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대책 만든 창도초등학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창도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출입구는 총 12개다. 정문·후문 등 교문 2개와 본관·별관 출입문 10개다. 어느 곳을 통과하든 '선생님'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CCTV 15대가 길목마다 설치되어 있는 까닭이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평균(6.4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다.수만 많은 게 아니다. 다른 학교는 CCTV 모니터를 숙직실·경비실 등에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학교는 교사 63명과 학생들로 온종일 북적대는 교무실에 세워뒀다. CCTV가 고장 나도 오가면서 '고장 났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아 먹통으로 방치되지 않는 구조다. 학교 형편상 모니터 전담요원을 따로 뽑지는 못했지만, 늘 교사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어 수상한 사람이 접근할 때 바로 알 수 있다.
- ▲ 서울 도봉구 창도초등학교 학부모 고은진(오른쪽)씨는 1학년 딸이 전자 학생증을 목에 걸고 교문을 통과할 때마다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학생증은 본관에 드나드는 전자키 역할도 한다. 창도초등학교는 오전 8시 30분~오후 3시 30분 사이에만 건물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그 외의 시간에는 본관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긴다. 학생증을 센서에 찍어야 열린다. 외부인이 분실된 학생증으로 '침입'을 시도해봤자 열리지 않는다.
학부모들의 부담은 '0원'이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대신, 교사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낸 덕분이다. 이 학교 주민철·박정래 교사가 각각 전자 출입문과 전자 학생증 아이디어를 내고, 도봉구청과 서울시교육청을 문의해 비용도 전액 지원받았다.
- ▲ 전자 학생증은 ‘전자키’ 역할도 한다. 5학년 단짝친구 김영민(오른쪽)·소찬우군이 본관 출입문 센서에 전자 학생증을 찍어서 출입문을 열고 있다. /이진한 기자
박 교사는 "맞벌이 가정 학부모가 특히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박 교사가 맡은 6학년 9반 학생 29명 가운데 엄마가 전업주부인 아이는 10명뿐이다.
교내 곳곳에 학교 주변 '안전지킴이 가게' 10여곳을 표시한 지도도 붙어 있었다.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면 도움을 청하도록 경찰이 지정한 점포들이다. 전수경(51) 교감은 "학교마다 안전지킴이 가게들이 있는데 교사도 학생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올 초 관할 경찰서에 '어느 가게가 안전지킴이 가게냐'고 문의해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했다.
전자 학생증을 목에 걸고 하교하던 6학년 정승민(13)·안진경(13)양이 "엄마가 '문자가 오니까 안심이 된다'고 좋아하신다"고 했다. 1학년 딸을 둔 고은진(36)씨는 "학교에서 아이들 안전에 신경 쓰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사설 경비업체 A사에 견적을 문의한 결과, 창도초등학교 같은 시스템(전자 출입문·학생증)을 갖추는 비용은 학교당 3148만원이었다. 1000개 학교가 공동 주문하면 2200만원까지 비용이 줄어들었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정부가 실현 가능성이 적은 '큰 대책'에만 치중하지 말고 현장의 아이디어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