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금만 더>
"토요일에 뭐하세요? 저랑 파트너 하시죠. 한 번 안 가실랍니까?"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경험도 쌓으면 좋겠다 싶어서, 십여 년 가까이 탁구를 하고 있는 남자 회원과 시합을 나가게 되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말이 친선이지, 생각보다 참가팀도 많았고, 경쾌한 공소리, 주고 받는 모습만 보아도 실력이 쟁쟁한 분들이 오셨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2인 1조, 여섯 팀으로 구성된 조별로 단식-단식-복식으로 예선을 치른 후, 결선에서는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시합이다. 점수판 앞에 대진표가 배치되고 경기 결과 기록지가 놓였다(나는 아직 탁구 경기 진행 방식과 받아 쓰기용 네모 노트처럼 생긴 점수판 위에 앉은 숫자의 해독 능력이 없다). 마냥 탁구가 좋아 경기장에서 선수들 뛰는 것만 보아도 덩달아 가슴이 뛰고, 시합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현란한 기술과 정확한 구사 능력에 탄성이 터지고, 게다가 땀에 흠뻑 젖은 선수들의 모습 좀 보라지. 가히 눈이 부시어 넋이 나갈 정도이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선전 결과는 열전 열패, 예선 탈락이었다.
무안하게 웃는 나에게 파트너는 "이런 경험도 필요합니다. 커 가는 과정이고,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거든요"이라고 위로 해주셨다. 나는 오히려 그런 선배의 격려가 더 미안하여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나에게도 언젠가 ‘이기는 탁구’, 그런 플레이를 펼칠 날이 오기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게 줘도 걷어올리고, 길게 줘도 걷어올리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고,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은 상실감 그 이상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었다. 경기가 이어질수록 상대의 기선에 제압당한다라기 보다는 스스로의 무력함에 무릎을 꿇고 마는 자신이 처참하기까지 했다(아! 이래서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의욕도 사라지고, 의욕이 사라지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니 제대로 된 선전이 나올 리가 있겠나. 차라리 어서 시합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겸손한 투지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역시 나에게 탁구는 무리구나, 다시는 시합에 나가지 말아야지, 자조 섞인 한숨과 함께 우물 안에서 물장구나 치면서 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라고.
내 안에서 변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무슨 해괴한 합리란 말인가.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니라, 주지도 않은 상처를 저 스스로 받아 넘어진 꼴이었다. 일어서기 보다 좌절에 무게를 둔 탓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시합에서 지더라도 재미있게 탁구를 즐기는 사람과 그 후로 흥미를 잃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즐기는 사람은 더욱 재미있게 운동할 것이며 그에 따라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탁구를 접는 경우까지 생길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일에 재미가 있을 때, 즐거울 때 실력이 늘어나고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더 노력하는 것, 어찌 탁구에만 적용되는 말일까. 다시 생각한다. 생활 체육은 말 그대로 생활 속에서 즐겁게 운동하자는 것이지, 반드시 이기자는 체육이 아니다. 경기에서 패했다고 인생까지 패한 것은 아니라는 말에서 힘을 얻는다.
일찍 시작하여 오랫동안 연습의 길에 서서 배우고 또 배워온 사람을 이겨보겠다는 것은 어쩌면 오만이요, 무모함일 것이다. 그것은 그의 노력의 대가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일의 성취를 위하여 필요한 마음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초심, 열심, 뒷심이 그것인데 처음으로 탁구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던 날의 설레던 초심을 떠올린다. 나의 초심 속에 분명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뒷심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금 일어서자고 다짐해 본다. 무한히 열린 가능성에 무심히 해 보는 것. 그냥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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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잔잔하게 다가오네요 ^^
흠.... 고수시군요!!!
그래서 부수라는걸 보통 두고 하지요,,여자 초보면 7~8부도 할 수 있는데,, 어떤 대회는 여자는 6부까지,라는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구요,,오픈부수면 여자 6부로 나가려면 적어도 지역에서 남자 4부 실력은 되야하니까,,평범한 실력으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게 현실입니다,,당분간은 탁구장리그(지역부수로 하는 경기)에 가끔 나가서 경함 쌓아보고..조금씩 실력을 늘려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그 동안 연습했던거 시함해보고 하는 마음으로~~~
이기려는 마음... 없애기!
스스로 즐기면서, 나를 시험해보기!
이 마음 자체가 아주 고도의 기술인 것 같습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햇살만 보아도 무더위의 강도가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마음에 드는 글이네요.
