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Kim Yushin)
김유신이라면 중국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을 것!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그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어려움을 당하여 자신을 구원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자 중국 정부는 '주둥이 닥쳐'라고 했다. 不容置喙(불용치훼). 자주의 화신 김유신이라면 뭐라고 반박했을까? "물어!(咬之.교지)"라고 했을 것이다.
서기 660년 신라 태종무열왕 시절, 황산벌 싸움에서 백제 결사대를 무찌른 金庾信의 신라군은 먼저 온 唐軍과 합류하기 위하여 唐의 진영에 이르렀다. 唐將 소정방은 신라군이 늦게 왔다고 신라 장수 김문영을 목 베려 했다. 김유신이 격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삼국사기 신라본기).
"대장군이 황산의 싸움을 보지 못하고 늦게 왔다고 죄를 주려는 것인데, 나는 결코 죄 없이 욕을 당할 순 없다. 반드시 먼저 당군과 싸워 결판을 지은 다음 백제를 부수겠다."
삼국사기 태종무열왕 편은, 그렇게 말하는 김유신을 이렇게 묘사했다. "김유신이 軍門에서 도끼를 짚자 성난 머리털은 꼿꼿이 서고 허리에 찬 보검은 저절로 칼집에서 빠져 나왔다."
이를 본 소정방의 副將 동보량이 겁을 먹고 발을 구르며 말하기를 "신라 군사가 장차 변하려 합니다"고 하니 소정방은 김문영의 죄를 풀어주었다.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傳에는 그 뒤의 일일 이렇게 적었다. <당나라 사람이 백제를 멸한 뒤 사비의 언덕에 군영을 만들어 신라 침략을 음모하였다. 우리 왕이 알고 여러 신하를 불러 계책을 물었다.
다미공이 나아가 말하기를 "우리 백성을 거짓 백제의 사람으로 만들어 그 의복을 입히고 도둑질을 하려는 것처럼 하면 당의 사람들이 반드시 공격할 것이니 그때 더불어 싸우면 뜻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니
유신이 말하기를 "그 말도 취할 만하니 따르십시오"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당 나라 군사가 우리의 적을 멸해주었는데 도리어 함께 싸운다면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겠나"고 했다. 유신이 말하기를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그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어려움을 당하여 자신을 구원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는 허락하여 주십시오"라고 했다. 당의 첩자는 우리가 대비하고 있음을 알고 백제 왕, 신료 93명, 군사 2만 명을 사로잡아 돌아갔다. 소정방이 포로를 바치니 당의 고종은 위로한 뒤 말하기를 "어찌 신라마저 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소정방은 이렇게 말했다.
"신라는 그 임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그 신하가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 섬기기를 부형 섬기듯 하니 비록 작지만 도모할 수가 없었습니다.">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그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어려움을 당하여 자신을 구원하지 않겠습니까"(犬畏其主 而主踏其脚則咬之, 豈可遇難而不自救乎)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대로 하여 자주를 지키는 정신을 실감 나게 표현한 명문이다.
벽제화장장
서울은 이웃 지역들에 빚을 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몰린다. 주거, 교통, 환경 등 수많은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도미노처럼 주변 지역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숨 막히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혼잡도가 경기나 김포뿐 아니라 서울 문제이기도 한 이유다. 대한민국 수도를 국제적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주변 지역의 희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3년 터질 듯 팽창하던 서울의 쓰레기를 묻어 처리하던 난지도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만 한 대체지를 서울에서 찾을 수 없어 조성한 게 인천 서구 백석동의 수도권 매립지다. 지난 30년간 1억5000만t 넘는 수도권 쓰레기를 이곳에 묻었다. 쓰레기 비중은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40%, 인천이 20% 정도다. 2016년 매립지 사용이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분리수거와 재활용, 소각처리 증가로 시한이 연장돼 왔다. 인천시는 토지 소유권 이전 등의 인센티브를 받지만 현지 주민 사이에선 “왜 남의 동네 쓰레기까지 받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2011년 12월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이 준공되기 전까지 서울시의 유일한 화장장은 서울시립승화원이었다. 명칭은 ‘서울시립’인데, 서울이 아니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에 위치한다. 1970년 9월 서울 홍제동에서 이전한 것이다. 옛 행정구역에서 이름을 딴 벽제화장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님비(NIMBY)’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시절이 아니었다면 서울 화장장이 현 위치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 1998년부터 조성이 추진된 서울추모공원은 극심한 주민 반발로 7년의 소송전까지 겪었다. 벽제화장장 주변 주민들이 2009년 뒤늦게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게 얻어낸 것이 식당·매점·카페 등의 부대시설 운영권이다.
이곳 운영권을 놓고 강제집행, 새 사용자 선정 입찰, 소송 등으로 잡음이 크다.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얹으려다 빚어진 일이다. 지난주 온라인 공매에서 응찰자 21명 중 최고가를 써낸 누군가가 낙찰을 받아갔다. 운영권자를 ‘화장장 반경 500m 주변의 주민’으로 정한 문구가 유명무실해졌다. 불편은 옛 벽제읍 주민이 감수하고 혜택은 애먼 이들이 가져가는 광경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2분에 1대꼴로 적발된 우회전 車, 단속만으로 될까
“보행자 없으면 그냥 우회전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작년 얘기고, 올해 또 바뀌었잖아요.”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일시 정지’ 계도기간이 끝나고 단속이 시작된 22일부터 전국 도로 곳곳에서는 이 같은 실랑이가 이어진다. 24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사거리에서는 40분가량 이어진 경찰의 집중단속에 차량 20대가 적발됐다. 2분에 1대꼴로 걸린 것이다. 단속에 걸린 차량 때문에 교통마비 현상을 빚기도 했다.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올해 1월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는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반드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후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일시 정지는 차량 속도가 0이고, 바퀴가 완전히 지면에 멈춘 상태다. 몇 초를 머물러야 한다는 기준은 없고 경찰이 육안으로 판단한다. ‘잠깐이지만 멈췄다’ ‘아니, 바퀴가 굴렀다’는 다툼이 이어진다. 앞차가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출발했더라도 뒤따라가면 안 된다. 무조건 한 번은 멈춰야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우회전해서 다시 횡단보도를 만날 때에도 운전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건너는 중이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지나가도 된다는데, 건너려고 하는지는 어떻게 아느냐가 문제다. 횡단보도에 바짝 붙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건널 마음이 있는 걸까.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저 사람은 건너려는 건가, 아니면 택시를 잡으려는 건가. 독심술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혼란을 키운 건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법이 연거푸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엔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10월부터 단속에 들어갔다. ‘보행자가 보이면 우회전을 멈추세요’라는 주문에 그나마 익숙해질 만하니 올해 들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바뀌었다. ‘전방 적색 신호엔 무조건 멈추라’는 새로운 주문이 추가됐다. 신호등과 보행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지다 보면 머리가 하얘진다는 운전자들이 많다. “헷갈리면 일단 멈춰라”가 그나마 답이다.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는 필요한 규제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교통사고의 비율은 10.9%(2021년)로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해하기도 지키기도 힘든 규정을 만들고, 단속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운전자의 의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메시지를 단순화하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2분에 1명씩 법규 위반자가 나오는 상황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