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ADFC3C5FB1062846)
007 골드핑거(Goldfinger)
최용현(수필가)
내가 외국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읍내로 자전거 통학을 하던 중학교 때였는데, 가장 처음 본 외국영화가 ‘007 골드핑거’였다. 그 시절에는 왕우가 나오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에 혹해서 홍콩검술영화에 푹 빠졌지만, 아무래도 내 할리우드 키드 생애의 출발점은 ‘007 골드핑거’가 아닌가 싶다.
그때 본 ‘007 골드핑거’의 몇몇 장면들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 중에서 탄탄한 체격의 동양인 남자가 중절모를 벗어 휙 던져서 동상의 목을 부러뜨리는 장면과 벌거벗은 미녀가 온몸에 황금 칠을 한 채 엎드려있는 장면은 너무나 쇼킹해서 온몸에 짜르르 하는 전율이 일었었다.
이언 플레밍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007시리즈는 스파이 장르를 대표하는 첩보물이다. 1962년 ‘살인번호’로 시작된 007영화는 정식시리즈만 총 25편이 나왔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은 숀 코네리(6편), 조지 라젠비(1편), 로저 무어(7편), 티모시 달튼(2편), 피어스 브로스넌(4편)을 거쳐 지금은 다니엘 크레이그(5편)가 맡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007영화중에서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3편은 숀 코네리의 ‘골드핑거’(1964)와 ‘위기일발’(1963),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2006)이다. 최악의 3편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어나더데이’(2002)와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1989), 그리고 로저 무어의 ‘문레이커’(1979)이다.
‘골드핑거’는 1958년에 출판된 소설을 가이 해밀턴 감독이 영화화한 것으로, 테렌스 영 감독의 ‘살인번호’(1962), ‘위기일발’(1963)에 이은 세 번째 007영화이다. 제임스 본드가 영국의 악당 두목인 거부(巨富) 골드핑거(게르트 프뢰베 扮)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작전을 저지하는 내용으로, 미국을 무대로 하는 등 적극적인 미국 마케팅을 펼친 결과 미국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금 매매업자 골드핑거가 대량의 영국 금을 국외로 반출시킨다는 정보를 입수한 당국은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 扮)에게 금 반출에 대한 증거를 찾고 이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긴다. 제임스 본드는 골드핑거의 사기도박을 돕는 정부(情婦) 질을 유혹하여 골드핑거가 돈을 잃게 만든다. 그러자 골드핑거의 경호원 오드잡(해롤드 사카타 扮)은 질의 온몸에 황금 칠을 하여 질식사시킨다. 복수를 하려던 질의 언니마저 오드잡의 중절모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제임스 본드는 골드핑거가 롤스로이스 승용차의 몸체를 금으로 만들어 밀수출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골드핑거 일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골드핑거의 목장으로 끌려간 제임스 본드는 골드핑거가 중국에서 빼낸 원자폭탄을 터뜨려 미국 켄터키 주의 포트녹스에 보관된 정부 금괴 1만5백 톤을 58년간 방사능에 오염시켜 금값의 폭등을 유도하여 자신의 금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그랜드슬램 작전을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제임스 본드는 골드핑거의 조종사이며 항공단 단장인 푸시(아너 블랙맨 扮)를 설득하여 포트녹스 인근 사람들을 모두 잠들게 할 수면가스를 단시간용으로 교체하여 뿌리도록 하는데 성공한다. 쇠창살에 묶인 수갑을 푼 제임스 본드는 오드잡의 괴력에 고전하다가 오드잡이 쇠창살에 꽂힌 중절모를 빼낼 때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쇠창살에 접합시켜 오드잡을 감전사시킨다. 그리고 원자폭탄의 시한장치를 폭발 007초 전에 가까스로 멈추게 한다.
