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말은 건내야 겠는데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멀뚱거리면서 마주보고 서 있을 수도 없고. 미치겠다 정말.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 이안을 멀뚱거리며
쳐다보자, 그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윗층으로 휙 올라가 버렸다.
뭔가, 잘 자라는 말 이라거나 아니면 뭘봐 라거나 하는 식의 말이라도 좋을텐데
그는 쌀쌀맞게도 굴었다. 마치 오디션장에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 해주던 그의 모습은
내 상상인 것 처럼. 조금은 시무룩한 기분으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녁을 해 먹고남은 설겆이들을 하기 위해서. 싱크대 안에 잔뜩 쌓인 그릇들을 보니
새삼 불뚱한 기분이 들었다. 고무장갑에 손을 밀어넣고 그릇들을 하나하나 씻으면서도
뭔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흠흠."
"엄마야!!"
머리는 멍 하게 비워놓고 손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뒷 쪽에서 이안의
기척이 들려와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해도 듣기 민망한 소리를 낸 것에 스스로도 부끄러워 하면서 급하게
고무장갑을 벗어내고 이안이 서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무..무슨 일 이세요?"
꼭 집주인과 식모의 대칭구도 같았다.
마치 풀 하우스의 비와 송혜교의 구도 같다고나 할까. 물론 송혜교라 하기에 나는
턱없이 부족하니 송혜교 삑사리라고 해 두고.
"아.. 그러니까..이..거.."
내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그가 내 앞으로 불쑥 남색의
케이스를 내 밀었다. 쑥쓰러워 하면서. 그래, 분명 이 사람은 굉장히 쑥쓰러워 하고 있었다.
전에없이 말을 더듬는 것 하며 제대로 내 눈을 마주하지 못 하는 것 하며.
"이게..뭐예요..?"
앙큼하게도, 내게 주는 선물임을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눈을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기위해 온 신경을 그의
얼굴에 집중했다.
"한나가 네 생일선물 고르러 갔다가 나도 사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길래,
여자 아이들은 이런걸 좋아한다고 하고..그래서.."
항상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흔들림없이 냉담하기만 했던 그 눈이 아니었다.
오늘 아침 이후로 그의 태도, 눈빛, 말투는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바뀌었다.
이 사람도 엄마를 나 만큼 사랑했던걸까. 아니, 이 사람이 엄마를 사랑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알고싶지 않았다. 엄마를 사랑하는 것 만큼은 내 몫이었고, 그것마져 뺏기면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사랑이라는 그것이 참 대단하긴 했다.
눈물의 씨앗이니 뭐니 하면서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고 사랑이라는 얄팍한 감정의 장난이
그렇게나 굳건했던 마음을, 컴플렉스를 단번에 아무것도 아닌양 만들어 버렸다.
더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지자, 사랑이라는 그 감정은 능청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내 앞에 서 있는 이렇게 큰 남자를 동정하게 만들어버린다.
참 우습다. 고 사랑이라는 게 참 우습다.
"고맙습니다."
자의였던 타였던간에 혹은, 진짜 내 생일이던 내 생일이 아니던간에 그가 내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해 주었고, 이렇게 선물을 내 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또 고마웠다.
케이스를 받아들고 주머니에 넣어둘까 했지만 내가 열어보기를 바라는 듯 자리를 뜨지 않는
이안 때문에 그가 보는 앞에서 케이스를 열었다.
"우아.."
긴 케이스로 봐서 목걸이 겠거니 했었다.
내 생각대로 목걸이 였지만 보기만 해도 저절로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다.
언젠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어느 브랜드의 신상이라고 뜨던 팝업창의 그 목걸이 였다.
동그란 원 안에 아기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는 모양의 목걸이와 천사 모양의 귀걸이가
쌍으로 들어 있는 목걸이와 귀걸이 셋트였다.
"여자들은 그런걸 좋아하니까. 한나도 그게 좋겠다고 하고."
"정말 고마워. 이렇게 예쁜 목걸이는 처음 받아봐요."
아마도 나는 지금 입을 헤벌쭉 벌리고서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참 보기 흉항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사람..그 아줌마는 어떤 선물을 해 줬었지..?"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여태껏 그 말을 하기위해 그 자리에서 계속 고민을 하며 서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흔들림없이 단호하던 눈빛이 엄마의 이야기를 할 때면
이렇게 늘 우는 눈을 하고 만다. 그 눈이 꼭 엄마가 당신을 그릴 때 하고 있던 눈과
꼭 닮아서 날 더 미치게해.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까지는 늘 예쁜 머리 방울을 사 주셨었어요.
