이 제일 많이 찼을 때의 높이가 갯벌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길의 80% 정도 높이였다. 그 시간에 누에섬을 오가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물이 차지 않는 날 역시 물때표를 참조하면 된다. 누에섬은 취향에 따라 제부도보다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동산 곳곳에 피어 있는 주황색 나리꽃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착하고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일랑이는 바다 물결, 서해랑케이블카
요즘 제부도 일몰 시각은 오후 7시34분이다. 약 7시부터 낙조쇼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케이블카 안에서 일몰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당연히 7시34분에 탑승해야 한다. 여행의 목적 가운데에는 절정의 순간이 있다. 그날, 그곳, 그 시간이 아니면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그 찰나 말이다. 서해랑케이블카는 바다 위 약 30m 지점에서 약 2.12㎞를 운행하고 있다. 바람 등 운행 환경에 따라 10~1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낙조 속에 들어가고 싶고, 그를 위해 여행을 작정했다면 기를 쓰고 그 시간에 케이블카에 오르기를 권한다. 서해랑의 ‘서’는 섬 ‘서(嶼)’자로 제부도, 누에섬 등 작은 섬들을 뜻하다. ‘해’는 바다 ‘해(海)’. 탄도항, 제부도 일대의 바다를 뜻한다. ‘랑’은 물결 ‘랑(浪)’자로 물결 치는 제부도, 탄도의 바다 모습을 가리킨다. 종합해 보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는 일랑이는 바다, 섬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해랑케이블카는 네 가지 버전으로 운행한다. 비싼 것과 싼 것. 비싼 건 크리스탈 캐빈으로 바닥이 투명 소재로 마감되어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내내 30m 아래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탈 캐빈의 장점은 물론 생생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 케이블카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치료 또는 악화 효과를 주기도 한다. 고소공포증은 특히 혼자 있는 때 절정에 달하곤 하는데, 친구들과 우르르 올라 ‘왁왁’ 소리 지르며 수직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어? 별거 아니네’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몇 번 거듭해야 완쾌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과감하게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내성이 생겨 알레르기로부터 해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괜한 객기를 떨다 고소공포증이 더욱 악화되는 일도 있다. 일반 캐빈은 편안히 주변 바다를 감상하며 건널 수 있는 평범한 버전이다. 크리스탈과 큰 차이는 없는데, 여행자 대부분은 크리스탈을 선호하는 편이다. 덕분에 일반 캐빈을 선택한 필자는 대기 없이 금세 오를 수 있었다.
날씨만 좋다면 케이블카 안에서 대부 일대의 모든 섬, 바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바다 갈라짐길, 제부도 앞 바다를 미끄러지듯 순항하는 요트, 누에섬 풍력발전기 등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은 금세 흘러가지만 사진 촬영을 위한 작은 창을 열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케이블카의 풍경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짧지만 꽤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다. 특히 낙조 때 케이블카에 오르면 3년짜리 자랑 거리 하나가 생기는 것이라도 생각해도 괜찮을 것이다.
▶감성적인 제부도 산책
케이블카를 타고 제부도에 들어갔다면 골프카트, 바이크 등 제부도 순환을 위한 탈거리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섬 일주를 위한 골프카트는 운전자가 따로 있어서 여행자는 코스에 맞춰 편안하게 이동하면 되는 편리한 수단이다. 굳이 걷지 않고 제부도 산책을 이용하고 싶다면 골프카트를 권한다. 다른 종류의 탈것들은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사고 시 보험 처리를 빌린 사람이 알아서 해야 하는 등 법률적 쟁점 거리들이 있어서 조심해서 운전하거나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인사사고가 나도 빌려준 업체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니 신중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제부도는 섬 전체가 산책로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해안 데크 로드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애정하는 길이다. 이 길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예쁘기 때문이다. 제부도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최근 많은 여행자들이 즐기고 있는 요트 투어의 낭만적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낙조 때의 요트는 ‘다음 번에 꼭 타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데크에서 보는 요트도 멋진데, 실제로 요트에 올라 바다와 작은 섬들과 붉은 세상을 보는 감동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요트 투어는 제부도 요트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안 데크 로드의 두 번째 매력은 탑재산. 정상까지 25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제부도 바닷가 뒷동산이다. 사진 촬영 좋아하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섬에 들어가면 이른바 높은 곳에서 촬영할 장소 찾기가 만만치 않는데, 탑재산은 누구나 등산 데크를 이용해 쉽게 올라가 제부도 사방팔방을 내려다 보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꼭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이 얕은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섬들의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올라가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이 탑재산은 지구가 형성된 46억 년 전부터 5억4000만 년 전까지의 시간을 얘기하는데, 이 작은 섬 제부도 해안 데크 로드 옆 탑재산에 그 긴 세월을 보여주는 지질이 드러나 있다. 주인공은 ‘쇄설성 암맥’. 몇 억 넌 전에 형성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는 벌어진 규암 사이로 윗쪽, 그러니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최소한 탑재산 정상, 상상을 보태면 지금 탑재산보다 훨씬 높고 큰 지형에서 쏟아져 내려온 퇴적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탑재산은 그저 만만해 보이고 거친 동산에 불과하다. 제부도가 지금은 섬이지만, 46억 년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이곳은 어느 시절에는 거대한 대륙이었을 수도, 날카로운 산악지대였을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이 작은 흔적들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해안 데크 로드에 서서 잠시 쓸데없는 공상을 하고 계속 산책길을 걷는다.
