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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안
"아우, 정말 이 골목 올 때 마다 죄 짓는 느낌이야."
"지랄하네"
"진짜라니까? 나 나가있을까?"
"미친년. 기다려."
"알았으니깐 저쪽으로 보고 쫌해 !"
"바람이 불어서 그쪽으로 가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씨. 그래도 간접흡연이 더 나쁘잖아 !!"
"금방 끝내니깐 기다려. 5분도 안걸려."
14일, 졸업식을 마친 오늘.
친구들과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마친 후 친구집에서 준비를 마치고 시내에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저녁을 먹고 시내에 오면 항상 가는 골목으로 들어왔다.
나이킈 매장와 퓨먀 매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한 두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그런 골목이었다.
우리가 갈 때면 몇 몇 여자 얘들이 모여서 담배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중에 유일하게 담배를 피지 않는 나와 나랑 단짝인 친구.
코를 막고 내 친구들이 피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말린 다고 해서 안 필 친구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퉷. 가자."
"오늘 졸업식이여서 딴 학교 녀석들도 만만치 않게 많을 텐데
자리 없는거 아냐?"
"그럼 딴데 가지뭐."
"흐응. 일단 자주 가는데 가자."
"오키. 류지. 신분증은 빌렸어?"
"응. 신꼬한테 빌렸당. 그런데 은영이는?"
"조작"
"아하. 빨리 가자 , 추워."
졸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90년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와 은영이는 빌리고 조작하는 인생이 되어버렸다.
은영이는 잘 모르지만, 난 종종 빌려서 출입불가능한 업소를 다녔기 때문에
이젠 무덤덤할 뿐이었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이 아닌 짝꿍이 자주 가는 술집으로 갔지만
거긴 이미 단체석으로 꽉 차있는 상태였다.
꼴을 보아하니 막 졸업한, 같은 동기생들이었던 것.
하는 수 없이 우린 그곳에서 나와 1~2000원 정도 비싸지만
그래도 괜찮고 자주 가는 곳이라 손 꼽히는 그 곳으로 갔다.
.하루에
"몇 분이세요?"
"5명이요."
"4자리 남은 것 밖에 없는데.."
"아, 괜찮아요. 막 앉으면 되요."
"이쪽으로."
역시 여기도 시끄러웠다.
올 때 마다 시끄럽긴 했어도 오늘 처럼 시끄럽진 않았는데.
의자 하나를 마련해주시는 알바생 언니.
구두를 벗고 편하게 앉아 M.net 을 보고 있는데 주문하란다.
"첨부터 세게 먹지 말자.
그냥 레몬소주로 간단히 하고 클럽 가야지."
"그러지뭐. 레몬소주 500cc 셋 주세요.
그리고 안주는 이걸로 주시구요."
"네."
나름 귀엽게 생긴 알바생 오빠는 몇 자 끄적이더니 어디론가 사라지셨고
술집은 처음이라는 내 친구.
이제 슬슬 적응하면 된다며 난 옆에서 살짝 말해줬고 M.net을 계속 봤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는 담배 냄새.
역시, 세명의 친구들이 담배를 꺼내어 자랑스럽게 피고 있었다.
"그런데 레몬소주도 계속 마시면 은근히 취하니깐 적당히 마시셩."
"진짜?"
"난 별로 모르겠던데."
"당장 그러는건 아닌데 나중에 좀 띵 하더라."
"그래?"
레몬소주는 이 곳에서 직접 만드는데 향도 좋고 그렇게 술 같지 않았다.
레몬에이드 같은?
하지만 짝꿍은 은근히 취하니까 적당히 마시라며 타일렀다.
곧 주문한게 나왔고 잔에 따라주는 짝꿍.
"자자. 졸업했으니깐 한잔 해야지?
뭐, 소맥양이 아니지만.
우린 이차가 있잖아? 졸업축하한다."
"성공하기!!!"
"씨발,난 이뻐질꺼."
"화이팅 !!!"
짠.