중학생 때는 머리가 단발이라 묶지 못 하니까 꽃 모양 핀 이라던가, 리본이 달린
핀 이라던가..엄마가 사 주는 방울이랑 핀을 학교에 하고 가면 항상 친구들이
어디서 샀냐고 예쁘다고 부러워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주방에서 멀거니 서서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지하게 듣고있는 이안을 보자, 곧 그런 생각을 지우고
계속해서 엄마와의 추억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생일 선물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 하셨어요. 그때부터 몸이 더 안 좋아지셨거든요. 하지만 생일 인 건 알고 계셨어요.
아침에 미역국은 못 끓여주시더라도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꼭 해 주셨어요."
그렇게 열에 들떠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엄마는 또렷이
당신의 이름을 불렀어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또, 나는 그게 너무나도 싫었어요.
"또..궁금한거 있어요?"
"아니. 됐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내 말에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우는 듯 한 눈에서 예전의 단호한 눈빛으로.
"아닌 척 하지말고 듣고싶으면 물어봐요. 다 얘기 해 줄게요."
무슨 자신감에서 그런 말을 내뱉았을까.
단지 그가 생일 축하한다고 얘기 해 주고 선물을 챙겨줬다는 것에서
그렇게 그에게 건방지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일까.
"뭐? 너 뭐라 그랬어."
처음 그를 보았을 때의 눈으로 다시 돌아 와 버렸다.
내가 말을 잘 못 했구나 라고 생각하자 마자, 나는 곧 그의 성난 사자와도 같은
눈빛과 맞닥드렸다. 저절로 온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니가 뭘 안다고 건방지게 입을 놀려. 그 사람에 대해 내가 듣고싶어 한다고?
천만에. 다섯살 밖에 안 된 아들을 일가친척 하나 없는 외국으로 보내고
뭘 얼마나 잘 살았나 궁금했을 뿐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입 함부로 놀리지마."
그 눈빛이, 목소리가 나를 친친 옭아매고 잔뜩 짖눌렀다.
숨이막혀. 그동안 그가 받았던 설움과 두려움, 그리움의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파도와 같이 쏟아져 내려, 그 무게를 쉽게 감당하기 힘들었다.
"거짓말.."
내가 내 뱉고도 놀랐다.
그저 조용히 지금 이 순간을 넘어가길 바랬는데 어쩌자고 저런 말을 내뱉았는지.
그는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듯 여전히 그런 눈빛으로 나를 누르고 있었다.
"거짓말 하는거 다 보여요. 아저씨가 엄마를 사랑..!!"
멈추지 못하고 멋대로 나불거리던 입은, 어느세 내 앞으로 바짝 다가서서
그가 내 어깨를 꽉 움켜 쥐고서야 멈추었다.
"엄마? 나한테 엄마는 나를 키워준 한 분 뿐이고, 내가 사랑하는 것도 그 분
뿐이다. 꼬마. 내가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는 극도로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체구가 작은 목도리 도마뱀이 천적을 만나거나 위협을 느꼈을때 목을 부풀려
상대에게 도리어 위협을 가하듯, 그는 약한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들킬까 두려워
이렇게나 무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은 언제나 거짓말을 못 하는 법이다. 잔뜩 상처받은 그 눈이 그가 그동안 받아왔을
서러움과 괴로움의 나날들을 대변 해 주고 있었다.
"아저씨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엄마는 나를 사랑했지만, 가슴으로 사랑한건
내가 아니라 아저씨 였어요. 아파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엄마는 당신 이름만 불렀어요.
나한테 이렇게 못되게 굴었으니까..감정에 솔직하지 못 했으니까..엄마가 왜 아저씨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말 안 해 줄꺼예요."
지금 내가 흘리는 눈물은 서러워서 일까, 이 사람이 안쓰러워서 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언제나 눈물이 뜨겁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 얘기들, 엄마의 시간들 다 듣고싶으면 나한테 그동안 못되게 군 거 사과하고
엄마한테 가서 인사하고 와요. 그리고 당신 감정에 솔직해지세요.
아저씨가 하는 행동은 유치원생들이나 하는 짓 이니까."
남은 설겆이가 있었지만 그대로 두고 이안을 지나쳐 내 방으로 서둘러 들어왔다.
문을 소리나게 닫고 잠그고 나서야 나는 바닥에 스르르 주저앉아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우는 소리가 새어 나갈 까, 얼굴을 두 무릎 사이에 푹 박아넣고 한참을 어깨를 들썩거렸다.
오늘은 참 행복한 날 이었는데, 평생 기억하고 싶은 날 이었는데 왜 이렇게 돼 버린거야.
...#
"흐아.."
어제 울고 잔 덕분에 눈은 개구리마냥 퉁퉁 부어서 툭 튀어나와 버린 데 다가,
아침부터 담임은 진로상담선지 뭔지 똥종이 빨리 내 놓으라고 재촉을 하니
이놈의 담배를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었다.