제부도의 핵심은 역시 제부도해수욕장이다. 넓고 긴 해변은 낮에는 산책과 가벼운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합하고, 노을 지는 시간이 되면 낭만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의 해안선이다. 섬 전체가 관광지라 폭죽 등 다소 시끄러운 놀이도 암묵적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놀이동산과 음식점들도 이곳에 밀집해 있어서, 그야말로 놀고, 소리 지르고, 먹는 삼박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안선 끝에는 제부도의 지질과 풍경, 그리고 문화적 상징인 매바위가 있다. 지구의 시간을 말해주는 듯한 이 바위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퇴행성 암석들이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모습이 강렬하고 인상적이지만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권한다. 이 우뚝한 모습을 고이 간직할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가까이 접근해서 보는 것보다 거리를 두고 보는 게 더 멋지고 아름다우며 사진 앵글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요새는 여행만 떠나면 비가 와 당혹스럽기까지 한다. 우기 여행이라는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비 오는 날이 나쁜 날은 아니다. 맑으면 맑아서, 흐리면 흐려서, 비가오면 비가 와서, 눈 내리면 세상이 하얘져서 예쁜 게 우리 사는 곳 아니던가. 비 맞으며 걷고 사진 찍은 누에섬, 제부도 여행을 마치고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들어간다. 배추벌레처럼 천천히 게으르게 걸은 누에섬, 제부도 산책길을 이제 접는다.
[이야기가 있는 걷기] 제부도 한 바퀴
미디어펜 기사 등록일 : 2022-05-21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과 해상케이블카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제부도(濟扶島)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에 있는 섬이다.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 해안으로부터 서남서쪽으로 1.8㎞정도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0.972㎢다. 해안선길이 5.3㎞이고, 인구는 600여 명을 조금 넘는다.
제부도란 지명은 제약부경(濟弱扶傾)이라 일컬어지던 사람들에게서 유래됐는데, 그들이 송교리와 이 섬 사이의 갯고랑을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들은 부축하며 건네주곤 했다. 그래서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했다고 전한다.
이 섬은 만조 때는 바닷물에 둘러싸여 완전한 섬이지만, 간조(干潮) 때가 되면 섬과 육지 사이의 땅이 드러나면서 육지와 도로로 연결이 된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奇蹟)’으로 거론된다.
육지와 도로가 놓이기 전 제부도는 어업과 농업이 중심인 한적한 섬이었지만, 1980년대 갯벌 위에 도로가 생기고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주말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觀光地)가 됐다. 1990년대부터 각종 매체에 바닷길이 소개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화성시는 제부도와 전곡항(前谷港) 일대를,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쪽의 ‘제부도 해수욕장’에는 약 1.4㎞의 해안을 따라, 각종 횟집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이 해수욕장(海水浴場)은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따뜻한 공휴일엔 캠핑 야영객들로 넘쳐난다. 레저시설에서 놀이기구나 탈것 등을 이용하거나, 바지락 채취 등 갯벌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1980년대 도서지역 개발계획에 따라 제부도와 육지 간 길이 2.3km, 폭 6m인 왕복 2차로 도로를 개설했다. 잠수교처럼 도로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만조(滿潮) 시간에는 바닷물에 침수돼 건널 수 없다.
조수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큰 대조기에는 약 3시간 내외, 소조기에는 1시간 내외다. 최장 2~4일 간은 온 종일 바닷길이 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침수시간이 4~5시간인 때도 있다.
