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학생인 저는 학교에서 수도없이 '광장'의 중요성에 대한 말들을 들었죠.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시험지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될 작품이라는 말이 지배적이었어요^-^;)
방학도 맞이한 겸, 모처럼 책을 읽으려고 생각해봤고, 지금이야말로 광장을 읽을 때다 싶어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재빨리 광장을 빌려서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광장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것이었습니다. 출판 40주년 기념이라고 해서 한정본으로 나온 것이었고, 앞에 서문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죠. 모든 분들이 다 그러하시겠지만, 저는 책 하나를 구하면 앞의 머릿말부터 뒤의 발행연도 이런 것까지 다 읽는 타입이거든요.(이상하다고 놀리시기 없기-_-;;) 그래서 서문들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가장 처음 출간했을 때의 서문부터 제가 읽은 문지사판 서문까지, 서문만 해도 5편이더군요^-^; 또 최인훈 작가님이 서문을 좀 길게 쓰십니까; 서문만 무려 70페이지 가까이 되더군요. 다- 읽고!
떨리는 마음으로 내용을 읽었습니다. 사실 약간 두렵기도 했어요. 이상한 표현이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나, 광장 읽다가 포기했어' 라고 하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하나같이 '말이 너무 어렵다'는 표현을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읽기로, 책을 편 거 어떻게 되든 다 읽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한 번 어떤 책을 펴면 절대 관두지는 않아요. 지루하면 책갈피 꽂아두고 미뤄놔서 그렇지-_-;;;;)
음... 듣던 대로 광장은 약간 어려운 말들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철학도 이명준이 남한에 살면서 정부에 대해 느꼈던 환멸들, 그것에 의한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만난 윤애와의 사랑에 회의를 느끼면서 월북을 감행했지만, 북한도 허울뿐인 커뮤니즘(공산주의)만이 난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과정, 그리고 북에서 만난 은혜와의 사랑, 그녀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즈음의 그녀의 죽음, 이념에 구애받고 싶지 않아 선택한 중립행과 뱃길에서 깨달은 어떤 것, 그리고 자살. 커다란 어떤 흐름에 휩쓸리는 이명준의 삶과 그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도 좋았지만, 저는 필체가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특히 이명준의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소에 나도 느끼면서도 말로는 못 했던 감정인데, 어떻게 이런 말로 이 감정을 되살려 낼 수 있을까?'라는 찬사가 나올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은근히 어려운 어투도 제 집중력을 작품 하나에 쏟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좀 쉽고 간단한 내용이면 그리 큰 집중을 하지 않으며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 지장이 없잖아요. 그런데 광장같은 경우는 조금이라도 집중을 하지 않고 글을 읽어버리면, 이게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도통 모를 경우가 꽤 많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집중!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쏟은 만큼 그 내용과 필체가 더 깊게 마음 속에 남네요^-^
단순히 시험에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광장은 정말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긴, 그러니까 시험에도 많이 나오는 거겠죠^-^?
광장, 제게는 너무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구요, 잘 번역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도 널리 읽혀졌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구요.
첫댓글귤님, 책을 처음부터 끝 부분까지 정성을 다해 읽는 예쁜 태도에 대해서 찬사를 보냅니다. 등산을 할 때 내가 그 산에 갔다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산에서 난 뭘 보았고 뭘 느꼈으며 얼만큼 그 산을 사랑하며 일체감을 느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정독이 참 중요...
첫댓글 귤님, 책을 처음부터 끝 부분까지 정성을 다해 읽는 예쁜 태도에 대해서 찬사를 보냅니다. 등산을 할 때 내가 그 산에 갔다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산에서 난 뭘 보았고 뭘 느꼈으며 얼만큼 그 산을 사랑하며 일체감을 느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정독이 참 중요...
'광장' 처음 읽기 시작하고 다 읽을때까지도 참 어려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그땐 숙제라 억지로 읽은 거였는데, 다 읽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구요, 은근하게 마음에 다가오던 책이었어요^^
저는 부분부분만 읽었는데^^; 서문이 70페이지나 될 줄은 몰랐네요. 광장의 분위기 정말 좋아요! 저도 겨울 방학 지나기 전에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