작은 백세주 잔 5개가 서로 부딪혔고
백세주 잔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색 과 향이 좋은 레몬소주.
소맥양을 제외하고 자주 마시는 술이 있다면 레몬소주였다.
가끔 아주 간단하게 즐겨마시곤 하는데 오늘도 여전히 좋은 것 같다.
한 두시간 정도 앉아서 얘기 하고 마시고 하다가 11시 되는 것을 보고 계산 후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하루에 밑에 있는 몽키 클럽.
다른 사람들은 프로그엘 자주 가는 지 몰라도 난 몽키가 제일 좋았다.
내 친구들도 몽키를 자주 갔었다 했고.
나랑 같이 담배 안 피는, 그리고 술집도 처음이라고 했던 단짝친구는
클럽도 처음이라며 잔뜩 기대 하고 있는 듯 했다.
※ 단짝은 제일 친한 친구구요.(항상 같이 하는 친구)
나머지 세명은 (짝꿍, 그리고 짝꿍이랑 제일 친한 친구 둘)
반친구이긴 하지만 거기에서 좀 더 특별한?.
놀 때 함께 놀고 한 건 아니지만 졸업식 만큼은 함께 하게 되었어요!
.
.
빌린 신분증을 당당히 보여주고, 조작한 신분증을 당당히 보여주고
사물함 열쇠를 받은 후 가방을 모두 넣고 클럽안으로 들어왔다.
....와.
매번 왔던 그 때 보다 사람은 정말 많았다.
올 때 많았던 적도 있긴 있었지만 오늘 만큼은 아니었는데 ...
아무래도 졸업 이란 큰 타이틀 때문인 것만 같다.
처음엔 살짝살짝 흔들었다. 나는.
단짝 친구는 처음이여서 그런지 그냥 고개만 까닥까닥 거리며 둘러볼 뿐.
나머지 세명은 처음부터 현란하게 춤을 췄다.
앞에 사람이 너무 많이 뒤에서 추면서 조금씩 파헤치며 들어갔고
결국엔 앞 까지 와서 열심히 추기 시작했다.
"응?"
사람들이 많아서 부딪혀 가며 춤추는 건 당연했지만
이번엔 느낌이 좀 남달랐다.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던 것 같은 나.
나랑 눈마주친 짝꿍은 픽 - 웃으면서 잘 추라고 입모양만 뻥긋했다.
그런데 난 추는건 즐겨도 부비부비는 그닥 즐기지 않는 편.
또한, 즐긴다 하더라도 얼굴을 떠나서 너무 들이대는 녀석들은 느낌이 드럽다.
그래서 항상 피했는데 , 이번에도 역시 피했다.
얼굴이 괜찮던 안 괜찮던 너무 들이대면 정말 기분이 드럽기 때문.
왠지 변태 같은? . 후후.
옆에서 단짝 친구가 왜 그러냐며 크게 물어왔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며 싱긋 웃어 줄 뿐, 한 번 찌푸렸던 미간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단짝친구랑 소정이랑 놔두고 은영이랑 나랑 짝꿍이랑 잠깐 나왔다.
덥기도 더웠고 나갔다 들어오자는 의견이 통일되었기 때문.
밖에서 좀 앉아 있으면서 짝꿍이랑 은영이 담배 피는거 보면서
사람들 지나다니는거 구경했다.
친구들 담배 다 피고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들어갔다.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친구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있었 던 자리로 갔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몸을 흔들고 있는데
눈에 띈 내 단짝친구.
....오호. 부비부비.
클럽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한 녀석에게 잡혀 춤을 추고 있었다.
뭐, 몸을 흔들며 추는게 아니라 그냥 까닥까닥 거리는 정도?
그리고 나랑 비슷하게 스킨쉽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여서
남자의 스킨쉽에 표정이 별로 안 좋았던 것이었다.
둘러보니 소정이 또한 한 녀석과 부비부비.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둘은 친구라나 뭐라나.
그러다가 또 뒤에 남다른 느낌이 났고 이번엔 그냥 췄다.
