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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야호♬ (lil_ili@hanmail.net)
친정 ★ 야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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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법칙>
법칙 24. 턱은 괴롭다.
MT 장소에 도착한 버스가 천천히 속력을 늦췄다.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을 살피니 온통 산이고 강줄기였다. 와- 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통나무로 세워진 펜션을 쳐다보았다.
펜션촌을 아예 빌려버린 듯 펜션 여섯개만 덩그러니 있을 뿐 다른 손님은 없었다. 내려도 된다는 버스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
다들 기지개를 켜며 버스에서 내렸다. 시원한 시골 공기에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모두 표정이 활짝 폈다.
다솔이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며 고개를 돌려 독고산하를 쳐다보자 녀석은 그저그런 무심한 얼굴로 주위를 둘로볼 뿐이었다.
사람이 감동이 없어, 감동이.
“근데 친구야, 너 언제 촬영팀하고 한 판 뜰거야?”
“오늘 안에 어떻게든 끝을 봐야지. 일단 감독님한테 먼저 말 해놔야할 것 같아서 참고있는 중이시다.”
“그래? 그럼 이따 한 판 뜰 때 나랑 같이 가. 감히 내 친구를 무시하다니, 죽여버리겠다규!”
“오냐.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다솔이를 향해 피식 웃으며 대답하고 돌아섰더니 다솔이가 킬킬 웃으며 ‘눈물까지? 난 절친한 친구잖아!’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짐을 챙겨 배정 받은 펜션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뒤에서 느닷없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어, 엄마야!”
나도 모르게 엄마까지 찾으며 걸음을 멈췄다. 하마터면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될 뻔 했기에
미간을 찌푸린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유진태 감독이 미안한 듯 날 쳐다보았다.
“어? 초하씨, 놀랐어요? 아하하, 미안미안.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감독님, 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구요.”
“넘어지려고 했으면 내가 잡았죠. 초하씨, 날 그렇게 못믿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내 어깨에 걸쳐진 그의 손을 풀며 가재미 눈으로 쳐다봤더니 유진태 감독이 미안하다며 빙긋 웃었다.
“뭐, 어쨌든 감독님이 먼저 찾아와서 다행이네요. 마침 저 감독님한테 말씀 드릴 거 있었는데.”
“나한테요? 초하씨가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하니까 새삼 긴장되네. 뭔데요?”
“저 촬영팀이랑 한 판 뜰건데, 미리 말씀 드려야겠다 싶어서요. 전치 몇주까지 가능할까요? 제가 원래 화나면 주먹부터 나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진지한 얼굴로 유진태 감독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거짓말이 조금 보태지긴 했지만 아예 거짓말도 아니었다. 화나면 주먹부터
뻗는 스타일이라 곽하주 두들겨패고 퇴학당한 거니까 말이다.
물끄러미 유진태 감독을 쳐다보자 그가 난처한 듯이 웃으며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 벌써 촬영팀 만났어요? 안그래도 나도 그것때문에 초하씨한테 할 얘기가 있었거든요.”
“만나기만 했겠어요? 인사도 건넸는데 무시 당했어요. 그래서 한 판 떠야할 것 같아서요.”
“음, 저기 초하씨. 말싸움으로 한 판 뜰 수 있게 따로 자리를 마련해줄게요. 오늘 저녁에 바베큐 파티 끝나고 어때요?”
“마음 같아선 당장 머리카락이라도 뽑아버리고 싶지만… 알겠어요. 근데 대체 저한테 왜그런데요?”
내 물음에 유진태 감독이 난처한 듯 가볍게 웃었다. 유진태 감독의 눈치를 보아하니 내가 묻지 않아줬으면하는 것 같았으나,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라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얼른 대답해달라는 표정으로 유진태 감독을 재촉하자 그가 결국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초하씨 경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대요.”
“경력이요?”
“네, 초하씨는 팀을 이뤄 활동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때그때 투입되서 일을 했으니까… 그래서…….”
“한마디로 퍼스트, 세컨… 이렇게 안밟고 올라와서 불만이라는 거네요?”
유진태 감독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퍼스트, 세컨… 그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내쉬어졌다.
