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꺼리게 한 장정결제..얄약으로 만들어 불편함 덜었죠
입력 2022. 9. 21. 04:06
대장내시경 꺼리게 한 장정결제..얄약으로 만들어 불편함 덜었죠 (daum.net)
남봉길 한국팜비오 회장
건강검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장내시경이다. 보통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선 장을 깨끗이 비워내는 장 정결제를 마셔야 한다. 그러나 특유의 맛과 향 탓에 장 정결제 복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대장내시경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 대장암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가 '검사과정이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다른 암종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나 2019년 한국팜비오가 독자 개발한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 '오라팡'을 출시하며 장 정결제 시장 판도를 바꿨다. 오라팡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3가지 황산염에 장내 가스 생성을 억제하는 가스 제거제 시메티콘을 넣어 알약으로 만든 장세척용 대장내시경 검사약이다. OSS(경구용 황산염 액제) 알약 장 정결제로는 세계 최초이며 기존 물약의 맛으로 인한 복용의 어려움을 개선했다.
오라팡은 남봉길 한국팜비오 회장의 뚝심으로 탄생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어떻게 하면 편하게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연구는 가루약, 물약을 거쳐 알약으로 만들어졌다. 남 회장은 "약 먹기가 너무 힘들어서 개발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물약을 마시는 것이 너무 힘들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그래서 효과가 좋으면서 먹기 쉬운 약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알약 장 정결제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라팡 개발은 2015년 시작해 2019년 완료했지만 장 정결제를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는 수년 전부터 시작했다. 처음 개발한 가루약 제형은 물에 타 먹어야 하지만 반대로 가루를 먼저 먹고 물을 먹는 경우가 있어 산이 주성분인 장 정결제 특성상 식도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남 회장이 연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끝에 장 정결제를 알약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 지금의 오라팡을 개발하기까지 과정이었다. 남 회장은 "가루약, 물약을 다 만들어봤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대장내시경을 기피했고 나 역시 맛도 없고 불편해서 오라팡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10년 만에 나온 약"이라고 말했다.
출시 당시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고 남 회장은 회상한다. 그는 "오라팡이 발매되자마자 개원가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전국의 로컬 병의원과 종합병원, 종합검진센터 등에서 처방되기 시작해 발매 3년 만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대장내시경 약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에는 국내 건강검진 전문기관 한국건강관리협회와 계약을 맺으며 공급처를 넓혔고, 일부 대형 검진센터에서는 오라팡이 90% 이상 처방될 정도다.
오라팡의 장점은 역시 복용의 편리성이다. 오라팡은 28알의 알약을 14알씩 저녁과 아침 2번에 걸쳐 2~3알씩 나누어 물과 함께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복용이 훨씬 쉽다. 남 회장은 "장 정결제 특유의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아 그동안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오라팡이 출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팡은 지난해 한국팜비오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회사 매출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팜비오는 오라팡 대중화를 위해 급여화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충북 충주공장 증축 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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