한 시간 정도 추다가 그만 가보겠다며 인사하고 나가는 남자.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에 구석으로 가서 기대어 숨을 고르던 찰나
짝꿍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역시, 춤을 제일 잘추는 내 짝꿍
남자 세명에게 둘러 쌓여 춤을 추고 있었다.
나도 싱긋 웃어 주며 다시 원래 자리로 나와 조금씩 춤을 췄다.
그러다가 또 남다른 느낌.
이번엔 정말 남달랐다.
그저 부비부비 하려는 그런 녀석들도 아니고, 변태같은 드러운 느낌의 부비부비도 아니었다.
이 사람도 처음인 마냥 수줍어 하는 그런 느낌의 부비부비?
나도 부비부비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여서 살짝살짝 추는데
조금씩 뒤에 있던 녀석의 손이 허리에 올려지는가 하면 난 움찔 거렸다.
부비 출 때 마다 왜 이렇게 적응이 안되던지.
잦은 스킨쉽이 있을 때 마다 움찔하는게 일이었다.
그때 폰을 보니 시간이 새벽2시 정도였는데 왠지 오래 출 것 같은 느낌.
알고 보니 이 녀석도 내 단짝 친구의 파트너와 소정이 파트너랑 친구.
어느새 은영이 파트너도 있었는데 그 녀석도 모두 같은 친구였던 것이다.
아쉽지만 짝꿍은 다른 사람과 계속 춤을 췄고
우린 같은 공간에서 서로 장난 쳐가며 춤을 췄다.
"몇 살이세요?"
"네?"
"몇 살 이시냐구요."
클럽안에서 대화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끄러운 음악이 문제 였겠지.
하지만 용케 알아 들은 나는
"오늘 졸업했어요."
"어느 대학교 다니세요?"
와, 이 남자에겐 잘 들리나 보다.
"부끄럽지만 계명대 다녀요."
"아."
그리고 더 이상 말은 없었다. 그냥 추기만 했을 뿐.
그런데 이 남자, 조금 분위기가 다른 친구들과 달랐다.
힘을 쭉 뺀 것 같은 느낌?.
날 꼭 끌어안고 기대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이 녀석이 움직이는대로 움직였다.
이 녀석의 숨소리가 귓가로 들려오면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힘든 일 있으신건가?'
혼자만의 생각.
그러다가 몸을 돌려 마주 보고 서서 춤을 췄고
더워서 손으로 부채질 하면 이 남자도 같이 부채질 하며 나에게 바람을 제공했다.
고맙다고 싱긋 웃어 주었고, 많이 덥냐고 물어오는데.
"잠깐만요."
"네."
잠깐 친구 한명과 나가는 이 남자.
뭐지? 싶어서 멀뚱 바라보다가 다시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몇 분 후 눈 앞에 보이는 무언가의 정체에 살짝 놀랬지만
곧 이 남자가 사온 생수 라는 것을 알고 고맙다며 한 모금 두 모금 마셨다.
물은 친구들에게 전해졌고 다시 춤을 췄다.
잘 추다가 갑자기 볼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이 남자.
또 움찔.
허리에 손을 얹히고 팔 잡고 살짝 껴안고 추긴 췄었지만
얼굴에 얼굴이 닿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놀랬지만 알 수 없는 느낌에 그냥 가만히 있었고
그러다가 서로 이마끼리 마주 한 채 춤을 추는데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정말 내가 변녀인건지 본능인건지 모르겠지만
이마 끼리 마주 하고 있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로 향하는데
왜 하필 입술이 보이는건지.
...아으. 나 정말 왜 이러냐. 또 긴장 할 것 만 같은 이 기분.
.
.
옆에 친구들과 장난 쳐가며 춤을 추다가도
날 꼭 껴안고 그냥 살짝 살짝 움직이다가도
조금 서서 쉬기도 했다.
그러다가 화장살이 가고 싶어져 단짝친구랑 같이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고선
그 곳을 잠깐 빠져나왔다.
"꺄. 류지 !!! 니 파트너 짱 잘생겼다 !!"