개방적인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 것과는 달리 작업 환경은 꽤 보수적인 편이고, 여자가 일하기 힘든 곳이라는 걸 이미 여러번
겪어와서 이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속 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름대로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초하씨, 난 초하씨를 믿어요. 초하씨의 됨됨이를 믿고 실력을 믿어요. 분명 촬영팀도 초하씨를 받아들일거에요.”
“뭐 무작정 덮어놓고 싫어하는 사람들한텐 제 모든 게 못마땅할 수도 있죠. 아무튼 이따 저녁에 해결봐야겠네요.”
“그래요. 초하씨라면 절대 지진 않을거에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대답을 내뱉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힐끔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피니 스탭 하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독고산하가 보였다.
녀석이 버스에서 심드렁하게 내뱉었던 목소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는 게 당연한 사람은 하나도 매력없어.’ 였던가? 피식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유진태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매력 운운하는 누구씨 때문에라도 지는 건 좀 곤란하거든요.”
“음?”
“아니에요, 아무것도. 짐부터 정리해야겠어요. 이따 뵐게요.”
의아한 듯 쳐다보는 유진태 감독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펜션쪽으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어차피 촬영팀은 이따 따로
만나서 시간을 갖기로 했으니 그전까진 그들에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을 신경쓰느라 내가 즐겨야 할 MT를 즐기지
못한다면 그건 나에게 너무 미안한 짓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난 절대 촬영팀에게 지지 않을테니까 불안해 할 이유도 없고.
“아자! 아자! 아자!”
에이씨, 민초하 우주최강이다!
*
“그럼 지는 팀이 오늘 저녁에 바베큐 파티 준비하는 겁니다. 모두 아시겠죠?”
유진태 감독의 말에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함께 우렁찬 대답이 들렸다. 나도 스탭들 사이에 다솔이와 나란히 서서 한 손을 높이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바베큐 파티라는 말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슬레이트가 인쇄 된 하얀 티셔츠를 똑같이 맞춰입은 사람들을 쭉 둘러보고 있으려니 괜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슬쩍 고개를 숙여 그들과 마찬가지로 슬레이트가 인쇄 된, 내가 입고 있는 하얀색 티셔츠를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새삼 다시 느껴졌다.
“나눠받으신 명찰에 보면 뒷면에 자기가 무슨 팀인지 표시가 되어있으니까 확인해주세요. 제가 서있는 쪽이… 어디보자,
아! ‘예술’ 팀이네요. 그리고 독고산하씨가 서있는 쪽이 ‘흥행’ 팀이에요. 팀은 무작위로 뽑은거니 불만 가지지 마세요.”
유진태 감독이 코끝을 찡끗거리며 말했다. 장난스레 내뱉어진 그의 말에 스탭들, 배우들 할 것 없이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자신의 명찰에 표시 된 팀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유진태 감독이 예술 팀, 독고산하가 흥행 팀이다 이거지? 어디보자, 나는……
“친구야, 나 흥행 팀이다. 독고산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것도 지겨운데 여기서까지 한 팀이라니. 진짜 짜증난다규.”
“원래 코디나 매니저까지 껴서 MT 즐기는 영화팀 몇 없어. 참여하는 게 어디야? 으헉.”
“얼라? 친구야, 너 급격하게 표정이 안좋다? 너 무슨 팀인데 이래?”
다솔이와 도란도란 말을 주고 받다가 명찰 뒤에 있는 팀을 확인하고 나도 모르게 으헉 소리를 내뱉었다. 독고산하와 한 팀이 됐다며
툴툴거리던 다솔이가 의아한 듯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와 내 명찰을 확인했다. 곧 다솔이는 킬킬 웃으며 내 등짝을 팡팡- 두드리더니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어떡하냐? 독고산하랑 다른 팀 돼서.”
“…다솔아, 나랑 바꿀래?”
“나도 그러고 싶다만, 안될 것 같다규.”
왜? 왜 안돼? 두 눈을 부릅뜨고 다솔이를 쳐다보자 다솔이가 턱짓으로 가볍게 앞을 가리켰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다솔이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커다란 전지에 이미 두 편으로 나뉘어진 명단이 모두 써있었다.
