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은 물건 또는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있는 경우 그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유치권 행사로 인하여 타인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될 수 있는바 우리 법원은 유치권 성립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유치권 행사의 근거가 된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는지 여부이다. 물건 또는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그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채권의 변제기 전에 유치권이 생긴다고 하면 변제기 전의 채무불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와 같은 법리를 확인해보자. a는 b로부터 甲건물에 관한 건물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였는데, b는 공사완성에 즈음하여 회의를 열고 a에게 보완사항을 지적하였다. 그 후 b는 주무관청에 甲건물에 관한 사용승인을 신청하였는데 사용승인을 얻지 못하자 사용승인 불허 및 이에 따른 보완공사의 필요 등을 이유로 약정 공사대금 중 2억 원의 지급을 거절하며 하자보완공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a는 공사대금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절하였다. 그 후 b가 a의 보완공사 거부 등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하자, a는 공사잔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한편 甲건물에 대한 하자보수비는 2억 5천만 원으로 밝혀졌다. a의 유치권 행사는 적법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도급인의 하자보수청구권 내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 등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점 및 피담보채권의 변제기 도래를 유치권의 성립요건으로 규정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건물신축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였더라도, 신축된 건물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이 공사잔대금액 이상이어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 내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 등에 기하여 수급인의 공사잔대금 채권 전부에 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한 때에는 공사잔대금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급인은 도급인에 대하여 하자보수의무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의무 등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이상 공사잔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a에게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1. 16.선고 2013다30653 판결).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인바(민법 제320조), 변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채권으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수급인 a의 도급인 b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b의 a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대법원 2007. 10. 11.선고 2007다31914 판결 참조), a가 b에 대하여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거나 이에 갈음한 손해배상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이상 a의 공사대금채권은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아 유치권의 성립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