"완전 양아치였어."
"엄마야!!"
나 혼자 인 줄 알았던 옥상에서 다른 인기척이 들리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냥,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인기척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똘끼충만 차원준 이었다.
"아빠다."
시덥잖은 개그를 하면서 차원준은 불퉁한 얼굴을 하고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뭐..뭐야."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네. 니 얼굴 뭐야 진짜."
"이..이게..왜 아..아침부터 시비야!!"
가뜩이나 퉁퉁부은 내 눈 때문에 나도 눈 뜨기가 힘들지경인데
왜 너 까지 아침부터 시비를 쪼으니.
"그렇게 좋냐?"
"뭐?"
앞뒤 말 다 잘라먹고 본론만 툭 던지는 못되먹은 버릇은 고쳐질 줄을 모른다.
"어제 오디션 장에서 완전 드라마를 찍었더구만."
불퉁한 얼굴을 해 가지고는 빈정거리며 말을 하는 차원준.
놈의 말에 그제서야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 - 피식 웃으며 후 하고 뿜어낸 담배연기는 차원준의 얼굴에 정확하게 닿았고
질색을 하며 손을 휘휘 져어대는 덕분에 담배연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너는 무슨 여자애가 담배를 이렇게 뻑뻑 피워대냐!!!"
"너는 무슨 남자애가 그렇게 조잘조잘 말이 많냐."
놀리는 재미라는게 이런걸까.
한 말도 안 지고 바득바득 달려드는 걸 보니 놀리는게 재밌었다.
"나중에 애기 낳으면 너 큰일난다!"
"걱정마세요. 니 애기 아닐테니."
"그래도 이게 말을 안 듣네!!"
그러더니 내 손에 있는 담배를 휙 낚아채서는 바닥으로 던지더니
발로 몇번이나 확인사살을 했다.
"뭐야. 진짜.. 너는 담배 안해?"
"난 안해. 가수는 목이 생명인데. 쪼끄만게 까져가지고는."
아프지않게 이마를 톡 하고 때리더니 내 옆에 털썩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았다.
"원래 연예인 같은거 하면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대부분 한다고 하던데."
"근데 넌 그런 거 하고싶냐?"
"하고싶다고 한 적 없는데."
"그럼 때려치워."
차원준을 쳐다보았다. 뱅글이 안경 뒤에 자리잡고 있는 눈빛이 진지했다.
가끔 얘가 이렇게 멀쩡하거나 진지한 눈빛을 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돼.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거야? 누가 연예인 하고 싶다고 그랬어?"
"오디션 봤잖아."
"뭐? 그건 너도 보라고 했잖아."
"붙을 줄 몰랐지. 세상에 노래 좀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이지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나한테 하고 있는 말 인지 아니면 저 혼자 궁시렁 거리는 말 인지.
"뭐래 진짜.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 하면 어떻게 알아들어?"
"너랑 니 남자친구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아씨! 이건 불공평해!!!
걔 뭐야 걔!! 니 남자친구 뭐 하는 놈이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게 이런걸까.
은오와 내가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렇다고 차원준 이놈이
이렇게 지랄 발광을 해야 할 이유는 또 뭐야.
"니 남자친구 하..한은오? 그 놈 뭐야! 뭐 하는 놈이야!"
"뭐?"
"뭐하는 놈 이길래 카즈메가 무조건 그 놈은 뽑겠다고 나대!!
그것도 그 노땅이라 둘이서! 솔직히 불어. 어디 소속사에서 연습하다가 못 견디고
지 혼자 튀어나온 놈이지!"
카즈메 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어제 이안의 옆에서 일본말을 하던
젊은 남자 같고, 노땅은 이안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니 그 두사람이 아마도
오디션의 실세였던 듯 했다. 만약 그 오디션 장에 보통의 중년의 아저씨들이
주르륵 앉아 있었더라면 10대의 그 당돌함꽈 뻔뻔함이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거 아니야. 은오는 원래 노래 잘 했어. 그나저나 의외네.."
"웃기지마! 원래부터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어딨어!!"
"너 왜이래? 왜 이렇게 흥분을 하고 그래. 원래부터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왜 없냐!
너 외국에 그 여자 꼬맹이 코니텔벗 못 봤어? 노래 완전 잘 하잖아!"
"걔는 특이한 케이스고!! 인정 못 해!! 얼굴이 그렇게 생겼으면 노래라도 못하던가!
장난쳐? 얼굴좋고 몸매 좋고 노래까지 잘 하면 뭐 어쩌자는거야!"
자기 분에 자기가 못 이기겠는지 어느세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내 앞에서 왔다갔다 거리며 그 더벅머리를 마구마구 긁어댔다.
