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기념일이야.
-a memorial day [기념일]
여섯 번째 기념일
왠지 모를 두려움.
“여기가 니 방이야?”
“응.”
내 방 피아노와 책상과 의자와 침대를 쭉 둘러보는 민태.
“되게 넓다 ㅡ”
“좀 넓지 내 방이.훗”
너 하는 거 봐서 내가 너랑 같이 쓸 수도 있는데.후훗;
우리는 다정하게 침대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너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뺀질거리겠다
생각 한 거 알어? 근데 나중에 너 웃는게 너무
예뻐서 보기만 해도 두근두근 거린 거 알어?
넌 나 왜 좋았어?”
민태의 눈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물었다.
“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너 좋았어.”
내 볼을 툭 치며 말하는 민태.
아. 너무 좋다.
“거짓말.”
“진짜야. 나 애들이랑 진실게임도 했다?!”
전학 온 지 얼마 안됐는데도 애들이랑 엄청 친해진 모양이다.
“누구 좋아한다 그랬는데?”
“너.”
“치.거짓말.”
“이게 아까부터 거짓말 거짓말.”
“다른 애들은?”
“야 그거는 비밀이지.”
“뭐에요.궁금하잖아.알려줘 알려줘~ 응? 조용히 할게~”
살짝 표정을 바꾸며 귀여운 척을 좀 했더니
역시 결국에는 입을 여는 녀석.
“애들이 신슬기 많이 좋아하지.”
“어.”
“그럴 줄 알았어.”
하여간 남자애들은 몸매만 좀 좋으면
그냥 다 뻑 간다니까.쯧쯧.
“그런데 너 좋다는 애 있다?”
“응? 누구?”
우리 반에 날 좋아하는 애가 있다는거야?
누구지?
“하진이가 너 괜찮다 그러던데?!”
“아,유하진 ㅡ”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고 여자한테 매너도 있는 하진이.
하진이가 원래 여자한테 매너가 별로 없었는데
누나가 엄청 교육을 시킨 뒤로는 정말 매너 좋은 남자로 변했다.
뭐 그래도 하도 착해서 인상만 좋은 친구일 뿐이다.
“하진이 그냥 친구 인 거 알지?”
“응.괜찮아. 하진인 그냥 친구인 거 알어.”
가끔은 이런 마음 넓은 남자친구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우리 둘이 같이 살면 재미있을 거 같애.”
난 사람 한번 좋아하면 너무 솔직하게
이말 저말 다 내뱉어 버리는 게 흠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말하면 그닥 좋지만은 않을 텐데
민태랑 있으면 나도 모르게 너무 솔직해진다.
“우리 집 하나 사서 같이 살까? 쿡”
놈이 장난스럽게 대답한 거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당연히 그런 날이 올거라 믿고 있었다.
“나 오느라 엄청 뛰어와서 피곤해. 일로와봐.”
이러면서 내 침대로 날 끌어당기는 민태.
난 민태 양 팔에 꽉 안겨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누워버렸다.
“변태.”
“야, 나 변태 아니야 ㅡ”
“알어.”
뒤에서 날 안으며 내 손을 꽉 잡아주는 민태.
“너 내가 만약에 반쯤 미쳐서 헤어지자 그래도 이 손 절대 놓지마.”
“알았어.”
“정말 놓지 않겠다고 약속해. 내가 헤어지자 그러는 건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지자 그러는 걸 테니까.”
두려웠다.
행복한 만큼 두려웠다.
그래서 확신이 필요했다.
민태에게서 이 여자 내 여자다 하는 도장이 찍히고 싶었다.
“근데 니가 헤어지자 말하면 나 충격 먹어서
너 못 잡을 수도 있어. 그냥 헤어질 수도 있어.”
“야. 이민태.그게 뭐야. 나 그래도 꼭 잡어. 응?”
“왜 갑자기 그런 말 해. 너 어디가?”
지금 난 내가 가장 두려워 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네 눈빛 하나에도 네 말투 하나에도
난 울고 웃는데. 그렇게 말 하면 어떡해.
“아냐.나 어디 안가.그냥.불안해서 그래.”
널 이렇게 곁에서 보고 있어도
너무 두렵다. 날 두고 어느 순간 날아가 버릴 까 두렵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자꾸 보고싶다.
곁에 있음 더 보고싶어지는 남자. 그게 너야.
“만약에 너 어디로 떠난다 그러면 나 너 다신 안 봐.”
“왜. 떠난다 그러면 1분이라도 더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앞으로 못 볼 거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아.”
이게 녀석의 방식이였다.
못 볼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지말자.
냉정하고도 속 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