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진료도 내 돈 내고…기본의료 무너지는 캐나다
연방선거 앞두고 건강보험 공공성 시험대 올랐다
캐나다 전역에서 회원제 사설 클리닉이 기초의료를 유료로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누구나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기존 공공의료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클리닉은 기존 환자에게 “앞으로 진료를 원하면 연간 수천 달러를 내야 한다”고 통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총선을 일주일 앞둔 현재, 의료 공공성 문제는 주요 정책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성인 약 650만 명은 주치의나 간호 실무자가 없는 상태다. 특히 시골과 중소 도시에서는 진료를 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밴쿠버에서 진료 중인 리타 맥크래큰 가정의학과 의사는 “회원제 클리닉의 급증은 보건의료의 공정성과 접근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클리닉에서는 의사에게 “400명만 진료하면서 고소득을 보장하겠다”며 영입 제안을 하고 있다. 공공의료 시스템에서는 의사 1명이 평균 1,2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
문제는 이들 사설 클리닉이 의료 마사지, 예방 검진 등 ‘부가 서비스’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기초진료 자체가 유료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타리오주 배리에서는 기존 주치의로부터 “앞으로도 진료를 원하면 연 4,245달러를 내야 한다”는 이메일을 받은 환자도 있었다. 금액은 환자의 나이 등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퀘벡주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설 진료가 일부 허용된 이 지역에선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주치의 없이 지내고 있다. 몬트리올 외곽 보드리유의 한 회원제 클리닉은 15분 일반 진료에 150달러, 건강검진은 300달러를 받는다.
캐나다 보건법은 소득과 무관하게 필수의료는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 원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각 주에 의료 재정을 지원하며, 위반 시 해당 비용을 환수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MRI, 백내장 수술, 낙태 등 일부 진단·수술 서비스에 대해 제한적으로 환수 조치가 있었지만, 기초진료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2022~2023년 기준, 캐나다 국민이 개인적으로 부담한 필수의료 비용은 약 6,200만 달러에 달한다. 퀘벡과 BC 주민들의 부담이 가장 컸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가상진료나 간호사 진료 등 기본 진료의 본인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올해 1월에는 간호사·약사·조산사 등 보건 인력의 필수의료 서비스도 공공보험 혜택에 포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원제 사설 클리닉의 확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 시스템 내 대기시간이 길고 지역 간 격차가 커지면서, 환자들이 “돈을 내고라도 빨리 진료받겠다”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맥크래큰 박사는 “이제는 각 주마다 기초진료의 최소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연방 정치권이 이를 보장하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