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매일 나만의 속도, 나만의 호흡으로 하느님과 만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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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8/연중 제31주간 수요일/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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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14장 25-33절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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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먼저 알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뭐라도 일단 시작해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도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획을 좀 더 철저하게 세워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나중에 돌아보니 제가 저 자신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재능은 어느 정도인지, 나의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 재능과 체력으로 어떤 일을 얼마만큼 이룰 수 있는지 등 나 자신에 대한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곤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나’에게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내가 가진’ 만 명의 군사로 맞설 수 있는지를 먼저 계산합니다. ‘나’를 파악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기도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 하느님께 대한 나의 믿음의 깊이,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등 ‘나’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기도가 좋다더라, 신앙생활 이렇게 하면 된다더라’라는 남의 말에 너무 휩쓸릴 필요는 없습니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호흡으로 하느님과 관계 맺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신앙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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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알베르토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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