마음에 드신다니.... 격려가 됩니다.
님께서는 기량 향상의 싹이 보이네요~~~스스로의 문제점을 알고 해결 방안까지 알고 있으니....어찌 나아지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저같은 경우에는 즐기는 탁구를 하는것이 여러면에서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게임에 질수도 있지~~~" "나보다 게임을 잘 풀어가네" "다음에 나도 한번 해봐야지..." 등등...스스로에게 용기를 돋우고 더나은 내일을 향해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님께서도 오늘일을 회상할때가 올것입니다~~~홧팅!!!
고맙습니다. 이힛~
무심하게,
그냥 조금 더 해보기로!
조금 더 해보기로~
탁구는 대기만성 이라는 글과 많이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해 하지도 마시고 낙담하지도 마시고 그냥 즐탁 하시면서
해를 몇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높은 곳에 올라 있는걸 느끼실겁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같은 초보라
팍- 하고 느낌이 와닿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주 가끔, 일년에 한 번쯤, 상대방을 멘붕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나를 키워주고.....
오호~~!! 그러시군요!!!
앞으로 1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저도 저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래요, 조금씩 더~~! 초심-열심-뒷심! 가슴에 닿은 말입니다!^*^
네~ 맞아요!!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뒷심이 없다면 초심이 무너진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초보의 안타까움이 배어나옵니다
남의얘기같지가 않아서 ᆢㅋ
아무리 초보라도... 저처럼 초라한 초보는 없을 겁니다. 엉엉엉
시합참가는 틀림없이 실력향상을 가져옵니다..
저도 저번주 시합에 죽을 쑤는 바람에.. 그 후유증이 이번에는 제법 오래 가네요 ㅠ.ㅠ.
아직도 기운이 안나고 기분이 다운된게 올라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또한 지나갈것이고..
아픔이 깊으면 깊을수록 실력이 더 올라갈것이란걸 알기에..
참고 또 참고 기다리고.. 노력해야 한다는것.. 그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화이팅요.. ^^
참고 또 참고 기리며 노력하기!!
탁구..일기 인가요..좋네요 ㅎ
무엇인가... 겪고나면 기록하고 싶은 일들이 있더군요!
탁구는 정말이지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상처도받고. 후회가 먼저 밀려오지만 그또한 지나고보면 추억일꺼라..생각됩니다.
어쩜이리도 제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 놓으셨을까요? ^^
박공주님 덕분에 힘을 냅니다~~~~^^
명수기님!
같이 웃자요~~!!! ㅎㅎㅎ
글이 참 아름답네요.
글은 이미 선수부 세요.. ^^
붉돼님, 안녕하세요? ㅎㅎ
@박공주 안녕하세요.~
저도 박공주님처럼 물흐르듯 유연한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죽기전에 제이름으로 된 책자 한번 내보는게 목표라면 목표거든요 ㅎㅎ
@붉은돼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하면 되니까요!!! ㅎㅎ
하세요!!!
가심에 와 닿는... 잔잔한 느낌이 좋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
고맙습니다.
구력탁구에 밀리는건 당연한거죠. 그런 사람들을 이기려고 하는건 욕심....그런 대회 나가시면 리시브경험 쌓는다 생각하시면 될꺼에요...전 같은 부수에서 조차도 리시브조차 안돼는 사람이 있어요...라켓을 던져버리고 싶은 비참함을 느꼈지만...이젠 같은부수...그래봐야 여자 최하위부수지만....이젠 서브좋으신 언니들 만나면...반가와요...기필코 저 서브를 받아야지....서브만 안타면 내가 밀리지 않을 꺼야 하는 그런 자신감과 함께~~
그런 두려움을 물리치고,
즐길 수 있는 탁구, 곧 오리라 생각하면서!
열탁을 응원합니다.
다 지나가리..
후에 이 시간을 기억할 때 웃음짓는 추억이 되실 것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저도 얼마전 대회에 끌려 나가서 완전 처참한 패배후...
지금은 더 즐겁게 탁구를 즐기고 있답니다ㅎㅎ
화이팅 하셔요^^
숨어 울었던
눈물의 크기만큼
성장했을 거라 믿어요!!!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지요?
가능성은 제한이 없으니까요~~~
저도 세번 정도 큰대회 나가봤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시는 안나간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흑흑흑 ㅠ.ㅠ
그래도 또 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개 된다! <---- 선배님들이 그러시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