몰래 다솔이랑 편을 바꾸려고 했더니, 미리 명단을 준비해서 오다니!
입을 삐죽거리며 다솔이를 쳐다보자 다솔이는 웃겨 죽겠다는 듯 킬킬 웃으며 어깨까지 떨고 있었다. 웃기냐?
“웃지마! 이게 웃긴 일이냐?”
“얼라? 안 웃길 건 또 뭐냐규. 아무튼 열심히 해봐, 친구! 비록 다른 편이지만 너의 매력으로 독고산하에게 어필해보는거야!”
“닥쳐, 시끄러, 꺼져.”
“오? 방금 그거 리듬감 있었어. 마치 3종 세트 같았다고나 할까. 아니, 아니다. 3단 콤보?”
헛소리만 내뱉어대는 다솔이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젓고 유진태 감독이 서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솔이는 장난스레 웃다가 독고산하를 발견하고는 언제 웃었냐는 듯 ‘싫어!’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독고산하가 싫긴 무지 싫은갑다.
다솔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유진태 감독이 서있는 쪽으로 다가서자 팀을 확인하던 유진태 감독이 반가운 얼굴을 하고 내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초하씨, 저랑 같은 팀인가봐요?”
“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어? 초하씨 싫은 얼굴이네? 난 좋은데. 아무튼 우리 잘 해봐요, 초하씨랑 같은 팀 됐다고 생각하니까 기운이 솟아나네요. 하하.”
“싫긴요…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요.”
책 읽듯 중얼거리며 독고산하가 서있는 곳을 힐끔 쳐다보았다. 같은 팀이 된 스탭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었는지 녀석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대답하는 것이 보였다.
웃음이 나와? 나랑 같은 편이 아닌데 웃음이 나와? 나오냐구!
…아, 그래. 독고산하라면 좋아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도 남지, 남아. 내가 그걸 잠시 망각하고 있었군.
어쩐지 즐거워하는 독고산하의 모습을 보는 것이 못마땅해서 뚱한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보다가 다시 유진태 감독을 쳐다보았다.
“감독님.”
“네?”
“우리 꼭 이겨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요! 전 절대로 이겨야겠어요!”
“이야, 초하씨 투지가 넘쳐서 좋네요.”
그럼요, 투지가 넘치고 말고요. 넘치다 못해 폭발하기 일보직전인데! 난 콧김까지 씩씩 뿜어댔으나 유진태 감독은 언제나처럼 싱긋
웃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내 그는 한 손을 내 어깨에 살짝 얹은 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팀이 모두 모였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힐끔 그가 내 어깨에 얹은 손을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독고산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 나 없이 즐겁다 이거지? 난 신경도 안쓴다 이거지? 좋았어, 두고보자고. 내가 같은 팀이 아니라는 걸 아쉬워하게 해주마!
“게임은 축구, 피구, 퀴즈, 계주 총 4개를 할 거고, 각 팀은 선수들 미리 정해놓으시는 게 편할 겁니다.”
유진태 감독이 팀원을 확인하는 동안 영화사 사장 오빠가 나서서 이것저것 설명하며 상황을 진행시켰다. 딱히 속하는 팀 없이
MT 진행을 담당한 사장 오빠가 불쌍해서 손을 번쩍 뻗어 흔들며 인사했더니 오빠도 날 발견한 듯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후, 이놈의 인기란 정말.
“초하씨는 뭐하고 싶어요? 딱히 나가고 싶은 거 없어요?”
사장 오빠와 손 인사를 주고 받는데, 유진태 감독이 부드럽게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물어왔다. 깜짝 놀라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그제야 ‘게임 종목’을 물어오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급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흐음. 계주요! 아, 근데 축구랑 피구도 잘해요. 에이, 그냥 퀴즈만 아니면 다 괜찮아요.”
“퀴즈는 영화에 관련된 걸로 준비했는데, 그래도 싫어요?”
“말도 마세요, 저 진짜 그런 거 못해요. 알던 것도 긴장해서 까먹는다니까요.”
“하하, 알았어요. 그럼 초하씨는 나머지 3개 중 하나에 이름 올릴게요.”
“옙.”