이에 따라, 미리 물 때 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 바닷길 진입 전에 있는 통제소(統制所) 전광판에도 그 날의 통행 가능 시간을 표시돼 있다.
바닷길이 닫혔다 열리는 시간대엔 양쪽 진입로가 대기차량들이 적체돼, 교통정체가 생긴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이라,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 및 공휴일 오후에는 양쪽 진입로 병목현상까지 더해져, 차량 대기 줄이 수km에 이르는 극심한 정체(停滯)를 나타낼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2022년 5월 ‘서해(嶼海)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새로 생겼기 때문.
서해랑은 제부도와 전곡항을 잇는 2.12km의 해상 케이블카다. 바다 위에서 제부도 바닷길, ‘누에섬’, 해상풍력, 마리나 등을 감상할 수 있고, 아름다운 서해안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부도는 남북으로는 2.3㎞ 동서로는 1㎞ 내외이고, 최고봉은 ‘탑재산’으로 66.7m이다. 또 남동쪽 구릉에는 해발 62.4m의 당산(堂山)이 있다. 섬 북쪽으로 ‘대부도’·‘선감도’·‘탄도’·‘불도’ 등의 섬들이 있다.
무려 20 몇 년 만에, 이 섬에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사당역(舍堂驛)에서 1002번 버스를 타면, 전곡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우리는 승용차로 케이블카 터미널로 바로 향했다.
서해랑 터미널은 발음이 비슷한 호랑이 표식을 달았다. 케이블카 요금은 일반이 왕복 1만 9000원 좀 넘는다. 꽤 비싼 편이지만, 타보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케이블카 안에서는, 전곡항 주변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박(碇泊)한 요트들이 많다.
반대편에서 케이블카들이 달려온다. 서로 교차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바로 앞서가는 것은 바닥이 투명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차량이다. 그 아래로 작은 섬이 보인다.
왼쪽 아래엔, 갯벌 가운데 모세의 기적 신비(神秘)의 바닷길이 굽어보인다. 많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힘겹게 왕래하고 있다. 편하게 케이블카로 가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제부도에 도착했다. 해변길을 걷기 시작했다.
섬 남쪽 끝, 제비꼬리 같이 삐죽 나온 지점이다. 요트 체험장도 보인다. 갯벌에는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도로엔 조랑말이 끄는, 멋진 마차(馬車)가 달려온다.
제비꼬리를 돌자, 바로 해수욕장이다. ‘Jebudo’ 조형물이 반겨준다. 멀리 갯벌 안쪽엔 ‘매바위’가 날카롭게 솟았다.
매바위는 이 해안의 상징이다. 약 20m 높이의 기암괴석이 마치 매의 부리 같다. 큰 것이 ‘신랑(新郞)바위’, 작은 것은 ‘각시바위’이고, 그 앞의 바위는 ‘하인바위’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서쪽을 바라보며 노을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먹이를 노리고 앉아 있는 매로도 보인다.
그 사이 해수욕장은 온통 텐트들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후를 즐긴다.
조형물 그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걷는다. 백사장(白沙場)에 들어섰다.
이제 밀물 때다.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위 도로변에는 횟집과 펜션, 민박 사이로, ‘제부 놀이 동산(童山)’이 있다. 놀이기구들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어느새 모래사장은 바닷물로 뒤덮였다. 황급히 길 위로 올라왔다.
제부도의 최고봉 탑재산이 눈앞에 우뚝하다. 그 밑을 돌아가는 해변 데크길이 뻗어있다.
서부 해안 매바위에서 이 데크 해안산책로까지는 해안사구(海岸砂丘)다. 파도에 밀려온 모래들이 쌓여 사빈(모래톱)이 발달했고, 다시 바람에 육지 쪽으로 실려와, 높게 퇴적된 해안사구가 생성됐다. 높은 곳은 약 2m에 이른다.
해안사구 표면에는 해안선과 비스듬한 각을 이루는, 비대칭형 물결 모양이 관찰된다.
데크 길 오른쪽, 탑재산 밑 절벽에는 ‘선캄브리아시대’ 규암(硅巖)의 벌어진 틈을 따라, 위쪽의 퇴적물이 아래로 쏟아져 만들어진, ‘퇴적형 쇄설성 암맥’이 나타난다. 이곳의 암맥(巖脈)은 크기가 다양한 둥근 자갈들로 이뤄져 있으며, 폭 약 30cm, 길이 5m 이상으로 큰 편이다.
