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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인의 기막힌 좌절..어이없는 규제》
-세계최초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파워뱅크 '바스트로'는 왜 동력이 꺼졌을까
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모든 물건을 뜯어서 내용물 확인해 인증받고 팔아야 한다면 장사를 하라는 걸까 말라는 걸까.
설마 그런 규제가 있을라고?
있다.
그런 규제 때문에 세계 최초의 배터리 재활용 파워뱅크 기술이 사라지게 됐다.
남준희 굿바이카닷컴 대표 이야기다.
삼프로의 권순우 프로가 남준희 대표를 인터뷰해 이런 기막힌 사정을 들어 봤다(아래 기사 요약본과 링크의 인터뷰 영상 꼭들 봐 주시면 좋겠다)
남대표, 빛 안 나는 자리에서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 온 보기 드문 사람이다. 대학 1년 선배다.
국제정치(외교) 전공했지만 남들 다 하는 고시나 정치 대신 대우 상사맨 길을 걸었다.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한 폐차장과 중고부품 재활용 사업에 나설 때만 해도 주위에선 얼마나 오래 가겠냐고들 생각했다.
돈만 생각했으면 못 할 일이었을 거다.
녹색당원인 그에게 폐차-부품재활용은 밥줄이기 이전에 소명이었기에 환갑까지 버틸 수 있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기자로서 지인으로서 30년여 남대표가 분투하는 걸 지켜봐 왔다.
저렇게 환경에 진심, 사업에 양심, 혁신에 부심하는 양반인데...벽 뒤에 벽, 산 넘어 산이었다.
벽과 산은 때론 업계의 기득권, 대기업의 횡포, 때론 관료의 보신주의, 정치권의 무관심, 사회의 편견 등 높고도 다양했다.
남대표는 폐차장 중고부품 재활용 소기업을 이끌면서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연구소를 설립,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수명을 다한 전기차들이 폐차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배터리를 어떻게 할 지 무대책인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자동차 동력으로서는 수명이 다해도 80~90%의 성능이 유지되기 때문에 전력저장장치(ESS)형태로 제작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환경보호 자원순환을 위해 배터리 재사용은 필수산업이다.
정부에서 주는 표창도 받고 연구개발 지원대상으로 뽑히기도 했다.
자동차 배터리를 재사용한 파워뱅크 바스트로는 캠핑 매니아 등을 중심으로 600여대가 판매됐고 세계적인 권위의 레드닷 디자인상도 받았다. 5년 무사고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인증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비스트로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모든 제품의 성능을 시험해서 인증받아야 하는 전수조사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최우선이 돼야 하는 배터리 특성상 인증제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제품을 인증기관이 직접 전수조사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자세한 사정은 권순우 기자 기사 참조)
연구소는 문을 닫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연구비는 빚으로 남았다. 폐차와 재활용부품 부문으로 버텨 나가고는 있지만 상처가 깊다.
그렇다고 주저 앉을 사람은 아니다.
수소전기차 넥쏘에서 나오는 연료전지 스택으로 발전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수소에너지 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그 주역인 넥쏘에서 나오는 연료전지 스택을 어떻게 순환 활용할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그림이 없다. 연료전지 스택은 전기차 배터리만큼 재사용이 절실한 분야다.
남대표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 이전에도 자동차부품 재활용,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같은, 환경을 살리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보기 위해 정관계 언론 학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영세 폐차업계를 억누르는 제도나 기득권 협회등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돈 안되는 일들이었다.
늦장가로 뒤늦게 꾸린 가정 건사하기도 팍팍할텐데 김천 집과 양주 사업장, 서울 사무실을 출퇴근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좀 지쳐 보인다. 왜 안그러겠나.
한 달쯤 전,선배 아들 결혼식장에서 만난 남대표, 준희 형은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료전지 생태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했다.
마지막이기엔 너무 이르다. 대담 들으니
다행히 이번에 환경부 국책과제로 선정됐다고 한다.
전기차 배터리 재생 분야도 다시 살려내야 할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진심이라면 이런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기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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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하지 말라는 제도” 그 말이 현실이 되는 나라
권순우 기자
2025. 12. 24. 오후 5:17 등록
한국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파워뱅크를 만든 최초의 기업이 있다. 파워뱅크는 휴대를 할 수 있는 전력 저장 장치(ESS)다. 현재는 외부에서 전력이 필요할 때 디젤 발전기 등을 활용한다. 휴대용 전력 저장장치(ESS)인 파워뱅크가 있으면 배기가스, 소음 없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재사용 배터리로 파워뱅크를 만들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상도 받았다. 실제로 600여 대가 판매됐고 5년 이상 무사고 실사용 기록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제품은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시장에서 사라졌다. 굿바이카 남준희 대표의 이야기다.
KC10031이라는 재사용 배터리 인증 기준이 등장한 이후 아무도 그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됐다. 생산된 배터리를 전수 검사하라는 제도다. 통상 공산품은 품질, 공정 등에 대한 인증을 받으면 해당 시설에서 생산된 제품은 같은 품질로 인정된다. 재사용 배터리는 처음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인증 기준이 없었다. 그런데 새롭게 만들어진 KC10031 인증 기준은 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한 검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배터리 하나하나를 전수 검사하려면 검사 시간이 50시간이 넘고, 배터리 모듈당 검사비만 70만 원에 달한다. 제조사 내부에서는 당연히 전수 감사를 한다. 검증 기관에서 추가로 전수 검사를 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늘어난다. 중국산 배터리 파워뱅크에 비해 국산 재사용 배터리 파워뱅크는 10%가량 저렴하다. 품질 면에서는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 파워뱅크가 더 뛰어나다. 하지만 검사비를 더하면 25% 이상 비싸진다.