팀 주장을 맡은 유진태 감독이 나지막이 웃더니 다른 팀원들에게 다가가 내게 물었던 것처럼 이것저것 물었다.
주장이란 정말 피곤한거구나. 독고산하는 잘하고 있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녀석은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하긴, 저 성격에 주장이 됐으니 오죽 싫을까. 독고산하의 ‘귀찮아!’라고 외치는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초하씨, 초하씨는 피구 나가는 걸로 할게요. 괜찮죠?”
“옙! 저 체육은 다 잘해요!”
선수를 모두 정한 듯 유진태 감독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우렁차게 대답했더니 유진태 감독이 싱긋 웃으며
날 쳐다보았다. 눈 웃음이 어찌나 기분 좋게 휘어지는지 보는 나까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유진태 감독은 내게 ‘선수 명단이에요.’라며 보여주더니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오호라? 이것봐라, 나 좋아한다더니 스킨쉽에 너무 자연스러워진 거 아냐? 이걸 확 치워버려?
…에이, 기분 좋은 MT 날이니까 서비스다!
“감독님은 어느 거 나가세요?”
“저는 계주 나가요.”
“에? 감독님 퀴즈 나가거나 축구할 줄 알았는데… 달리기 빠르세요?”
“어허, 초하씨 저 이래보여도 고등학교때 계주 나가면 맨날 마지막 주자였어요.”
“마지막 주자가 왜요?”
“원래 제일 빠른 애들이 마지막에 뛰잖아요. 제가 한 달리기 하거든요.”
“흐음…”
“못 믿겠으면 이따 확인해봐요. 깜짝 놀랄거에요.”
어쩐지 달리기와는 멀어보이는 유진태 감독이 계주에 나간다니 ‘과연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래도 계주는
체육의 꽃 아니던가! 다른 거 다 져도 계주만 이기면 역전이 가능하고, 가장 흥분되고, 가장 짜릿한 종목말이다.
못미더운 표정으로 유진태 감독을 물끄러미 쳐다봤더니 그는 장난스레 웃더니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마치 비밀을 말하듯 나지막이
말했다.
“저쪽팀 마지막 주자는 독고산하씨래요.”
“에? 독고산하요?”
“네.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죠?”
유진태 감독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모르게 독고산하 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슬쩍 녀석을
살펴보니, 녀석은 별로 긴장하거나 지루해하는 기색없이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독고산하가 계주라… 하긴 슬림하게 생긴 걸로 보면 꽤 빠를 것 같은데.
녀석이 바톤을 넘겨받아 뛰는 것을 혼자 상상하다가 괜히 웃긴 기분에 킥킥 웃고 있는데 느닷없이 독고산하가 고개를 돌렸다.
깜짝 놀라 다른 곳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으헉!”
딱딱히 굳은 채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이 피식 웃더니 입을 벙끗거렸다.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는데 입을 벙끗거리기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리가 있어서인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독고산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으려 최대한 녀석의 입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천천히 녀석을 따라 입을 움직였다.
“…….”
“…뭘……”
“…….”
“봐, 멍청이? 뭐? 뭘봐 멍청이? 저 자식이!”
독고산하가 내뱉은 말을 천천히 따라 하다가 ‘뭘봐 멍청이’에 도달한 내가 욱하는 마음에 두 눈을 부릅 떴더니 독고산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쭈, 여유만만이라 이거냐? 씩씩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있는 유진태 감독을 쳐다보았다.
“왜요?”
아, 깜짝이야.
스탭들과 배우들이 의지에 불타 뛰고 있는 축구 경기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기에 내가 쳐다보는 걸 모르나보다 하고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려는 순간, 유진태 감독이 먼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제가 쳐다보는 거 느껴져요?”
“초하씨 시선은 언제나 느껴져요. 할 말 있어서 쳐다본거죠?”
“으음, 그게… 감독님 진짜 잘 달리시는 거 맞죠?”
“에이, 초하씨는 속고만 살았나봐요. 나 정말 빠르다니까요.”
“그럼 무조건 독고산하를 이겨버리세요.”
“음?”
“독고산하한테 이기면!”
“이기면?”