미국을 위기에서 구한 제임스 본드는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특별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하는데, 이때 푸시와 함께 특별기에 숨어있던 골드핑거는 특별기를 쿠바로 돌리려 한다. 제임스 본드와 골드핑거의 격투 중에 발사된 총알이 창문을 깨트려 골드핑거는 밖으로 빨려나가고, 추락하는 특별기에서 함께 탈출한 제임스 본드와 푸시가 달달한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제3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효과상을 수상하였고, 원작소설을 쓴 이언 플레밍은 애석하게도 개봉을 한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주제가는 가수 셜리 배시가 불렀는데, 그녀는 이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와 ‘문레이커’의 주제가도 불렀다.
이 영화가 007영화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한마디로 007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소구점(訴求點)을 정확히 찾아내어 영화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능이 갖춰진 본드카,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준수한 외모의 제임스 본드, 엄청난 스케일과 배포를 보여주는 악당, 본드에게 맥을 못 추는 섹시한 본드걸 등.
‘골드핑거’의 화려한 성공으로 명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된 가이 해밀턴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 ‘죽느냐 사느냐’(1973)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 등 4편의 007영화를 감독하여 큰 각광을 받았다. 그는 전작 감독인 테렌스 영의 스타일에 오락적인 요소를 더욱 가미하여 007영화를 재미있는 액션 어드벤처물로 만들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원자폭탄의 타이머가 007초 전에 멈춘 것은 그의 센스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제 본드걸 이야기를 해보자. ‘골드핑거’의 본드걸 하면 온몸에 황금이 칠해진 채 엎드려있는 미녀가 떠오를 것 같은데, 이 영화의 본드걸은 마지막에 본드와 키스를 하는 푸시이다. 그런데 푸시(pussy)는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고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속어이기도 한데 왜 이런 이름을 썼을까? 푸시 역을 맡은 아너 블랙맨은 1925년생으로 2020년 95세로 영면했다.
또 한 사람, 칼날이 달린 중절모를 날려대는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 오드잡 역을 맡은 해롤드 사카타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미국 역도선수로 출전하여 은메달을 획득하였고, 일본 프로레슬링의 아버지로 불리는 역도산을 프로레슬링계로 인도한 인물이다. 영화에서 이 사람을 굳이 한국인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본드카 ‘애스턴 마틴 DB5’가 201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경매에 나올 예정이란다. 소더비 측은 방탄유리와 내장 기관총, 천장을 열고 튕겨 오르는 조수석 등 13가지 첨단기능을 모두 복원한 이 본드카가 우리 돈으로 약 50~70억 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댓글 손에 땅을 쥐고 보았던 영화지요.^^
이 글 쓰느라 다시 봤는데, 요즘 봐도 재미가 있더군요.
와우!
왕우의 외팔이를 기억하시다니요!
진짜 머싯었슴다
나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성장과정에서 무협지를 젤 마니 본것 같어요 ㅎㅎ
드문드분 보는 영화지만 제임스본드 주연의 007 은 봤슴니더 ㅎㅎ
아, 그 시절에 무협영화를 좋아하고 무협지를 즐겨 읽은 여학생도 있었군요.ㅎㅎ
왕우는 그 당시 남학생들의 우상이었죠.
대학생이 되면서, 또 이소룡의 등장과 함께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죠.
007은 요즘 것보다 옛날 것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선머스마같은 여학생이었군요.^^
@여정 상당히 여성스러워 보였는데...
@월산거사 ㅎㅎㅎ
@여정 ㅎㅎㅎ
지도 금칠한 나신은 뚜렸이 기억되누만요!
탄탄한 체격은 콜프장의 케디역할로도 나왔든,
일본 배우로 기억이 되는데, 언제적 얘긴지 가물가물 하네요.ㅎㅎㅎ
피부에 온통 금칠을 하면 질식사한다네요.
그래도 금칠 한번 해봤으면...ㅎㅎㅎ
네, 골드핑거의 캐디역할을 하던 배우는 역도선수 출신으로 일본계 미국인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