그러니까 차원준 이 똘끼충만 녀석이 은오를 질투한다 뭐 그런거네?
귀여운 놈.
"부럽냐?"
"뭐? 부..부러워? 하! 얘가얘가 무덤에 있는 이순신 장군이 벌떡 일어 날
소리를 하고 있네. 내가 뭐가 모자라서 천하의 레오가 그런 쌩 초짜를
부러워해! 절대로 안 부럽거든!!!"
"그럼 왜 그렇게 흥분을 해. 좀 진정해."
차원준은 나를 한번 팍 하고 째려보더니 씩씩 거리면서
내 맞은 편 걸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응? 이건 뭐야.."
자리에 앉았나 싶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 옆에 있는 책상 위에서
폭죽 터트리고 남은 잔해들을 발견하고서 자신의 눈 앞에서 흔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애들은 여기 잘 정리하고 갔으려나.
아라가 오늘 학교오면 날 죽이려 들겠군.
"여기서 파티라도 한거야? 아!! 너 어제 생일 이었다며 돌머리!!!"
갑자기 손뼉을 짝 하고 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미치겠다 이놈 때문에. 얘 왜 이렇게 감정의 기복이 심한거니.
"아..으..응."
"그렇게 드라마를 찍고 나가서는 뭐 선물 좋은 거 받았냐?"
"이거."
반지가 끼워진 손을 들어서 보여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지랄을 해요 지랄을. 학생이 무슨 반지냐 반지가!!!"
양팔을 가슴 가슴앞에서 꼬아서는 잔뜩 불퉁한 얼굴로 빽빽 거리는 것이
암만봐도 여자애 같다. 피닉스 팬들은 얘가 이러고 있는거 알고나 있으려나.
맨날 카메라 앞에서 인상만 팍팍 써 대는 놈들만 보고는 카리스마가 작렬 한다느니
눈빛에 다 타버리겠다느니 그런 헛소리를 하지. 이놈 실체를 보면 절대절대
그런 말 안 나올껄.
"모르면 가만 있어."
반지를 보자 또 웃음이 번진다.
이렇게 반지를 끼고 있으니 은오가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랄. 아 짜증나."
"부럽지? 부럽지? 부러워 죽겠지?"
"시끄러! 전혀 하나도 안 부럽거든!!!"
"그럼 왜 자꾸 소리를 질러!"
"짜증나서 그런다 왜!!"
"뭐가 짜증나는데?"
"전례에 없던 특채가 내 눈앞에서, 이 레오가 있는 이 시점에서 말도 안 되는
놈이 나타나서는 그걸 가로 채 갈려고 하니까 그렇지!!!!"
이놈. 역시 가수라 그런지 목소리 한번 우렁차구나.
한 말도 안 지고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면서 빽빽 거리며 달려든 이유가 있었구나.
"특채..?"
"그래! 특채! 특별채용!! 너랑 한은온가 뭔가 하는 그 놈이랑 둘은 2차 3차 안 보고
바로 본선으로 들어가서 이안이랑 카즈메 카즈야들 한테서 실력 확인 받을 수 있다고!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어!! 으아아아!!"
특채..바로 본선..여전히 믿기지는 않았고, 난데없이 차예린에게 뺨을 맞았던 것
처럼 얼떨떨 하긴 했지만 차원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거짓말은 아닐 것 이다.
은오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째서 내가 특채로 본선까지 바로 갈 수 있는거지.
"좋지? 어? 너무 좋아서 실신 할 지경이지!!"
"아..생각지도 못 했던 일이라.."
"그렇겠지. 당연히 생각도 못 했겠지. 말이 되냐 그게?"
여전히 계속해서 짜증을 내며, 빈정거리는 차원준놈.
"뭐야 너. 말하는게 왜 그래?"
"뭐가! 내 말하는게 뭐뭐!!!!"
아니, 근데 이놈이 아까부터 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덤벼들어.
뭘 잘못 먹었나.
양지바른 뒷동산에 묫자리하나 파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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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연재 ]
애정결핍(lack of love). 스물여섯
권련(眷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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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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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설마올라왓겟어란..생각과 설렘반으루들어왔는데..ㅠㅠ 한편보구갈수있어서 넘좋아요..~~!!
아 너무 재밌어요 !!!
너너너너너너너무 재미있는걸?!
은오하고 하윤이하고 합격을 했다니 다행이네요!~ㅋㅋ 다음편 기대할꼐요!~
원주니 넘 귀엽네여...근데 언제쯤 이원이는 마음의 문을 열지......다음편 또 기대할 ㄱ게여..
원중이 와저려 -0- ㅋㅋ 그나저나 은오랑 서린이 잘대서 다행이닷 ㅋㅋ
원준이가 혹시 서린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