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Sumathi Reddy
열쇠를 분명히 어딘가에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원래 놓는 자리인 문가 바구니 안에는 확실히 없고 열쇠 찾느라 회사 갈 시간은 벌써 20분이나 늦었다. 부엌 조리대, 침대 옆 탁자, 책장, 회사 가방… 그러다 잠깐! 어젯밤에 갖고 들어온 우편물 아래 있었네.
- 숨겨진 물건 찾기(답은 기사 맨 밑에).
뭔가를 잃어버리는 (그리고 잊어버리는) 건 성가신 일이지만 이런 경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9가지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둔다. 2012년 영국 보험회사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분의 1이 하루 평균 15분을 물건 찾는데 보낸다고 답했다. 가장 자주 없어지는 물건은 휴대폰, 열쇠, 서류였다.
매일 뭔가를 깜박깜박한다고 해서 알츠하이머나 치매 같은 질병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질 수 있긴 하지만 사소한 단기기억장애는 모든 연령대에서 흔히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피로, 멀티태스킹이 이런 실수를 할 확률을 높인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실수가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같은 심각한 이상과 연관된 것일 수도 있다.
‘기억의 일곱가지 원죄(The Seven Sins of Memory)’의 저자인 다니엘 셱터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의력과 기억력의 접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두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기억을 작동시켜 우리가 하는 일을 부호화(encode)하지 못할 때와 기억을 인출(retrieve)하려 할 때다. 케네스 노만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기억을 부호화할 때면 기억활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뇌의 해마상 융기가 이를 기록해 뉴런(신경단위)에 보관한다. 이들 뉴런은 나중에 어떤 힌트를 주면 활성화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내려놓을 때나 부호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집중해야 한다. 기억을 부호화할 때와 인출할 때의 상태가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허기진 상태로 집에 들어와 어딘가에 열쇠를 두었다가 나중에 열쇠를 찾으려 하면, 더이상 허기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억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때 물리적, 정신적으로 자신이 한 일을 되짚는 것은 효과가 있다. 집에 들어왔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보는 것이다. 노만 교수는 “뇌가 처음 기억을 부호화할 때와 유사한 상태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독일 연구진은 건망증과 주의 산만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가 소위 ‘도파민 D2 수용체 유전자(DRD2)’ 변이를 지니고 있어 건망증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 중 75%가 건망증 가능성을 높이는 변이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연구의 주저자인 세바스찬 마케트 본(Bonn)대학 신경과학과 교수는 “건망증은 상당히 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500명을 대상으로 단기기억장애, 지각적 실패(정지 신호를 보지 못하는 것), 정신운동 실패(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부딪히는 것)에 관해 질문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응답자들은 분자유전검사를 위한 타액 샘플도 제공했다.
마케트 교수는 이런 건망증의 절반 정도는 유전적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십가지 유전변이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주차장, 하지만 다른 자리에 주차할 경우 어디다 주차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건 심리학자들이 순행 간섭(proactive interference)이라 부르는 것 때문이다. 새 정보의 학습이 이전에 학습한 정보 때문에 방해를 받아 기억 인출을 어렵게 하는 현상이다.
캘리포니아 소재 솔크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은 뇌가 해마상 융기의 치상회(dentate gyrus)에 유사하지만 구분된 기억들을 기록한다는 걸 발견했다. 유사하지만 결코 똑같지 않은 기억이 부호화되고 인출될 때 서로 다른 뉴런 집단이 활성화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어쩌면 무엇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해내는 최선책은 물건마다 두는 곳을 정하는 것일지 모른다. 독서할 때 쓰는 안경은 침대 맡에 두고, 휴대폰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충전하고, 열쇠는 문가에 놓인 통에 두거나 핸드백 안에 열쇠 넣는 주머니를 따로 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메모리 피트니스 ─ 성공적 노화를 위한 지침서(Memory Fitness: A Guide for Successful Aging)’의 공동저자인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의 마크 맥다니엘 교수에 따르면 효과적인 테크닉 중 하나는 “난 지갑을 서랍장 위에 놓는다”라고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는 환경 단서와 연관지어 미래에 할 일을 시각화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슈퍼에 가서 닭고기와 아보카도, 상추 사는 일을 기억하고 싶으면 슈퍼 안의 야채와 고기 코너, 그리고 살 물건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슈퍼에 갔을 때 단서가 되 줄 것”이란 설명이다.
뇌의 인지기능, 특히 처리속도는 20세에 절정에 달해 이후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멀티태스킹과 기억 인출 등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그 샤레 오하이오주립대 웩스너의료센터 신경과 의사는 사소한 단기기억장애는 스트레스, 우울증, 수면성 무호흡 등과 관련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약물도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츠버그에 거주하는 로젠 홀리(60)는 쉼없이 멀티태스킹을 한다. 의료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남편 사업을 돕고, 가족재단을 운영하고, 앞 못보는 91세 노모와 여고생 딸, 애완견을 돌본다.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목록을 적는 것은 물론 손에 메모도 한다. “어떨 땐 손가락마다 적고 손에 가득 적고도 모자라 팔에도 적는다.”
그런데도 지난주엔 점심 때 친구를 데리러 가야 하는 걸 잊어버리고 대신 딸 학교엘 갔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슈퍼에서 뭘 사는 걸 깜박하는 건 다반사다.
딱 하나 잃어버리지 않는 건 메모장인 듯 하다. 2년 전엔 새로 산 후 한번도 입지 않은 보라색 스웨터를 잃어버렸는데 “‘보라색 스웨터 찾을 것’이라고 적힌 메모장은 그대로”라고 한다.
답
- 1휴대폰, 2열쇠, 3선글라스, 4핸드백, 5우산, 6은행카드, 7태블릿, 8서류, 9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