오른쪽 위로 탑재산 오르는 계단이 있지만, 우선 해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해식애(海蝕崖)에 노출된 규암을 뚫고, 밝은 색 석영맥(石英脈)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지하 마그마의 열수작용과 열수광화작용(熱水鑛化作用), 광맥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이다.
데크 길 곳곳에, 다채로운 조형물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바다에는 요트들이 한가롭다.
이 해안산책로(海岸散策路)는 길이 1km, 폭 1.5m로, 선창에서부터 탑재산 주변을 돌아, 해수욕장 앞 일명 ‘말머리’까지 이어진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으로, 해안을 둘러볼 수 있고, 중간 중간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으며, 포토 포인트도 여럿 있다.
가족끼리,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걷는 길이다.
저 앞에 제부항(濟扶港)이 보인다. 전곡항과 함께, 경기도 내 5개 지방어항 중 한 곳이다.
방파제 옆으로 ‘피싱피어’가 길게 이어져있다. 피싱피어는 바다 위에 설치된 77m 길이의 다리로, 바다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낚싯대를 던지는 강태공(姜太公)들의 천국이다. 낚시만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부도의 명소다.
방파제(防波堤) 끝에는, 또 다른 제부도의 명물 ‘빨강 등대’가 우뚝하다.
이 등대의 정식 명칭은 ‘제부도항 방파제등대’다. 높이 9.3m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4초에 1번씩 불빛을 비추며,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의 뱃길을 인도해주는, 해상교통안전시설물이다.
등대 앞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인다.
‘제부 어촌체험(漁村體驗) 마을’을 지나 ‘아일랜드 펜션’을 돌아가면, 탑재산 등산로가 있다.
산길 입구 옆에는 사각정자 지붕을 갖춘, 둥근 우물도 보인다. 이 섬에서 처음 숲길로 들어섰다.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하지만 조금 오르니, 산 중턱에 ‘하늘둥지’라고, 포근한 새 둥지처럼 조성된 아늑한 쉼터가 나온다. 여기 조망도 제법 볼 만하다. 제부항과 등대(燈臺) 피싱피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조금 더 오르면, 곧 정상이다.
정상은 양쪽으로 조망이 탁 트여,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왼쪽은 제부항이, 오른쪽에는 대부도(大阜島)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탑과 송전선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가운데 앙증맞은 돌탑 옆으로, 하산길이 나 있다.
좀 더 내려가니, 바위 위로 또 귀여운 돌탑이 나타난다. 숲길은 ‘계절의 여왕(女王)’ 5월의 신록으로 가득하다. 잠시 후, 다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해수욕장 전체가 잘 내려다보인다.
다시 상점가로 내려와, 왼쪽 길로 나왔다. 여긴 섬 안길이다.
‘양지리조트’ 옆으로 나오니, 전원풍경(田園風景)이다. 배롱나무에 꽃이 피었다.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고, 또 다른 화려한 꽃이 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 간 피어 ‘나무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불리는,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듬성듬성 꽃나무를 심은 밭 옆을 지났다.
머지않아, 다시 반대편 해변가다.
도로변 횟집은 ‘황포(黃布) 돛대’란 간판을 달았다. 저 앞에 요트들과 함께, 해양경찰 경비정이 육지에 올려져있다. 잠시 더 길을 따라가면, 서해랑 케이블카 제부도 터미널이 보인다.
다시 케이블카를 잡아타고 제부도를 빠져나와, 전곡항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누에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있는 섬.
일명 햄섬[해미섬]이라고도 하며 누에처럼 생겼다 하여 누에섬이라 한다.
바위섬으로 섬 위에 약간의 소나무와 잡목, 풀이 자라고 썰물 때에는 탄도와 1㎞의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연결되어 있어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섬 주위에서 굴, 소라, 바지락, 낙지가 나며 연해에서는 새우, 게 등이 잡힌다. 수원이 풍부하여 식수 개발이 가능하다.
누에섬은 탄도에서 1㎞ 앞바다에 있다. 동경 126° 9˙, 북위 37° 5˙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은 0.4㎢, 길이는 1㎞, 폭은 100m, 둘레는 2㎞ 정도이다. 국유지로서 섬 위에 등대 전망대가 있다.
화성시 제부도 탐방지도
안산시 누에섬 지도
[화성시 제부도 & 안산시 누에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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