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칠보산(七寶山) 산행후기

등산을 갔다
동네산이 아닌 버스로 3시간 이상 달려서
요즘은 동네산에 간것도 아득한데...
난생 처음 산악회 동우회가 간다는 데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옛적에, 소풍전날 설레여서 잠을 설친것 맨치로
어수선한 기분때문에 잠이 오질않았다
오늘의 일기예보.... 날씨 끝내주게 좋다.
내가 움직이는 날은 비가 오다가도 개이기 때문에
언제나 날씨덕은 톡톡히 보고 댕긴다.
섹을 챙겨 어깨에 메고 낮선 사람과 만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머리속이 뻣뻣해 온다
8시 5분 버스와 만나는 시간이다.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고 버스에 올랐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분들이 많았다
이늠의 인기는 식을줄을 몰러...ㅎㅎㅎ
버스는 경주를 지나 포항쪽으로 7번 국도를 달린다
이 산악회 회장님의 산행에 대한 설명과
오늘 산행중에 시산제를 지낸다는 말씀이셨다.
좋은 구경거리가 될것 같다 왜냐하모...
난생 처음 구경하는 시산제이니까
나는 산을 댕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산신에 대한 예의는 전혀 무례한이니까...
화진포 휴게소에서 담은 동해의 출렁이는 물결이다
하얀 파도를 보니까 우유한잔 마시고 싶다.

오늘 내가 오를 산이다.
영덕 칠보산(七寶山 810m)
일곱가지 보물이 묻혀있다 하여 칠보산이란다
더덕,황기,돌옷,산삼,멧돼지,철,구리 등
入山禁止...
건조주위보....그래서 입산을 통제 시킨다누마...
어메 기죽어...예까지 왔는데...
빨강셔츠의 회장님,
그냥 되돌아갈 폼은 아닌것 같고..
운전기사 아저씨 왈 올라가보고요...
허면서 버스는 꼬불꼬불한 산길로 그냥 밟으신다...
희긋희긋한 내 머리결 처럼
하얀 잔설이 내 눈 가까이로 닥아온다
차 안에서 환호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 나오는데..
아이고 저 눈봐라~~~~어메 좋은거!

내가 좋아하는 새하얀 눈(雪)
금년에 눈이 너무 보고싶어서
기차타고 설악산에라도 갈까 했었는데...
tv를 보면서 울릉도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엉성시럽다는 주민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울릉도 눈(雪)보러 갔으면 할정도로
눈(雪)에 미쳐 있었는데
이렇게 내 눈(目)으로 눈(雪)을 보다니...
우리 차를 뒤따라 온 산림청(산지기)아자씨와의
협약으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내 발 밑에서 그리도 그리워했던 눈이 바스락거린다.
눈은 온지가 오래되어 꽤나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꺼내 발에 끼우고 걷는데
눈을 밟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든지....

난생 처음 하는 시산제이다.
정상은 아니지만 커다란 노송이 서 있는 곳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금년 한해의 산행을 산신께 맡기면서...
회장님께서 낭독하신 축문은 믿음(신앙)그 자체였다.

시산제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음복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눈(雪) 위에 앉아서 먹는 따끈한 시래기국,
하얀 김이 오르는 따뜻한 밥,
배가 든든하니 노곤한게 ...
풀맥인 새하얀 이불 호층같은 눈위에 스스르 잠이오니...애궁!
이대로 잔다면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될것 같아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발밑에서 바스락 거리며 부서지는 눈의 감촉을 귀로 느끼면서...

칠보산 정상이다.
옅게 낀 안개 때문에 파란 동해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사방이 확 터인 정상에서 자기 소개와
맞잡은 손바닥으로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나누믄서
다음 산행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무언의 약속이 이루어졌다
기념으로 옥동 주민 일동은 이렇게 찰칵도 하고...

하산길은 온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고
계곡을 향하여 아래로 아래로...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곳을 미끄러지면서 딩굴면서
말라 버린 싸리 나무가지를 그것이 생명줄인양 잡고
엄마야를 부르짖는 앞에선 아우 ...
그 뒤를 나는 눈위에 주저 앉아서
완전 해병대 유격훈련으로 돌입했다.
이 거구가 저 밑으로 쭈~~~욱 한다면
다치지 않으면 천당행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큰일나지...
보험 들어 둔 것도 없는데...ㅎㅎㅎ
그래도 내 입에서 쏟아낸 단어들은 "너무 좋다" 라고 질러댔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길을 걸으면서 어느 누구하나
왜? 길도 없는 이런곳으로 가느냐고 말하는이 없었다
대장의 카리스마에 이미 쇄뇌된 사람들잉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도
그 양반의 매력이 스물스물 온정신에 퍼져가고 있으니...
대장님의 개척정신으로 행복함을 만끽했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겠다..

눈위를 손과 발로 더듬거리며 얼마를 내려 왔을까
눈(雪) 계곡 사이에 쪼르르 물소리가 들린다
자연이 반기는 소리, 봄의 전령이다 졸졸졸....
얼음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다 왔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다리가 후들거린다
개울을 건너고 낙엽을 밟으니...
발 바닥밑이 질꺽거린다 흐미....
스페츠를 안했응께....
눈(雪)이 신발속을 들어가서는 뜨떳한 발과 만나 양발이 흔근히 젖어뿟다
스페츠 ...필요 할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으니...
설마 길도 없는 곳을 헤메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응께...
이 황망함은 자만심이 불러온 댓가이다
사전 준비에 대해서 몸으로 체험했다
그래도 예비로 양말은 갖고 왔을께 ...ㅎㅎ

칠보산에서 하산하여 영덕 앞바다..
영덕까지 왔응께 그 유명한 영덕 대게맛을 봐야지...
갈매기 한 마리가 돗대 위에 앉았다.
해질녁에 누구를 기다릴까?
남편을 기다리는 암놈인지 새끼를 기다리는 에미일까?

대게를 샀다
외손주를 오라고 텔레폰을 때렸다.
그리고 나는 내일 그들이 올 때까지 영덕 대게와 함께 기다릴 것이다.
저 갈매기 처럼,
그리고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 할것이다
난생 처음 따라온 산행은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이 나이에 눈(雪)밭에 딩굴어 볼 수 있다는거
누구나 다 하지는 않지 아마!
그 날의 산행 일정을 내 머리속 스크린에 이렇게 담았다
"행복한 하루였다"

철든지 오래 됐네 /임희종
첫댓글 너무 좋으셨겠어요~~~~부러워요^^*
태평양 밀려오는 하얀 파도를 보노라니 참았던 갈증을 달랠 양 문득 우유로 가득 채워진 커다란 잔을 비우고 싶습니다라는 말씀이 푸른 바다와 포말 그리고 심산의 적설과 어우러져 흥이 입니다 겨울산 눈 속에 안기셨군요 온 몸으로 러셀하며 하산하시는 모습 잘 잡으셨네요 저도 23일 어제 인제 홍천의 방태산에 올랐습니다 북으로 심설을 안고 자태를 뽐내고 있는 대청봉에서 부터 귀떼기청, 군자와도 같은 위용의 가리왕산, 소청 중청의 그늘에 가려 없는 듯 다소곳 서있는 점봉산 그리고..실컷 눈에 담았습니다 북사면 하산 길목은 온통 눈천지였고 구르고 미끄러면서 마치 동심의 한 구간을 다시 지나오는 양 흥얼거리며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