“으음… 제가 커피 대접하기로 한 거, 비싼 커피로 대접할게요.”
진지한 얼굴로 유진태 감독을 향해 말했더니 그가 벙찐 표정으로 잠깐 날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아하하’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내가 내뱉은 말이 그렇게 웃겼나?
괜히 뻘쭘한 기분에 ‘아니 뭐, 그럼 다른 거…’라고 말을 우물거렸더니 유진태 감독이 손을 뻗어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 어떡하죠? 투지가 너무 불타오르는데요. 이 상태로 달리면 세계 신기록이도 수립할 것 같아요.”
“정말요?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하하! 내가 초하씨 덕에 웃어요. 꼭 이길 테니까 커피 값이나 준비해둬요.”
“지면 국물도 없는 거 아시죠?”
유진태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뭐가 그리 웃긴 지 계속 웃으며 날 쳐다보는 유진태 감독의 눈빛은
꽤 따스해서 오히려 오래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머쓱한 기분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축구 골대 안으로 공이 시원하게 들어갔다.
“어? 어! 우리 편이 넣은 거죠? 예? 맞죠?”
“네, 맞아요. 우리가 이긴 것 같네요.”
“오, 오! 오오! 좋아! 이 기세를 몰아가는거야! 좋았어! 휩쓸어버리는거야!”
축구는 우리 예술팀이 예술처럼 3 대 2로 흥행팀을 이겼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예술팀 사람들이 ‘와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얼싸안았다.
이제 겨우 첫번째 경기였지만, 원래 모든지 시작이 절반이라고 분위기는 금세 우리 편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겼다는 결과에 흥분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며 유진태 감독을 끌어안았다가 깜짝 놀라 떨어져나왔다.
“초하씨 은근슬쩍 스킨쉽 하는거죠, 그거?”
유진태 감독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물음에 ‘아니에요!’하고 대답하며 입을 삐죽거렸더니, 유진태 감독은 하하하-
웃으며 날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경기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배우와 스탭들에게 수고했다며 나지막이 격려를 내뱉는 유진태 감독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다음 경기가 피구인데 안나가고 뭐하냐는 다른 스탭의 말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뗐다.
꼭 이기겠어! 라는 다짐으로 투지를 불태우며 걷는데, 뒤에서 유진태 감독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초하씨, 꼭 이길거죠?”
하나둘 경기장으로 향하는 스탭들 사이에서 쓰윽 고개를 돌려 유진태 감독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독립투사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당연하죠!”
“기대할게요!”
유진태 감독이 내미는 엄지 손가락을 쳐다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친목 도모를 위해 하는 작은 게임일 뿐인데 왜이렇게까지
투지가 불타오르는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날 향해 자꾸 멍청이라고 말하는 독고산하에게 본때를 보여줄 기회라는 것이었다.
절대로 이겨주겠어. 그래서 내가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도 증명하고, 나와 같은 팀이 안된 걸 아쉬워하게 만들어주마!
“이얍!… 어, 어머나?”
수비가 건넨 공을 받아들고 있는 힘껏 상대방을 향해 던졌다. 그런데 맙소사, 난 분명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던진
공이었는데 상대방이 가볍게 공을 잡아버렸다. 공격이 순식간에 패스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힐끔 주위를 살피니 살벌한 시선들이 내게 꽂히고 있었다.
…정말 미안해요, 여러분.
“내 친구 초하야, 각오하라규!”
“야, 나 말고! 나 말고 딴사람!”
하필이면 상대편에서 공을 넘겨 받은 사람은 다솔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체육대회에서 피구 경기만 하면 공은 얄미우리만큼
쏙쏙 피하면서도 던지기만 하면 백발백중이였던, 성공률 백퍼센트의 신화 (내 친구) 윤다솔 말이다.
다솔이가 공을 잡은 것을 확인한 내가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자, 다솔이가 날 발견하고는 찡긋- 윙크를 했다.
나한테 던지지 말라며 손을 미친 듯이 내저었으나 이미 다솔이의 손을 떠난 공은 날 향해 거침없이 날아오고 있었다.
“자, 잡을 수 있어! 잡을 수 있… 크헉!”
