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공식
최 병 창
설친 새벽잠에
미운 기억을 덜어내려고
마주 보이는 곳을 향하여
조금씩 눈을 열어본다
생각의 모서리에
까치집 같은 둥지를 짓는 게
거짓말 같은
미궁 하나를 불러내는 것만도 못한데
맞은편 은행나무 꼭대기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며 금슬 좋게
둥지를 짓고 있는 까치 두 마리
그래야만 세찬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는
둥지를 가질 수 있기에
아침부터 그리 서둘렀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나뭇가지는
각자의 방향으로 하늘을 향했지만
달궈진 사방의 입들은 모였다 싶으면
층층대를 선뜻 알아차리지 못하여
스스로를 안달하다가
아무 곳에서도
목마른하늘을 오르지 못했다
배 안에서
서로의 다툼이 있다 하여
배를 가라앉힌다면
배 안의 사람은 모두가 죽게 되는 것
오만과 미련은 뾰족하지 않게
씻을수록 말갛다는 것을
까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햇살이 만져지는 손길을 두고
노는 입으로
염불도 할 수 없어
고요한 날보다 바람 세찬 날에
까치집 둥지를
부지런히 쌓고 있는 까치 부부
허공에서 허공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침이 부풀고 있었다
내가 사랑한 사람 모두가 미안하게도.
< 2005.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