국산 재사용 배터리가 가졌던 경제성이 아예 사라진다.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고 7년 동안 투자했던 R&D 센터도 문을 닫았다. 남 대표는 “인증 제도는 필요하지만 안전 검사를 전수 검사하는 공산품은 단 하나도 없다.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은 뒤에는 샘플 검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는 만들어졌고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산업은 한국에서 사라졌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사업은 새로운 산업이자 순환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미 전기차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한국산 배터리의 품질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전기차에는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된다. 순간 가속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열화되면 자동차에는 쓸 수 없다. 환경공단은 신제품 대비 60~80% 수준이면 재사용이 가능하며 그보다 미만이면 물질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남준희 대표는 “실제로 폐차된 차량에서 재사용 배터리를 분석하면 대부분 90% 이상 성능을 유지하고 있어 재사용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분해해 곧바로 원료로 추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부담이 크다. 3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면 500만 원~15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물질 재활용을 하면 고작 5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ESS로 사용할 배터리를 새로 만들 때 투입되는 에너지와 비용, 탄소 배출을 생각하면 환경적으로도 배터리 재사용은 필요하다.
남준희 대표는 예전부터 폐차장 사업을 해 왔다. 사용 시한이 지난 자동차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부분을 추출해 다시 활용하는 사업이다. 언젠가부터 자동차를 폐차할 때 배터리가 나왔고 그 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처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배터리가 나왔을 때 태양광 가로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었다. 낮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밤에 가로등을 밝히는 방식이다.
10년을 사용한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를 가로등에 설치한 뒤 5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동작하고 있다. 남 대표는 “자동차용으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전기를 그냥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ESS 용도로는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도전은 모든 것이 난관이었다. 처음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 파워뱅크를 만들고자 했을 때 배터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전기차 배터리는 정부에 반납해야 했다. 반납된 배터리를 확보하려고 했는데, 제도가 없었다. 환경적인 이유로 배터리를 반납받기는 했는데 반납된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미처 고민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제도를 만들기 전 시험을 해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작할 수 있었다.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였다. 사용 후 배터리 파워뱅크의 핵심 부품은 사용 후 배터리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추출하고 파워뱅크로 제조를 한다. 일관 공정을 만들어 추출해서 바로 제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일관 공정을 만들 수 없었다. 제조업을 하도록 만들어진 산업단지에는 배터리를 추출하는 재생업은 입주할 수 없었다. 과거 재생업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산업이었고, 제조업은 신제품을 만드는 산업이었다. 순환경제 생태계에서 재생업은 신제품을 만드는 부품·소재를 만드는 업이다. 하지만 과거의 제도로는 새로운 산업을 포용하지 못했다. 심지어 순환경제로 이름 붙은 산업단지조차 재생업과 제조업을 함께할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남 대표는 파워뱅크를 전 세계에 팔고 싶었다. 배터리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UN38.3이라는 국제 운송 인증이 필요하다. 배터리는 폭발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배터리 셀 정보를 제공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배터리 셀 정보를 가지고 있는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배터리 제조사는 판매를 하며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배터리 구매자는 현대차다. 현대차의 구매자는 소비자고, 재사용 업체는 소비자로부터 구매를 한다. 제품은 순환하는데 정보는 순환하지 않는다. 배터리 정보를 얻지 못해 해외 수출은 불가능했고, 국내 인증 제도 때문에 국내 시장도 불가능했다.
무엇이 한국을 혁신이 불가능한 나라로 만들었을까. 남 대표는 한국 사회의 ‘불신 구조’를 지목한다. 우리 사회는 한 명이 사고를 치면 그 사람만 벌주는 것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영역에 있는 모든 주체에게 가혹한 규제를 들이민다. 한 사람의 일탈을 막기 위해 아예 누구도 시도하지 못하게 제도를 강화한다. 전수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도는 그것을 요구한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아예 생산을 못 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안전사고는 막아야 한다. 하지만 신제품에서도 안전사고를 100% 막을 수는 없다. 실수나 결함이 있으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은 책임을 지기에 앞서 사업 자체를 못 하게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으니 사고는 없다. 그렇게 혁신은 멈춘다.
남준희 대표는 사용 후 배터리 사업은 포기했지만 연료전지 스택 재사용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서 연료전지 스택을 분리해 이를 발전기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해당 스택을 발전용 연료전지로 제작해 1억 원에 판매하고 있다. 폐차되는 넥쏘에서는 연료전지 스택은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고철 값 정도의 가치 밖에 없다. 폐차된 넥쏘에서 추출한 발전용 연료전지로 재사용할 수 있다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재사용 연료 전지는 군대처럼 발전기가 필요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열 추적과 소음을 줄일 수 있어 디젤 발전기의 훌륭한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남 대표는 환경부 국책 과제로 선정돼 이를 입증해 보겠다고 한다. 이 분야 역시 제도는 없다. 재사용 수소 발전기라는 분류가 없고 인증도 없고 제품을 쓸 수도 없다. 또다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법·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규제가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또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정부는 늘 혁신을 강조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 누군가가 혁신을 시도하면 아무도 그 길을 걷지 않았다는 이유로 막는다. 제도가 없다는 이유로 못 하게 하고 제도를 만들어서 못 하게 한다. 투자를 받고 싶어도 해외 유사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다. 이런 환경에서 전 세계 최초의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남 대표는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을 던진다. 창의적 사고와 기술은 존재했지만 제도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은 한국에서 혁신이 멈추는 진짜 이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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