로켓처럼 날아오는 공은, 잡아보겠다며 손 뻗은 날 무색하게 만들 작정이었는지 보란 듯이 내 턱을 가격했다. 커헉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어 졸지에 원하지도 않던 하늘 구경을 했다.
공 잡겠다 뻗은 손이 부끄러움에 부들부들 떨림과 동시에 어찌 해볼 틈도 없이 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니, 이건 쓰러진거다.
“초, 초하야 괜찮… 풉! 괘, 괜찮아?”
“초하씨!”
“촬감!”
“악! 우리팀!”
“턱뼈 부러진 거 아니야? 괜찮아요?”
대자(大)로 뻗은 채 바라본 하늘은 참 푸르르구나.
…아, 쪽팔려.
*
“초하야, 그 반창고 진짜 웃긴다.”
“심하게 웃겨?”
“응! 만화 캐릭터 같아! 내 친구지만 뭐랄까… 부끄러움?”
“야! 누가 이렇게 만든건데! 니가 이렇게 만든거잖아? 너 이리와, 너 죽고 나 살자!”
“얼라? 친구 왜이러냐규.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라규!”
다솔이를 잡기 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다솔이는 얄미우리만큼 쏙쏙 피하며 능청스레 혓바닥까지 날름거렸다. 그 혓바닥을 뽑아
줄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체력적으로 워낙 피곤한터라 그냥 자리에 앉아버렸다.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춰보니, 무식하리만큼 큰 반창고가 턱에 떡하니 붙어있는 꼴이 정말 웃기긴 웃겼다. 으, 짜증나!
“근데 친구야, 유진태 감독? 그 사람 달리기 진짜 빠르더라.”
“응, 그거 좀 의외였지?”
“난 독고산하가 엄청 빠르길래 우리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규! 유진태 감독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이긴건데.”
“그래도 동시에 결승선 밟은 거 보면 둘 다 엄청 빠르긴 한가봐. 둘다 디게 열심히 뛰드라.”
“치, 결국 바베큐 파티는 우리 팀이 준비해야하잖아. 귀찮다규.”
다솔이를 향해 이번엔 내가 메롱-하고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다솔이는 억울한 듯 베개를 물어 뜯으며 ‘으으!’하고 울분을 토했으나
승부의 세계란 냉정한 법이니, 어쩌랴.
축구와 퀴즈 게임에서 내가 속한 팀이 이기고, 피구는 다솔이가 속한 팀이 이겼다. 결국 승부는 가장 많은 점수가 걸려있는 계주로
결정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던 계주는 바톤 터치를 더 빨리한 유진태 감독이 앞서는 것
같았으나 독고산하가 무섭게 따라잡으며 비슷하게 달렸고, 끝내 결승선을 함께 통과해서 무승부로 끝나고야 말았다.
뭐,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우리 팀이 최종 승리를 거두게 되었지만.
“와, 전망 좋다. 역시 강원도가 산이 많아서 공기가 좋다. 전망도 탁 트였고.”
펜션 창문을 열고 울창한 산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여전히 침대에 앉아 툴툴거리고 있는 다솔이를 힐끔 쳐다보다가
창문 가까이 다가가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2층에 있는 방을 배정 받아서 ‘계단 오르내리기 귀찮아!’하고 투덜거렸는데, 이렇게 탁 트인 전망을 보니 2층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펜션 바깥에 있는 드넓은 마당에는 바베큐 파티 전까지 주어진 자유 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다들 방금 전까지 신나게 즐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꽤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솔아.”
“응?”
“나 촬영팀이랑 한 판 뜨면 이길 수 있겠지?”
“당연하지. 민초하답게 박살내버려. 내가 못도와줘서 아쉬울 뿐이라규. 당사자들끼리 해결한다고 하니 끼어들 수도 없고.”
“너 끼어들면 말싸움 내내 규~ 규~ 거릴 텐데 그걸 어떻게 듣냐?”
다솔이를 향해 ‘넌 절대적으로 도움이 안될거야.’라는 표정을 지었더니 다솔이가 날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당당히 펼쳐들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았다.
사람 구경 하느라 이리저리 눈을 바삐 움직이다가 이내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내 시선을 그곳에 고정시켰다.
