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 막지 말며 가는 사람 잡지 말며
많은 사람들이 어느 누구도 세월을 잡지 못한다는 당연한 말을 한다.
세월을 잡지 못한다는 말은 세월을 막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세월을 잡지도 못하고 막지도 못하는 것을 우리 인간들은 몹시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 하지만, 만약에 우리 인간들이 오는 세월을 막을 수 있고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까?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다.
세월이 흐르지 않고 정지해 있다면, 밤에 정지시켜 놓으면 영원히 암흑세계일 것이며, 낮에 정지 시켜 놓으면 밤은 없이 계속 낮만 계속되어서 잠자기에도 좋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계속 여름이던지 계속 겨울이던지 할 것이며, 늙은 사람은 죽지 않을 것이고, 젊은 사람 늙지 않으니 언뜻 생각하면 극락이고, 천당이고, 낙원일 것 같지만 결코 조금만 깊이 혹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상 낙원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우선 그렇게 되면 어린 사람은 자라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는 계속해서 낳을 것이니, 아이를 아무리 많이 낳아도 아이가 자라지 않으니, 그 어린 아기를 어떻게 다 감당할 수가 있겠는가?
사람은 사고나 병으로 죽기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어른들은 모두 죽게 되고 어린 아기들만 남게 되니,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세월을 막거나 잡는다면 그것은 인류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종말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아니 총알보다 더 빨라서 가장 무서운 것이 세월의 흐름이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세월이 흐르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모두들 죽음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하지만 죽지 않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만약에 단군 할아버지가 지금 살아 계시고, 이 순신 장군이 살아 계시고, 우리의 고조부가 살아 계시고, 고조부의 고조부가 돌아가 시지 않고 지금 계신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아마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금 살아 계신다면 좋은 것보다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것 같다.
그러니 세월이 흘러서 때가 되면 늙고, 죽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우리는 또한 썩는 것도 싫어 하지만, 만약에 모든 것이 안 썩는다면 그것 또한 이만 저만 골치 아픈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 골치 아픈 일이 아니라 이 세계는 종말을 고했을 것이다.
썩는 것이 없다면 땅을 어디에 파더라도 땅속에는 싱싱한 사람의 시체가 나올 것이며 지상에도 모든 시신들이 널려 있고 인간의 똥을 위시해서 각종 동물의 똥으로 이세상은 가득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싫어하는 것도 그것이 없어서는 안 되고 하니 이세상은 참으로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빨리 죽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지만, 만약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모두 일백 살을 살고 한 시간의 오차도, 일초의 오차도 없이 죽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그것 또한 끔찍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예부터 자기가 난 날은 알아도 죽는 날은 몰라야 된다고 하였다.
그러니 세월이 정지해도 안 되고, 젊은 사람이 안 늙어도 안 되며, 더군다나 늙은 사람이 안 죽어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고 모든 것이 썩지 않아도 안 되며, 물도 흘러오고 흘러가야만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물이 흘러오기만 하면 모든 것은 물에 잠길 것이며 또한 흘러가기만 한다면 이세상은 전부가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세월도 흐르고, 물도 흐르고, 봄도 가고, 가을도 가고, 사람도 가고, 꽃도 지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오고 가고 나고 죽고 그렇게 순환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만을 가질 것이 없지 않을까하고 생각 해 보게 된다.
참으로 이 우주는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이 죽는 것이, 늙는 것이 불만이 아니고 늙고 죽고 하는 것이 크나큰 다행이라고 생각 되는데, 그 밖에 무엇이 불만이 있을까?
가는 사람 잡지 말며 오는 사람 막지 말며 하는 것은 가는 사람이 없다면 오는 사람도 있을 수 없다
가는 사람을 잡게 되면 사람 감당을 어떻게 다 하며, 오는 사람 막으면 사람 구경을 어디에 가서 한단 말인가?
