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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쓰기 스크랩 (4) 이 짜식아 ! 너 빨갱이 새끼지 !
잠실베레모(박태종) 추천 0 조회 104 16.07.17 23:5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4) 이 짜식아 ! 너 빨갱이 새끼지 !


1979년 6월4일부로 나는 드디어 한국전력공사의 쌍문동 연수원(현재 한일병원 자리)에 연수교육차 입교를 하였다.

우리는 영광스럽게도 한전 신입사원 100 기였다. 연수원에서는 특별히 <100기>신입사원 채용에 의미를 부여하며 성대한 환영을 해주었다.


100기 신입사원 연수생들은 모두 300 명쯤으로 기억되는데 한방에 12 명씩 2 주간의 합숙훈련이었고 나는 연령이 많은 탓인지 방장이 되어 내무생활을 통솔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매일 저녁 9시에는 군대처럼 내무반을 정리해놓고 침대에 앉아서 당직사감으로부터 점호를 받아야 했는데 군대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이 점호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였고 또 한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다른 대기업에 비하여 봉급이 적고 사원복지제도가 뒤져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마치 언제든지 한전 입사를 포기할 듯한 자세들이었다.  나는 한전 직원이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고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였는데...


입대 전부터도 전매청에 입사하여 신탄진 정비공작창에 다닐 때 선배기사들이 한전에 취업을 하여 사표를 써서 휙 제출하고는 도망을 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했었는지 몰랐다.  아무튼 점호시간이면 신입사원 군기를 잡으려는 당직사감과 신입사원들 간에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미있던 일은 각 방장들이 점호보고를 군대식으로 하는데 그 보고가 매우 서툴렀고 흔히 말을 더듬거리기 일쑤였다.


- 단결 ! 신입사원반 206호실 일석점호 인원보고 ! 총원 12 명 사고무 현재원 12 명 ! 열외는 보고자 1 명 외 점호 준비 끝! 단결 !


중간에서 보고가 끊기거나 더듬거리나 보고순서가 틀리면 당직사감이 책망을 하면서 이를 바로 잡아주는 사이에 이방 저방에서는 연수생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곤 하였다.  그러나 내 차례가 되면 5 년간 몸에 배인 솜씨로 점호보고를 줄줄 해버렸고 그 덕분에 우리방의 점검은 쉽게 지나가곤 하였다.


문제는 두 번째 주 교육의 새마을 분임토의에서 벌어졌다.  새마을 교육담당은 별명이 오뚜기 과장이었는데 그 모습이 키는 작고 배를 불쑥 튀어나오고 이마는 동그랗고 눈은 크고 영락없이 오뚜기의 모습이었으니 별명을 원망할 일도 아니었다.

그 오뚜기 과장이 너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면서 연수생들에게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연수생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면 과장의 말을 어렵게 듣기보다는


- 와 ... ! 하면서 장난기 섞인 조롱을 보내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 방 연수생들은 그 정도가 심하여 늘 나는 중간에서 샌드위치가 되곤 하였는데 교육 마지막 무렵에 분임토의 준비에서 분임토의 구호 및 노래를 그 오뚜기 과장을 조롱하는 내용 일색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느 날 저녁에 오뚜기 과장이 우리 방을 순찰하여 분임토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자 하였다.


- 여 ! 분임토의 하느라고 수고들 한다 ! 어디 한 번 분임토의 구호를 외쳐 봐 !


그러자 우리 방 연수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 오뚜기 오뚜기 오똘똘 ! 오뚜기 오뚜기 오똘똘 ! 얏 !


하고는 구호를 외치고 나서 숨을 죽였다. 오뚜기 과장 얼굴색이 어떻게 변하나 ?


- 아니 이 녀석들 봐라 !


황당한 오뚜기 과장은 그래도 솟아오르는 분기를 겨우 참으면서...


- 분임토의 노래 시작 !


하고는 우리 방에서 지은 분임토의 노래를 시켜보았다.  어 ! 오뚜기 오똘똘 구호에도 화를 내지 않네 ??  연수생들은 이번에는 분임토의 노래를 힘차게 불러대기 시작하였다.  동요 <송아지>의 가사를 변조해서는...


오뚜기 오뚜기

못된 오뚜기

배만 불쑥 나온게

돼지 닮았네


노래가 다 끝나자마자 기어이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 분임조장 누구야 ! 이리 나와 !


나는 또 애꿎은 샌드위치가 되는구나... 그러게 내가 이러면 안 된다고 얼마나 말렸어...


- 제가 분임조장입니다....


나는 목소리가 다 기어 들어갔다.


- 야 ! 이 짜식아 ! 너 빨갱이 새끼지 ! 너는 이제 퇴교다 ! 퇴교 !


왝 !!!!!!!! 이거이 아닌데..................  그 퇴교라는 말에 나는 놀랐고 오뚜기 과장은 내 코를 수없이 비틀어 대도 할말이 없었다.  그는 화가 풀릴 때까지... 내 코를 비틀고...


- ... 아구 오늘... 내 코 다 뭉개지는구나...


정말이지 나는 그때 나의 코뼈가 모두 뭉개져 버리는 줄 알았다.  그 매운 맛은 어찌 말로다 형용하랴 !


그런데... 오뚜기 과장님 ! 왜 하필 그 순간에 빨갱이 자식이란 말이 튀어 나온답니까!

아무리 시대 상황이 유신말기로서 그렇다 해도 매카시 선풍을 잠실 베레모에게 까지 덮어씌우는 것은 좀 억울합니다요...


잠실 베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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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7.18 03:52

    첫댓글 그때 오뚜기 과장이 잡아당긴 코가 지금 까지
    번듯하신것 같네요~~~ㅋ

  • 작성자 16.07.18 06:44

    후리지아님 그때는 정말 내 코가 뭉개지는줄 알았어요....-^

  • 16.07.18 22:09

    아니? 태양의 후예, 대한민국 특전사 검은베레모 부사관 출신에게 빨갱이라고??

  • 작성자 16.07.19 07:20

    글쎄요 왜 빨갱이라는 말이 오뚜기 과장의 입에서 튀어나왔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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