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양궁 대표 쉬탈 데비(17)는 활 시위를 당겨 50m 떨어진 과녁을 조준하는 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휠체어에 앉아 쏜다. 오른 다리로 시위를 당긴다. 오른 어깨에 연결된 고리에 시위를 걸어 뒤로 당겼다가 놓는다.
영국 BBC는 26일 데비가 턱 힘을 이용해 활을 놓아 발사시킨다고 설명했는데 아래 동영상을 되풀이 봐도 솔직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10점, 9점을 연거푸 따내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북부 잠무 지역에서 단지증이란 희귀 질환을 갖고 태어나 두 팔이 없었다. 두 팔 없이 활을 쏘는 여자 양궁 선수로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아시아장애인게임 금메달리스트인데 오는 28일 막을 올리는 파리패럴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따낸 메달들을 볼 때마다 더 많은 것을 따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난 이제 시작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4400명의 선수가 패럴림픽 22개 종목에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 양궁은 1960년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영국, 미국, 한국 같은 나라들이 메달 순위 상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인도는 지금까지 17차례 패럴림픽 양궁에서 동메달 하나만 따냈을 뿐이다.
파라 양궁은 장애 등급에 따라 여러 세부종목으로 나눠 기량을 겨룬다. 장애 등급에 따라 거리를 따져 나누기도 하고 휠체어나 발사 보조 장비 등을 이용해야 하는 선수들은 따로 자웅을 겨룬다.
데비는 컴파운드 오픈 여성 종목에 출전하는데 상반신이나 하반신이 없거나 몸의 한 쪽이 없어 휠체어에 앉아 쏘는 선수들과 경쟁한다. 데뷔는 이 세부종목 세계랭킹 1위다. 지난해 파라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따 파리패럴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랭킹 3위 제인 카를라 고겔,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오즈누르 큐어와 힘든 경쟁을 벌이게 됐다.
그녀를 아는 이들은 이 운동을 하고 우승할 운명을 타고 났다고 입을 모은다. 두 명의 국가대표팀 코치 가운데 한 명인 압힐라샤 차우다리는 "쉬탈이 양궁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양궁이 쉬탈을 택했다”고 단언했다.
조그만 마을의 농가 출신이라 데비는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활과 시위를 보지 못했다. 집에서 200km 떨어진 잠무 카트라의 슈리 마타 바이슈노 데비 사원 스포츠 컴플렉스를 친지 소개로 방문했던 2022년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곳에서 차우다리 코치와 쿨딥 베드완 코치를 만나 양궁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녀는 곧바로 카트라 시에 있는 훈련센터에 입소했다. 코치들은 데비의 담대함에 매료됐다고 입을 모았다. 데비의 다리와 상체 힘이 장난 아니어서 선수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데비는 어릴 적부터 읽기와 나무 오르기 등 대부분의 활동을 발을 이용해 해왔기 때문에 힘이 강해졌다. 물론 처음에 “불가능하다고 느껴” 망설였다. 하지만 다리를 이용해 시위를 당기고 쏘는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 말았다.
우울해지면, 데비는 미국 양궁 대표 맷 스투츠먼의 동영상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녀 역시 발과 맞춤형 보조 장비를 위해 시위를 당긴다. 데비의 가족은 비슷한 기계를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아 베드완 코치는 스스로 장비를 만들어 줬다. 동네 철물점에서 뚝딱 만든 것을 쓰고 있다. 가방 벨트에 매다는 고리를 재활용하는 등 조악한 것이지만 데비의 양궁 실력은 최고다.
하지만 진짜 힘든 과제는 다리 힘만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견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차우다리 코치는 "다리 힘의 균형을 어떻게든 취해 강하게 기술적으로 이용해야 했다.데비는 강한 다리를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어떻게 그녀가 뒤로 당겨 쏘는지 알아내야 했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훈련 규칙을 만들어 고무 밴드 등을 당겨 5m 거리를 시작으로 차츰 거리를 늘려 나갔다. 4개월 만에 활을 쓰기 시작했고 50m로 거리를 늘렸다.
이렇게 훈련한 지 2년 안에 데비는 지난해 아시아 장애인게임 결선에서 여섯 발 모두 10점을 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비는 "9점을 쐈을 때조차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하면 10점을로 바꿀 수 있는지만 생각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승부욕도 강하다.
데비는 열차로 카트라로 온 뒤 2년 동안 한 번도 고향 집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패럴림픽이 끝나야만 귀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어찌됐든 최고의 샷을 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난 누구도 한계는 없다고 믿는다. 뭔가를 충분히 하길,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