"뭐?"
"얼굴 안 봤어? 진짜 잘생겼던데 !!!
정성영 삘 이라더라구 !! 나 뻑 갈 뻔 했잖아 !!"
"에이, 설마. 춤만 추긴 하는데
그 녀석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껴안고만 추더라고. 조용히.
그래서 얼굴 볼 새도 없었다뭐.
이마 마주하고 추기도 했는데 제대로 볼 수가 있어야지."
"그래두 짱이라니깐? 나중에 한 번 봐바!!!
키도 크구, 슬이가 나한테 와서
쟤들은 무슨 모델커플 이나면서 막 그랬었는데 !!!"
"짝꿍이?"
"응!!! 내 파트너도 매너 있고, 오백원도 줬다?"
"큭. 그러냐. 나가자."
단짝 친구랑 화장실에서 손 좀 씻고 거울 좀 보다가 다시 그 곳으로 갔다.
그런데 왠 일?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나랑 출 때 친구들은 다 펴도 이 남자는 피지 않았었는데.
날 위한 배려였을까?
날 발견했는지 몸을 돌려 나머지를 다 피우고 빨리 바닥에 버려 발로 밟아 끄기 시작했다.
부비부비 해왔던 남자들 중 최고인 것 같다.
뭐,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눈이 좀 높고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
단짝 친구의 말을 생각해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키가 작아서 미안해요."
"네?"
"키가 작아서 미안하다구요"
"아, 괜찮아요. 제가 큰 걸요.....아, 또 부끄러움."
"그래도 비슷한 키가 전 편해서 좋은데요?"
"아, 그럼 다행이구요.
여자가 크니깐 부담스러울 까봐, 전 춤 출 때 마다 좀 부끄럽더라구요."
"뭐 어때요. 매력 있는데."
"고마움."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어렵게 주고 받은 말 들.
처음에 키 얘기가 나오자 마자 난 또 급 당황 하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나랑 비슷하긴 했지만 엄연히 나 보다 크긴 컸으니깐.
그리고 난 키큰 와중에도 3cm 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비슷했지
1cm 신거나 맨발이라면 조금 더 클지 모를 이 남자였다.
나 이상형이 키큰 남자여서 그런지 조금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노래들이 줄줄이 흘러 나오다가 처음으로 모르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춤을 추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아, 기분 드러웠다.
껴안고 추던 중 내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고개를 살며시 들어 날 바라보는 듯 했다.
내가 눈짓으로 뒤를 가르키자 아 - 거리며 바라보더니 위치를 바꿔 주는 이 남자.
위치를 바꾼 덕에 난 내 뒤에 있던 남자가 누군지 볼 수 있었는데
외국인이었다. 으아 -
그것도 제일 싫어하는 깜둥이!!!!!!
고1 해운대에서 놀다가 깜둥이한테 물속에서 발목 잡히는 일이 생긴 이후로
내가 훤칠한 외국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깜둥이는 정말 싫어했던 계기가 되었다.
인상을 찌푸렸다가 날 바라보는 이 남자 시선에 다시 웃었다.
"괜찮아요?"
"네?네. 고마워요."
음, 뭐라고 설명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DJ 앞쪽에 춤 추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엔 외국인 남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가끔씩 위를 올려다 보면....
역시 외국인이여서 그런가, 좀 부끄러운 자세로 추는 장면이 많았다.
그 때 마다 같은 곳을 보고 있으면 왠지 부끄러워 지는.
..
어느덧 5시가 되었고 슬슬 마칠 시간이여서 사람들도 좀 빠져나가는가 하면
우리도 갈 시간이 되었다.
이 남자와 그 친구들도 갈 생각이었는지 서로 준비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나와 밖에서 서성이는 우리들.
"아 존나 재미있다."
"내 파트너 졸라 귀여움 !!!"
"내 파트너 매너 짱 !!!"
서로 자기 파트너 자랑 하기 바빴다.
