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피치, 닉 혼비가 1992년 발표한 소설로 1997년 영화와 된 축구 팬들에겐 여전히 보아야 할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다. 소설에서는 아스날 팬인 주인공이 어린 시절 경기마다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방식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연애사가 첨가되어 과거 시제와 현재 시제를 번갈아가며 풀어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은 주인공 연애사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은 축구 팬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피버피치는 10년이 훌쩍 지난 영화이지만 여전히 많은 축구 팬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이다.)
주인공인 콜린 퍼스는 어려서부터 아스날 광팬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나온다. 그리고 루스 젬벨이라는 영어교사와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속옷마저 아스날 박스팬티를 입고 다니고, 경기가 있는 주말이면 데이트는 할 수 없는 콜린 퍼스와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 갈등은 콜린 퍼스의 주임교사 진급 탈락보다 아스날 우승이 어려워지는 것 중 아스날 문제를 더욱 크게 생각하자 절정에 다르게 된다.
(속옷마저 아스널 박스 팬티를 입고, 주말이면 경기장으로 향하는 콜린 퍼스로 인해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많다. 주말이면 홈 경기는 물론이고 지방 원정까지 가야 하는 탓에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하고, 평상시에도 구단 앰블럼이 박혀있는 각종 의류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면 제발 다른 옷 좀 입고 다니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행여 다툼이라도 일어난 상황에서 경기를 보고자 한다면 “축구야 나야?”라는 매우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방법을 여자친구마저 축구팬을 넘어 축구덕후 (이하 축덕) 으로 만드는 길이다. 그렇다면 어떡해 그녀를 축덕으로 만들 수 있을까?
1단계 한주 정도는 과감히 포기하여라.
한 경기 정도는 여자친구를 위해 과감히 경기를 포기하자. 이미 주말마다 경기장으로 향하느라 데이트는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당신 탓에 여자친구에게 축구는 증오 대상이다. 가끔은 도대체 마음속에 축구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지 여자친구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지 강한 의심을 품고 있는 그녀이다. 그런 그녀를 위해 한주 정도는 과감히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무리 경기 상황이 굼금하다 하더라도 마음을 비우고 그녀에게 충실하자. 단 그 다음주 데이트는 함께 축구장에 가자는 약속을 받아내도록 하자.
2단계 신중하게 경기를 선택하라.
무턱대고 아무 경기나 데리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그녀를 축구장으로 모시는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이다. 행여나 경기내용이 밀리고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축덕 본연에 모습을 보인다면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이왕이면 많은 골을 퍼부으며 함께 기뻐할 일이 많이 생길 수 있는 비교적 약체팀과의 경기를 선택하도록 하자. 그렇지 않다면 빅경기를 고르도록 하자. 수원과 서울간 슈퍼매치 같은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들은 여자친구에게 축구란 이런 종목이란 것을 크게 어필 할 수 있다. 조심할 것은 본인에 팀이 지더라도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 그녀는 아직 축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3단계 팀에 얼굴마담을 팔자.
대중적으로 노출된 인물들이 여자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외모이다.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많이 뛸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자연스레 몸 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몸짱이 얼굴마저 훈훈하다면? 여자친구는 관심을 보일 것이다. 백지훈. 임상협과 같은 선수들을 보고 설레지 않을 여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선수를 알려주고 관심을 끌도록 하자. 특히 수원 조지훈과 같이 2군 경기 위주로 나오며 간간히 1군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1군경기는 물론, 2군경기 마저 함께 하는 여자친구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선수들이 TOP같은 존재가 되고 나는 다방 커피 같은 존재가 된다 하더라도 참자. 그녀가 축덕이 되어야 나에 남은 축덕 생활도 편안해진다.
(백지훈과 임상협 같은 선수를 보고도 설레지 않는 여자는 거의 없을것이다.)
4단계 축구 이외의 즐거움을 알려주자.
3단계까지 왔다. 이제 거의 끝난 듯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바로 원정경기, 축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여자친구지만 단 이틀 혹은 하루만 존재하는 주말 휴일을 원정 경기에 쏟아 붓는 모습은 아직 이해할 수 없다. 고작 90분 축구 경기 하나 보고자 포항, 창원, 강릉, 심지어 제주도까지 다니는 당신은 그저 축구에 미쳐 있는 남자일 뿐이다. 지방원정 경기를 함께하고자 한다면 먼저 당일 여행을 제안하자. 그리고 경기가 있는 도시로 향하여 지역 맛집도 찾아가고 관광지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그리고 자연스레 축구장으로 향하자. 축구장에 도착한 그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면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라. 이미 여행으로 마음이 들뜬 그녀이기에 쉽게용서하고 넘어갈 확률이 높다.
이 4단계를 완벽히 소화한다면, 어느덧 여자친구는 나와 함께 축구에 열광하고 같은 팀을 지지하며 행복한 축덕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것이다. 피버피치 역시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루스 젬벨은 아스날에 호의적으로 변하였고, 이 주인공 커플은 속도위반으로 아이도 생기며(결코 사고 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그랬다는 것이지 여자친구를 축덕으로 만드는 것과 속도위반은 결코 상관이 없다. 자신들이 책임질 수 있는 행동까지만 하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준비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축구와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축덕들도 해피엔딩을 만들어 보자. 위 방법들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면 필자에게 위 방법들을 적용해볼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에 검증해보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첫댓글 일단 여자친구부터 .ㅠ
피파 더블 같이하는 여친이랑 커플 레플리카 맞춰입고 엘클라시코 직관하고싶다 ㅋㅋ
저네요
저도 일단 여자친구부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