독고산하와 유진태 감독, 그리고 영화사 사장 오빠였다. 오, 셋이 서있으니까 그림이 좀 되는데?
“독고산하씨! 감독님! 오빠!”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들릴까 싶었는데 용케 유진태 감독이 내 목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았다.
이내 그는 반가운 표정으로 날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유진태 감독이 손을 흔들자 사장 오빠도 뒤늦게 날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두 손을 힘껏 흔들며 인사를 했는데, 유독 독고산하만 삐딱한 표정으로 날 쳐다볼 뿐 이렇다할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
내심 섭섭한 마음에 흔들던 손을 내리고 창문을 닫으려는데, 독고산하가 조용히 손을 들더니 자신의 턱을 가리켰다.
“턱? 턱이 왜?”
무심결에 녀석의 손동작을 따라 하다가 그제야 내 턱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기억해냈다. 윽,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걸 하고
좋다고 냅다 손을 흔들었으니!
급하게 턱에서 손을 떼며 독고산하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다가 창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아버렸다.
나도 내 턱에 붙어있는 반창고 웃긴 거 알거든?
“가뜩이나 피구 하다 공 맞고 뻗은 것도 쪽팔려 죽겠는데.”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돌려세웠다. 그러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다솔이 모습에 괜히 울컥한 기분이 들어 베게를 던졌다.
다솔이는 무방비하게 누워있다가 내가 던진 베게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 어이없었는지 바로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뭐여! 친구, 너 미쳤냐?”
“몰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다솔이에게서 베게가 날아왔다. 피구공을 턱에 맞았던 것처럼 베게를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내가 다시
그 베게를 손에 쥔 채 다솔이를 쳐다보았다.
다솔이는 해보려면 해보라는 투로 침대 위에서 자리까지 잡고 서있었다.
오냐. 바베큐 파티까지 주어진 이 자유시간, 베게로 널 응징하는데 기쁘게 사용하도록 하마!
“죽었어!”
베게를 던지고, 맞고, 던지고, 맞고… 그러면서 느낀 것은 하나였다. 베게로 얼굴을 정통으로 맞으면 무척이나 아프다는 것.
…아, 진짜 아프다.
*
“우리 초하 턱에 흉터 생기진 않겠죠?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 얼굴인데.”
“괜찮을 거에요. 만약 흉터가 생긴다고 해도 초하씨는 그것마저 매력적인 상처가 될지도 모르죠.”
초하의 창문이 닫히는 것을 보며 영화사 사장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을 내뱉었다. 영화사 사장과 마찬가지로 초하의 창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던 유진태 감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흉터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듯 장난스럽게 내뱉어진 마지막 말에는 웃음기마저 묻어있었다.
유진태 감독은 산하의 대답이 듣고 싶었는지 고개를 돌려 산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초하의 닫힌 창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 손을 턱에 괴고 있던 산하가 유진태 감독의 시선을 느끼고는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흉터 생기면 밤길에 시비거는 사람은 적어지겠죠.”
산하의 말에 유진태 감독과 영화사 사장이 동시에 풋-하고 웃었다. 산하는 뭐가 웃기냐는 듯 두 사람을 쳐다 보다가 습관적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생각보다 유진태 감독과 영화사 사장이 오래 웃는다 생각했는지 산하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산하씨 센스에는 당할 수가 없네. 하하. 아참, 그보다 감독님. 저기 우리 초하 촬영팀하고의 일…”
“그거라면 이따 바베큐 파티 끝나고 따로 만나기로 했어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게 또 그렇지가 않아서요. 자꾸 신경이 쓰이고 그러네요.”
“아까 보니까 초하씨는 머리카락이라도 뽑아놓을 기세던데요. 아마 초하씨라면 잘 해낼거에요.”
영화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유진태 감독이 확신하는 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영화사 사장은 무언가 더 할 이야기가
있는 듯 했으나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사장님.’하고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몸을 돌렸다.
영화사 사장이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멀어진 것을 확인한 유진태 감독이 산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까 계주 경기때 봐주면서 뛰어준 거 고마워요.“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요.”