짝꿍은 비록 우리랑 췄던 얘들의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괜찮았다며 얘기 늘어 놓기 바빴고
단짝 친구는 내 파트너가 제일 괜찮았다고, 그리고 소정이 파트너가 괜찮았다고
주절주절 많은 얘기를 늘어 놓았다.
"짝꿍, 나는 무슨 너거가 모델 커플인 줄 알았다니깐?"
"아. 아까전에 들었당."
"씨발, 키 작아서 서럽드라."
"왜, 난 작은게 좋다니깐? 커도 안 좋아.
남자들이랑 키 맞추는게 어렵잖아."
"씨발, 맞을라고. 어쨌든 니 파트너 키 컸으니깐 좋았겠네?"
"응, 나도 좀 좋긴 하더라. 풉."
클럽 앞에서 이런 저런 얘기 하며 서성이고 있던 찰나
단짝 친구 파트너가 다가오더니 자러 갈래? 이런다.
헐 .
헐 .
급당황한 우리는 찜질방 갈거라며 거절했는데
이 녀석 웃으면서 이상한 생각하지 말라고, 찜질방 가는 뜻이었다며 말했지만
그래도 같은 찜질방 가기엔 좀 그랬기에 거절했다.
우리에게 다가온 녀석이 단짝친구에게 번호 알려주며
연락 하라는 말과 함께 그 녀석들은 가버렸다.
난 끝까지 나랑 췄던 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비로소 밝은 곳으로 나와 얼굴을 봤으니깐.
뭐, 제대로 본 것도 아니고 얼핏 본 거였지만 괜찮은 것 같았다.
우리도 조금 돌아다니다가 찜질방으로 들어와 씻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잠 들었다.
.
.
.
오후2시가 되어서 일어난 우리들은 또 대충 씻고 아침 겸 점심인 식사를 마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와서 얼마나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나랑 췄던 녀석이.
나랑 비슷했긴 했지만 나보다 엄연히 키가 컸었고
매너 또한... 있었던 것 같았다.
물이며 담배며, 자리 위치며...
자세히 보진 않았지만 얼핏 봐서는 외모 또한 괜찮았던 것 같았고.
이 순간 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녀석을 생각 할 수 없었다.
뭐, 생각 나지도 않았고.
"....아쉽다. 연락처라도 물어볼 걸."
하지만 부끄러움이 심하고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번호를 따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언젠가는..또 보겠지뭐.
윤갱한테 번호 줬었으니깐."
내 단짝친구 별명 윤갱.
..
14일, 졸업이 있고 15일 새벽까지 놀던 우리들.
16일, 17일이 지나도록 클럽에서 있었던 얘기만 했고
처음갔었던 윤갱은 재미들렸는지 또 가고 싶다며 계속 말했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만나서 얘기를 나눈게 아닌 문자 나 전화로.
하루하루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가 21일인 오늘.
윤갱에게 문자가 왔었다.
- 류지 !!!! 그때 클럽에서 만난 얘들이랑 연락 됬는데
내일 클럽 안 갈래?
- 내일?
- 응!! 지친구들도 다 데리고 올거래 !
- ..쉬고 싶은데, ..
- 가자가자, 응?! 만났던 얘들 또 만날 수도 있잖아 !
- .. 아, 정말? 그때 나랑 췄던 얘도?
- 음, 그때 온 친구들 다 데리고 온댔으니깐 아마도?
- 그래. 그럼 시간하고 다 잡고 다시 연락 줘.
- 응!!
들뜨기 시작하는 내 마음.
나 왜 이럴까.
그 때 그냥 한순간이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서울에 그 자식은 어쩌고.
.....이럴때 만큼은 정말 B형 같기도 하다니깐? 픽.
바람둥이 같은?
뭐, 사귀며서 딴 남자 보고 그러는건 아니지만.
얼핏 비슷한 상황 인 것 같아서.
짝사랑, 그러니깐 좋아하는 남자 있으면서 다른 남자에게 흔들리는 이 현상.
"...류지영...너 뭐냐, 정말...
