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66) -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의 첫날, 황금연휴를 맞아 내려온 아들네와 함께 금강이 굽이치는 향수의 고장 옥천을 찾았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고을마다 나름의 역사와 풍광을 뽐내는데 생애 첫걸음의 옥천길이 아름답고 정겨워라.
청주에서 대청호반을 거쳐 옥천까지는 한 시간 거리, 옥천군이 만든 옥천여행 가이드북에 ‘어서와, 옥천은 처음이지?’라는 문구아래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옥천군은 대청호를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어 물이 맑고 공기가 좋습니다. 또한 전통과 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자연의 품에서 만끽하는 여유! 가는 곳마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옥천으로 떠나보세요!’
처음 찾은 곳은 군북면 추소리 자연마을 중 하나인 부소담악(赴召潭岳), 우암 송시열이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아 소금강이라 예찬하였다는 이곳은 본래 산이었는데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일부가 물에 잠겨 마치 물에 바위가 떠 있는 형상이 된 명소다. 꽃길로 가꾸어진 능선 위의 추소정까지 오가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운치 있구나.
2008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하천 100곳의 하나인 부소담악의 모습
부소담악으로 들어가는 길가 사찰 입구에 ‘천년의 고장 옛 황룡사의 역사’라 기록한 입간판에서 이곳이 백제와 신라의 경계지역으로 처음에 황룡사가 지어졌다가 경주로 옮겼다는 역사를 새긴 것은 과외의 소득, 곳곳이 귀중한 삶의 터전이다. 그 내용, 신라에서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 위치에 황룡사를 창건하자 백제에서 황룡사를 없애려고 백룡사를 창건하였다. 이에 신라는 시초에 창건한 황룡사를 경주로 이전하고 상원사를 창건하였다. 신라, 백제 사이에 산은 하나인데 두 나라가 다투어 절을 세우니 108사원이 운집되어 있었다.
이어서 들른 곳은 누구나 그리는 고향의 정취를 잘 묘사한 시, 향수의 무대인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다. 아련한 추억을 새기며 향수의 첫 소절을 음미하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문학관을 돌아보노라니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상을 받은 한국시단의 기라성 같은 이름이 즐비하다. 이를 살피며 1902년에 태어나 1950년에 떠난 정 시인의 자취가 우뚝한 것을 깨치게 된다. 문학관을 나서며 직원에게 시구의 실개천이 어디냐 물으니 바로 앞의 작은 개천이라고 손짓으로 알려주네.
옥천읍 향수길에 있는 정지용 생가
정지용 생가 탐방을 마치고 나오니 12시 반, 점심시간이다. 옥천의 유명 먹거리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란다. 우리가 찾은 곳은 충청북도가 2017년에 향토음식거리 조성사업으로 선정한 청산생선국수 음식거리, 그중 한 집을 찾으니 주차장이 꽉 차고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이 여럿이다. 순번을 기다려 주문한 메뉴는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한 접시, 국수의 참맛이라는 생선국수는 채소와 갖은 양념을 넣고 민물생선을 뼈째로 우려낸 국물에 밀 국수사리를 넣어 만든 보양식이란다. 도리뱅뱅은 금강에서 잡은 빙어, 피라미를 고추장 양념을 곁들여 프라이팬에 튀겨낸 음식으로 ‘뱅뱅 돌아가면서 민물고기를 놓다’는 의미로 작명한 것이라고. 제법 더운 날씨, 가볼 곳은 더 많지만 발길을 돌려 귀로에 올랐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찾으리라.
어제 아들이 근무하는 행정기관의 장이 보낸 카드가 배달되었다. 그 내용, ‘훌륭히 키워주신 자제분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국제사회에서 우리 외교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노고와 성원에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각박한 세태에 감사와 존경의 뜻을 담은 카드 한 장이 따뜻한 위로와 공동체의 일체감을 북돋는다. 모든 공사 기관이나 단체에 이런 풍조가 확산되면 좋으리라.
오늘부터 정상적인 개막시즌에서 한 달 이상 미뤄진 프로야구경기가 무관중으로 시작되고 두 달 늦은 학생들의 등교가 다음 주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내일부터 한 달 보름 넘게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부 완화되어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 여러분 모두 기쁨과 활력이 넘치는 날들이소서. 가정의 달 전후 대형화재 등으로 큰 슬픔을 당한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절기상 여름으로 들어선다는 입하, 사흘 후면 어버이날, 열흘 후에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모두에게 소중한 가정의 달을 뜻깊게 보내자. 어린이날의 유례는 이렇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1948년 윤석중이 가사를 쓰고 윤극영이 곡을 붙인 어린이날 노래다. 가사만 봐도 경쾌한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흐른다. 어린이날이 처음 만들어진 건 1922년이다. 기념행사는 소파 방정환 주도로 색동회가 발족한 1923년 처음 열렸다. 당시 어린이날은 5월 1일이었다. 노동절과 겹쳐 관심이 분산되자 1927년, 5월 첫째 일요일로 옮겼다. 일제는 민족의식 고취를 이유로 1937년 어린이날을 중단시켰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부활했다. 그해 5월 첫째 일요일이 5일이었고, 그때부터 5월 5일로 굳어졌다. 법제화는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 6조에서다.(중앙일보 2020. 5. 5 장혜수의 어린이날에서)
가족과 함께 찾은 부소담악 산책길에 활짝 핀 꽃, 작약이 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