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 登仙
어제 일기예보에는 오늘 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만 잔뜩 끼었고 비는 올 것 같지 않다.
TV를 켜니 대구 경북에는 적으면 5mm 많으면 50mm 온단다. 그럼 팔공산은 5mm일까 50mm일까?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몹씨 갈등된다.
중간치로 보고 그 정도면 오랜만에 봄비 맞는 것도 괜찮다 싶어 비닐 우의와 작은 우산 하나를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골목을 나서니 아파트 울타리 옆에서 장미가 나를 전송한다. 잘 다녀 오시라고.....
그러마고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출발점에 도착하니 강민본, 박주식, 서기성, 양태지가 와 있었고, 약속시간이 지나서도 더 이상 올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까지 모두 5명이다.
나를 전송하는 장미
출발이 참 좋다.
구름이 끼어 덥지 않고, 바람이 없어 혼란스럽지 않다.
그런데 중턱에 이르렀을 무렵 비가 내린다. 그 것도 제법..........
모두들 집을 나설 때부터 봄비 맞을 각오를 한 모양이다. 우산 준비한 것을 보니......
안개 자욱한 비오는 산길, 이러한 길을 걸어가는 이 기분 !. 무어라 표현해야 할 지 ... 참으로 좋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이 높은 산 속에 왠 개구리 울음소리가 이렇게 요란한 지......
높이 오를 수록, 비가 세찰 수록 개구리 울음소리는 거짖말 같이 더욱 요란하다.
갑자기 아비 청개구리가 임종하면서 평소 꺼꾸로만 가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냇가에 묻어달라면 산에 묻어줄 줄 알고 내가 죽거든 냇가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는 청개구리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데 여기는 시냇가도 아닌 산 만뎅이인데 여기서 울기는 왜 울어?..........세상이 미쳐 나데니 너도 같이 미쳐 나데는가?
자 ! 여기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항이 발생했다.
평소처럼 묵밭에 점심상을 차리자니 비를 맞으며 먹어야할 판이니 그럴 수가 없다. 그러하니 여기서 산행을 그만 중단하고 하산할 것이냐. 아니면 아직 시간도 충분하니 하산하여 케이불카를 타고 다시 신림봉식당이나 정자로 올라가서 거기서 점심을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들 여기서 신림봉까지 절반은 온 것 같으니 이왕 내친 김에 신림봉까지 그대로 올라가자고 한다. 그래서 우중 산행은 계속되었다.
안개 자욱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세 개구리 울음도 그치고 비도 멎었다.
그래서 우산을 접고 산길을 오르는데 仙境이 있다면 이게 선경으로 오르는 길이 틀림 없다.
드디어 눈에 익은 바위가 나타났다. 이 곳은 깔딱고개로 올라오면 만나는 삼거리다. 이 바위로 인해 神臨峰이 가까워 젓음을 알 수 있다.
갈 수록 안개는 짙어지고.....仙界로 오르는 길을 잘못 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신림봉에 올라섯다.
그랫더니 소원바위가 우리들에게 소원하는 바가 무었이냐고 물었다.
우리들이 말했다. 뭐 소원이랄 정도는 아니고, 이 곳이 신선들이 산다는 동리(峰)라 하니 신선들의 살림살이가 어떠한지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했다.
소원바위가 하는 말이 선들은 비가오는 바람에 세상구경을 나가서 늦게 돌아올 것이니 만나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 대신 옆의 仙界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매점에 가서 不老酒를 사마시면 스스로가 신선이 될 것이니 그리 해보라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不老酒 2병을 사들고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은 瑞雲에 가려 下界를 내려다 볼 수 없어 신선들은 어디로 갔는 지 찾을 길 없고, 동자는 오랫만에 해방을 맞았는지 不老茶 끓이던 화로를 버려두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래서 신선이 쉬어가는 神臨亭으로 왔다
不老酒 2병을 이곳에서 비우니 모두가 신선이 되었다.
이제 下界로 내려갈 시간이다.
내려오는 길에 짙은 안개로 길을 잘못잡아 엉뚱한 곳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리 큰 오차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는데,
下界를 내려오자 신선이었던 몸이 인간으로 다시 화신하니 비도 다시 오기 시작한다.
팔공온천장에 이르렀을 무렵 비가 다시 그쳤다.
온천 욕조 속에서 2시간 여 동안 신선이 되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온천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동구시장에 들러 선계에서 마시던 불로주를 구하여 마시며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