맨날 스스로 지조 있는 여자 되자며 짓걸이더니
이게 뭐하는 .. 짓이냐. 휴."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한 때 나만의 생활 신조였던 [지조있는 여자가 되자].
요즘은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속으로 지니고 있던 말인데
한순간에 이렇게 흔들릴 줄 누가 알았나 뭐.
윤갱이 니 보지도 않는 그 자식은 그냥 이제 잊으라며.
니 파트너랑 연락 되고 만나게 되면 걔랑 잘해보라며 말했었지만
그게 한순간에 정리 될 문제가 아니니깐, 사람 마음이라는게 ..
어쨌거나 내일 있을 만남에 또 기분이 들떴다.
22일. 금요일.
우린 또 몽키로 향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은 클럽데이.
그래서 그런지 졸업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역시 많았다.
입구에 서서 신분증을 보여주기 전. 우리들은 그 앞에서 서성이며 얘기를 나눴다.
"걔들 안에 있어?"
"응!"
"그런데 2명은 못 왔대!
양산에 운동하러 갔다던데?"
"양산까지? 아쉽다."
..설마..
"아참, 류지야! 니 파트너 운동 때문에 못 왔다고 하던데..."
"아, 그래?"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은 했지만 기분이 급 다운.
춤 추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 만날 거란 기대감에
나름 신경써서 나왔는데 ...
그럼 결국 두명 왔다는 소린데...
윤갱 파트너랑 한명 빼고 나머지 우린 그저 따로 즐겨야겠군.
"..픽.."
친구들 모두 들어가고 조금 늦게 뒷따라 들어간 나.
조금 허무했다.
허무할 수 밖에 없었다.
올 생각이 없었던 난, 그 녀석을 다시 만날 거란 생각에 왔었기 때문에.
...올 이유가 사라져버린 난, 그저 힘없이 클럽안으로 들어왔다.
역시 클럽데이여서 사람은 그 날 처럼 많았고
윤갱은 어느정도 적응 됬는지 윤갱 파트너의 잦은 스킨쉽에 가만히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은영이 파트너였는데 조금 놀다가 가버렸다.
윤갱을 제외한 우리는 우리끼리 그냥 몸을 흔들며 즐겼다.
그러다가 클럽오면 매번 있는 일 마냥 부비부비 들어오면 느낌에 따라서
거절하거나 추거나. 둘중 하나였지만 그닥 기분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거절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 녀석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까.
아, 윤갱 파트너랑 말 놓고 지내는 것 보면 동기인 것 같기도.
그러고보면 걔들도 졸업해서 왔다고 했었던 것 같으니깐.
이름이라도 알고 싶은데....후.
3~4번 부비부비 들어왔지만 구석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피했고
그러다가 마지막엔 그냥 부비부비했다.
친구들 다 즐기는데 나 혼자 힘없이 있기엔 미안하기도 했으니깐.
익숙한 노래들이 하나 둘 지나가고 빅뱅 거짓말이 나오면
여느 때 보다 환호 소리는 무척 컸다.
빅뱅 거짓말 스냅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친구들은
거짓말 댄스를 살짝 살짝 추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음악이 끝나고 또 익숙한 텔미 노래가 나오면
거짓말 못지 않은 환호 소리가 들려오며
텔미 춤을 췄다.
스윽.
[번호좀]
내 앞으로 보여지는 액정 화면.
내 뒤에 있던 남자가 번호좀 이라는 말과 함께 폰을 들이댓다.
[죄송합니다.]
또박또박 적어서 폰을 넘겨줬다.
정중히 거절.
[술한잔안할래요?]
픽.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다.
이런 녀석들, 뻔한 뻔자 아닌가.
나름 고2 초 때까지 순수했다고 자부하는 난
짝꿍이랑 윤갱 처럼 단짝 친구 못지 않게 친해지면서
이것저것 접하게 됬는데 남자에 눈 뜨고 성에 눈 뜨고.
그러면서 알거 모를거 다 알게 되었는데
술집이나 클럽에서 , 술집 주위에서 , 길 걷다가
저런 말 하면 거절하라고.
