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봉에 올라
봄방학이 진행 중인 이월 넷째 일요일이었다. 초등학교 관리자로 재직하는 대학 동기로부터 산행을 가자는 제의 받아 길을 나섰다. 그간 창원 근교 산자락을 오르거나 들길을 거닐었다. 동기는 예전 김해에도 근무한 적 있어 그쪽 산행지도에 관심이 많았다. 나도 몇 차례 다녀온 산들이 있지만 여태 가보지 않은 목적지를 언급했다. 나는 창원실내수영장 앞으로 나가 170번을 탔다.
동기는 시청광장을 지난 상남도서관 근처서 같은 버스에 올랐다. 휴일이라 그렇게 혼잡하지 않은 창원터널을 통과해 장유농협 앞으로 갔다. 김해 시내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 주촌 부경축산 앞에서 내렸다. 부산과 경남 일대 축산물을 도축 공급하는 대형 유통단지였다. 동기가 가고자 하는 산은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은 행선지였다. 동기는 인터넷에서 산행지도를 뽑아왔다.
산행 들머리를 찾기 위해 식당 주인과 길거리 행인에게 물어도 외지인이라 잘 몰랐다. 어떻게 양동리 고분군 안내표지판을 찾아내 인터넷에서 출력해온 사진과 대조하면서 실마리를 풀어갔다. 김해는 들판이나 골짜기 곳곳이 공장들이었다. 마을 앞 저수지를 지난 양동리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남향의 아늑한 마을도 시골 풍경은 찾을 길 없고 마을 입구는 온통 공장들로 뒤덮여 있었다.
산행 들머리를 찾아 어느 공장 건물을 돌아가니 묶여진 커다란 개 여러 마리들이 한꺼번에 짖어대 놀랐다.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 마을 뒤로 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걸으니 깊숙한 곳에 기도원과 사회복지시설이 나왔다. 단감나무과수원을 거쳐 산등선을 오르니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냈다. 냉정고개와 가까운 매봉산에서 이어진 등산로였다. 곳곳에 재선충 고사목이 보였다.
재선충 고사목을 자른 소나무 그루터기를 받침으로 해 동기가 가져온 곡차를 비웠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은 진영역이 있는 북향 산등선이다. 쉼터에서 일어나 산등선을 타고 가니 우리가 가려는 방향 이정표가 나왔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려져 용제봉에서 대암산을 거친 진례산성은 희미하게 보였다. 산 아래 진례공단도 잘 보이질 않았다. 앞으로 황새봉이고 오른편에 양동산성이었다.
낙엽활엽들이 우거진 산등선이었다. 지난해 가을 떨어진 가랑잎들이 수북했다. 산행객이 많이 다니질 않은 등산로는 겨울 가뭄에 바싹 마른 가랑잎들로 우리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서걱거렸다.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산등선을 타고 가다가 냉정고개에서 시작되었을 임도를 만났다. 볕이 바른 자리 여러 기 무덤들이 있고 앞으로도 무덤이 들어설 자리를 다듬어 놓은 곳도 있었다.
임도에서 다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아까 지도에서 본 황새봉이었다. 희뿌연 시야 속에 동쪽으로 아주 넓은 잔디밭이 보였다. 처음엔 공원묘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골프장이었다. 밀양출신 향토 기업인 박연차가 운영한다고 들은 바 있는 정산컨트리클럽이었다. 한때 정치권과 연루되어 곤욕을 치루고 지금은 베트남에서 축구감독 박항서 만큼이나 그곳에서 우상이 된 기업인이다.
황새봉에서 더 나아가니 이정표는 없었지만 갈림길이 나왔다. 그곳에서 내가 싸 간 보온도시락을 열어 점심을 들었다. 아까 남겨둔 곡차를 곁들였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했다. 오른쪽으로 가면 금음산과 낙원공원묘원이었다. 그곳은 동선이 멀었다. 우리는 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섰다. 골짜기는 그림 같은 전원택지가 들어서 있고 상록컨트리클럽엔 골퍼들이 보였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고지를 오르니 무릉산이었다. 같은 이름의 산이 함안 칠북에도 있다. 산등선을 넘어서다 아까 남겨둔 곡차를 마저 비웠다. 이제 우리가 내려설 하산 지점이 보였다. 근래 개통된 부산 외곽 고속도로와 기존의 국도도 보였다. 산비탈을 내려서니 휴일이라 가동을 멈춘 모터 제조 공장 뒤였다. 찻길로 나가니 빙그레공장이고 마산으로 가는 버스정류소이름도 빙그레였다. 18.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