직장에서 나이가 들면 후진에게 자리를 양보 해 주어야 하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나이가 들면 후세에 자리를 넘겨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죽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며, 죽지 않는 것을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흔히들 안 늙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 보다 덜 늙는 것을 좋아 하지만, 예를 들어서 형이 동생보다 덜 늙었다고 좋아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촌수를 형제간 이촌 에서 부자간 일촌으로 거리를 한 촌수 좁혀서 생각 해 보자.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젊었다는 것이 과연 좋은 현상인가?
절대로 아버지가 아들 보다 덜 늙는 것이 좋지 않을 것이다.
아들보다 더 젊은 것은 좋지 않고 동생보다 젊은 것은 좋다는 논리는 성립 될 수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그저 오십 보 백보차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남보다 덜 늙었다고 좋아 할 것도 없으며 남보다 먼저 죽는다고 슬퍼 할 일도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안 늙고 안 죽으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욕심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늙고 죽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고의 사랑의 실천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사랑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무한한 자유를 누리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자연을 가장 사랑 한다면 자연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며, 새를 사랑한다면 새가 마음대로 창공을 날아 다닐 수 있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새를 새장에 가두어 놓고 모이를 주는 것은 새를 학대하는 것이지 사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꽃을 화분에 심고, 나무를 화분에 심어 놓고 크지 못하게 분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절대로 식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가장 학대 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 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갖 간섭을 다하는 것이 결코 진정한 사랑은 아닐 것이다.
자식도 사랑한다면 성장하는데 따라 간섭을 차츰 줄여 나가서 완전히 성장하면 부모는 자식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기 위해서 저세상으로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아무리 자식을 간섭하지 않는다 하여도 부모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자식은 완전한 자유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식의 자유를 위해서 혹은 자식에게 살아갈 자리를 비워 준다는 것은 지극한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저세상으로 떠난다는 것은 두려움도 없어야 할 것이며 아쉬움도 없어야 되는 것이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생사에 초연 하다면 그 시기의 늦고 빠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믿으며 이런 것을 道라고 하며 다른 말로 깨달음이라고도 하며 또는 사랑이라고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늙음과 죽음에 대하여 초연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이 완성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사랑을 깨달아 도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좋아서 오는 사람 왜 막으며, 싫어서 가는 사람 무엇 하러 잡으려고 하는가?
조그만 시골의 어느 한적한 나루터의 여든이 넘은 주막집 노파, 20대 젊은 새댁 때부터 50여 년간 그 수없이 오는 사람 막지 않았으며, 그 수없이 가는 사람 한사람도 잡지 않았다.
그 긴 세월을 하루같이 누군가를 기다려 온 세월, 모두가 오고 모두가 가버린 지금, 조그마한 초가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그 곱던 새댁은 낡은 슬레이트집만큼이나 늙어 버렸다.
낙동강 빈 나루에서 오늘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노파의 메마른 모습은 어느 성녀를 연상하게 한다.
가는 사람 잡지 말며 오는 사람 막지 말며.........
첫댓글 요즈음
촌사람 님께서 올리시는 글을
몇 번이고 정독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정독하신다니 무척 황송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세월에 집착하지 않아야겠어요.
그래도 가는 세월이 아쉬운건 깨달음이 부족해서겠지요.
그래도 가는 세월을 아쉬워 해야 인생의 맛이 있지요.
세월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도통한 사람도
사는 재미가 있을까요?
선배님 글을 읽다보면
너무 길어서 지루한 듯 싶다가도
다 읽고나면 모두가 정답
세월따라 변해가는 모습 당연
제가 언젠가 친구가 성형얘기만
하기에 그랬지요.
너가 지금성형해서
너 딸보다 젊어보이면
그게 정상이라 생각하니 했더니
다시는 성형소리 안하더군요
사실 그때가 40대라
제가 어이가 없어 한방 먹였지요.
이젠 저도 떠나는 것을
겁내지 않기로 하고
마음 크게 먹었어요.
나만 떠나는게 아니니까요
선배님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이렇게 정성들여 답글을 달아주시는 청담골님!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요?
너무 나대지 말고 물흐르듯이 그렇게 사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긴 글을 지루해서 읽지 못하는 것은 저의 글 내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에 공감을 하면 수백 페이지도 읽게 되지요.
늘 감사하며 늘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