속 된 말로 따먹힌다나?...픽.
싫다며 손을 흔들고 그저 춤추는데 전념하는 동시에
소정이랑 눈이 마주치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
.
.
[자러가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네글자를 입력한 후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알았다며, 5시 되서 나가자는 것이었다.
5시 되기 10분 전.
난 미리 나가있겠다며 말했고 열쇠를 받아 들고 나와
사물함에서 내 가방을 꺼내어 문을 잠그고
자리에 앉았다.
파우더를 꺼내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하다가 또 생각나버린 그 녀석.
.
...
"..은근히 기대하고 나왔는데 .."
..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
..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보지뭐."
..
"그땐 꼭 이름이라도 알아내야지."
....
아.
..나..이미 흔들려 버린걸까.
서울에서 잘 지내고 있을 그 녀석은 이미 뒷전이 되어버린걸까.
탁.
"어? 나왔어?"
"슬이랑 소정이랑 은영이는 화장실 들렸다가 나온대서 먼저 나왔어"
"아, 그래?"
"걔 안나와서 섭섭하지?"
"어? 아, 아니야."
"에이. 표정에 딱 쓰여져 있는 걸."
"아니래두."
"치. 다음엔 친구들 다 데리고 나오라고 했으니깐
연락 되면 또 놀자. 그땐 졸업식 날 처럼 신나게 놀아야되. 알았지?"
"픽. 알았어."
"류지얌."
"응?"
..순간의 정적.
날 빤히 쳐다보는 윤갱의 시선이 부담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봤지만
곧 들려오는 이름 세글자에 다시 시선을 윤갱 쪽으로 바꿨다.
"...한성호....말인데.."
".."
"잊으면 안될까?"
"윤갱"
"걔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러는거라니깐?
너 지 좋아하는거 알면서 -"
"윤갱, 그만해."
"잘 알면서 왜그래? 바람둥이잖아.
너 바람둥이 싫어하잖아."
"키큰 남자 좋아하잖아."
"하. 바람둥이든 뭐든, 키크면 다되는거?"
"윤갱."
"무엇보다 거짓말쟁이 잖아. 약속 잘 안지키잖아.
니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야. 안그래?"
"....."
"내가 진짜 바람둥이든 뭐든 다른건 다 참아도
서울에서 너 다섯시간 바람 맞힌거 용서 못해."
"그때 오토바이 사고 있었댔잖ㅇ..."
"그걸 믿어?!! 안 믿으면서도 믿어준거 아냐?"
"여기 우리만 있는거 아니야.
다들 쳐다보잖아, 쪽팔려. 그만해."
"너랑 췄던 얘, 한성호 보다 키는 좀 더 작지만
그래도 너 보다 크고 어울려.
매너도 괜찮고 외모도 한성호 못지 않아.
그냥...차라리 걔ㄹ..."
"윤갱, 그만하랬어.
솔직히 흔들린거 사실이야.
어쩌다가 고1 이맘때쯤 알게 되서 5월달 부터 서서히 좋아하기 시작했어.
이때까지 쭉 좋아하다가 클럽에서 걔랑 춤 추고 나서 부터 이상해졌어.
한성호 생각 나지도 않고 그녀석 생각만 나.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걸.
이름이라도 물어 볼 걸.
후회해. 그런데, ...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니깐 그만 하자.
얘들 나오네, 일어서."
윤갱이 나에게 무슨 소리 하려던 찰나
문을 열고 나오는 짝꿍 소정 은영이의 모습.
난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키를 건네 줬고
친구들 모두 가방과 벗어뒀던 코트를 챙겨가지고 몽키에서 아예 빠져나왔다.
윤갱 파트너보고 놀아줘서 고맙다며, 그만 가보라고 했고
우린 근처에 앉아 있다가 찜질방으로 갔다.
.찜질방
다 씻고 얘들 흡연실에 담배하러 갔을 때
또 윤갱과 나만 남겨진 상황.