유진태 감독의 말에 산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심한 듯 대답했지만 유진태 감독은 다 알고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산하씨 더 빠르다는 거 알아요. 예전에 산하씨가 전력질주하던 쇼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거든요. 초하씨가 지면 국물도 없다고
해서 좀 걱정했는데, 산하씨가 봐준 덕에 살았어요. 아예 안져줘서 좀 아쉽긴 하지만.”
산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무심한 듯한 눈길로 유진태 감독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펜션으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몸을 돌려세웠다.
“산하씨, 예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죠? 초하씨를 절대로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을거라던……. 그거 아직도 유효한거죠?”
느닷없이 내뱉어진 유진태 감독의 질문에 산하가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유진태 감독은 빙긋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산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에요. 혹시라도 산하씨가 초하씨를 조금이라도 좋아하게 됐을까봐 묻는거에요. 초하씨 마음이 누구에게 향하는 지
알고 있으니까 자꾸 초조해지네요. 이럴 때 믿을 거라곤 산하씨의 확고한 마음뿐이라서. 이해하죠?”
이해하죠? 라고 물으며 유진태 감독이 난처한 듯 웃었다. 산하는 무심한 표정으로 유진태 감독을 쳐다보다가 힐끔 시선을 돌려
굳게 닫힌 초하의 창문을 쳐다보았다.
약간의 뜸을 들인 채 서있던 산하가 다시 시선을 유진태 감독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무신경한 말투로 말했다.
“…저도 그 녀석 귀찮으니 얼른 데려 가시죠.”
“초하씨가 귀찮아요?”
“감독님 말처럼 그 녀석이 절 좋아한다고 하는데, 어지간히 귀찮게 굴어야 말이죠. 신경 쓰이는 게 한두개가 아니거든요.”
산하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고는 고개만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내 산하는 기지개를 켜며 펜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멀어지는 산하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유진태 감독은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산하를 쳐다보다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신경 쓰인다…라, 그러니까 도대체 의미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진태 감독의 뒤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
가뭄이 지속 됐다더니, 고마운 비가 내리네요. 비가 내리길래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빗소리만 들었어요.
으항. 코코아가 생각나는 날씨에요♡
빈대떡도...
(+읽어주신 분들과 꼬리말 달아주신 분들께 쌩유베리감사!♡_♡)
야호♬ 올림.
첫댓글 하아아아아....... 저희는 체육대회날 비가와서 중간에 그만두더니ㅠ,ㅠ 축제날에도 비오려나봐요 ㅠ,ㅠ 잘읽고갑니다앙
담편이 재미있을것 같애요 ... 촬영팀 어찌 하는지..기대돼요..
※ 추천받고 달려와서 첫편부터 24편까지 본 저입니다. 정말 매력적인소설이네요. 캬악캬악. 산하가 너무좋다 정말!!!!!!< 야임뫄! 누가 그렇게 멋지래 너???확그냥...이러고 ㅋㅋㅋㅋㅋ암튼! 이소설도 정말 기대많이됩니당. 이름을빌려주세요오도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ㅜㅜ 이렇게 거짓말의법칙이라는소설도 읽게되네여. 하악. 암튼! 앞으로 많이많이많이 기대할테니! 항상 힘내시구용! 성실연재부탁드립니다! 건필하셔용:3
초하가 한판 잘 뜰 수(?) 있을까ㅎㅎㅎ
★
추천방에서보고 일편부터 쭉~읽었답니다 ㅎ.ㅎ!! 한편한편 댓글을달아드리고싶었지만 ㅠㅠㅠ 바로바로 다음편이궁금해서 달려오느라 달지못햇어요...!! 사실이렇게말하면 핑계지요..ㅠㅠ뉴뉴 그치만 앞으론 꼬박꼬박 댓글달게요 ^ㅡ^!! 후후, 초하가 한판떠서 꼮 이겼으면 해요 ㅎ.ㅎ 물론 당연히이기겠죠?! 후후~ 앞으로 별을 꼮꼮 붙이는 저를 기억해주시와요~ !!! 그럼저는 다음편을기대하며 이만 잠자리에들겠습니다 ㅎ.ㅎ 그럼 건필하세요!! 화이팅 ^^*
후후후./ 2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