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영국 조선소 건설을 위한 차관을 빌리러 갔을 때의 이야기다. 바클레이즈은행 고위 임원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에 큰 배를 만들 능력이 있느냐?’ 는 질문을 받은 정 회장은 당시 사용되던 오백원짜리 지폐를 꺼내, 500년 전 거북선을 만들었던 나라이니 지금 배를 만드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은행으로부터 4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차관을 빌릴 수 있었다. 저자인 최종학 교수는 이 일화의 뒷부분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어느 조그마한 나라이 지폐 속의 그림, CEO의 용기만을 보고 그 정도의 막대한 자금을 빌려줄 수 있을까? 당시 대화를 나누던 은행 부사장이 정회장에게 전공을 물었다고 한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정회장은 궁지에 몰릴 수 있었지만 “내 사업계획서를 봤느냐? 그 사업 계획서가 내 전공이다”고 이야기했다. 정회장이 철저한 준비성이 은행을 설득시키기 충분했던 것이다. 무모한 도전이 아닌 철저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다. | ‘숫자로 경영하라’고 한다면, 숫자만 보면 울렁증이 생긴다는 수포자 (수학을 포기한) 문과 출신들은 기업 경영도 포기해야 할까? ‘숫자로 경영하라’이 시리즈 5에서 최종학 교수는 숫자 이면에 담긴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법을 알려준다. 코카콜라를 따라잡은’펩시’ 와 나이키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프로스펙스’가 그 한 예다. 코커콜라의 콜라와 경쟁하는 대신에 펩시는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프리토레이 등 스포츠음료 등 다른 음료시장을 공략해 성공했고 프로스펙스는 ‘W브랜드’로 나이키와 유사한 신발이 아닌 독자적인 워킹화를 개발, 출시해 화려하게 부활 중이다. 기업경영은 전쟁터다. 전쟁터 에서 이기는 방법은 전면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쟁기업과 똑 같은 제품으로 이기려고 달려든다면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과 1대1로 대결하기보다, 돌아가는 방법으로 이기는 것이다. 내가 싸울 싸움터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 세계적인 경영학자다. 지은이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이번 ‘숫자로 경영하라’ 5권에는 특히 민감한 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고 밝힌다. 지은이는 정치계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으며 회계가 특별히 정치와 관련분야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고 한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일부 교수들의 행동 양상과는 달리 지은이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거나 잘 모르는 일을 아는 체(?)하면서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간 권력자나 권력기관들이 자신이 세운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계를 이용하는 일이 수차례 일어났다. 그런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 저항하고 비판하다 보니 결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글들을 계속해서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지은이는 토로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지은이 자신도 정치적 인물이 되어버린 듯하다고 自嘲하기도 한다. 2022년 연말연시에 CEO들이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다섯 권을 완독한다면 ‘훌륭한 경영자'로 발전하리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