"한성호 보다 키 작지만 너 보다 커.
너랑 비슷한 키지만 잘 어울려. 외모도 괜찮고
그때 보니깐 매너도 좋더라.
같은 지역에 사니깐 친해지면 보는 것도 훨씬 편해.
그러다가 좋아하는 사이가 되면 만나는 것도 훨씬 편해.
그리고 .."
"윤경애"
"무엇보다 잘 어울려.
슬 말대로 모델 커플 이라니깐?"
"윤갱아.
아까 말했었지만 흔들린거 사실.
졸업 후 클럽 가기전 까지 한성호 생각 매일 났었다가
클럽 다녀온 후로 그 녀석 생각만 났던 것도 사실.
오늘도 안 오려다가 그 녀석 만날 거란 기대감에 온 것도 사실.
한성호한테 마음 빼앗기고 처음으로 흔들린 것도 사실.
그런데 바로 정리 되는게 쉬운게 아니잖아?
사람 마음이라는게 쉽게 정리 되는게 아니야.
알지?.....그러니깐 그만하자.
그 녀석 한 두 번 정확하게 만나고 보고 친해지고 봐서 정리할게."
"....류지얌."
"그러니깐 한성호 얘기 그만 꺼내.
오키? 나 먼저 잔당. 얘들 보면 일찍 자라고 해."
..
아마 눞자 마자 잠이 들어버렸지 싶다.
한성호와 그 녀석을 떠올리며.
...
마지막에 누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 저 남자 건들이는 여잔 되지 말자.
그러는 년들 싫어하는게 나니깐.
한 사람에게만 꽂히자.
내 감정이 확실해 지면, 꼭.
첫댓글 작가님... ㅜㅜ 대구에 사세요?? 계명대도 나오고 시내에 몽키도 있는데....소설 잘봤어요 !!! ㅎㅎㅎ
엇.네^*^ 저 대구살아요!!! 님두요?! 그럼 무척 반가움!!!!
좀 길어서 부담스럽긴 했는데 글 참 좋네요. ㅋㅋ 번외 있어요? 아아.. 번외 원츄요!!//잘 읽고 갑니다.^^
저도 단편 쓰면서 제일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긴가민가ㅠㅠ히히. 번외는...음,여자가 만나고싶어하는 남자 만나게 되면, 그때 번외 써드릴게요~
대구사시나봐요~~~~~~~~몽키나오고프로그나오고... 계대도나오는거보니...ㅜ_ㅜ ㅎㅎ제가대구사람이라
아,정말요? 반가워요!히히. 저 대구 살아요 +.+
번외부탁해용~~~~~~~~~~~~~~~~~~~~~~~~~
번외는 다음번에 !...
소설 잘받습니다 >_<<
감사합니당 ^*^ !
앗!! 이건 혹시 .... 진심이었기에가능했던일의 후속편~???ㅇ_ㅇ
음..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 하하.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랍니당.
잘읽구가요 >ㅂ<헤헤헤헤
사랑해요 에델님>ㅂ< - 원래 줏대없는 히나리아 -_-;;
저도사랑해요 히나리아님!!!. 고마워요 !
걘요!!! 번외할거에요 T.T?아아악
음,2월마지막날,마지막금요일.그날도아마클럽가지싶은데...그때연락닿아서만나게되면.그걸계기로번외드리죠!...안만나면뭐..어쩔수없구요..잉잉 ㅠㅠ
클럽 재미있어요?? 나이가 안되서 못가지만 가보고 싶은 >.<!!!!! 번외기다릴게요!!
불법이긴하지만,안걸리기만한다면..민증조작해서가시길....에헴(뭘가르쳐드리는건지;)재미있어요!스트레스풀리는?ㅋㅋ. 번외는..다음에요!기회가된다면^*^
잘 보고 갑니다!
꺄.감사합니다 ^^
넘흐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
우와 이거 작가님 얘기인거예요? 실화? 우와우와 ㅋㅋ
아..네,뭐...''* 급부끄러워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