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섭취 제한, 헬리코박터 제균도 도움
장 내 염증성 매개체, 편두통 자극할 수 있어
<지난호에 이어서>
잘 체하는 것, 위장 기능과 편두통의 관계
환자분들 중에는 소화기 증상과 두통이 연속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의 경우 체하고 두통이 오기도 하고, 두통이 오고 체하기도 하고 체할 때 자주 토하기도 한다.
또 편두통에 오래 시달려오신 분들 중에는 IBS (Irritable Bowel Syndrome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에 식이 조절을 통해 편두통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기능의학에서 뇌와 장은 미주신경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뇌와 장은 Bidirectional relationship으로 뇌에 문제가 생기면 장에 문제가 생기며 장의 신호가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편두통과 위장관 질환과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편두통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셀리악병과 관계 있다는 연구가 있다. 또 밀가루 제한 식이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편두통 개선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염증과 관련해서는 장 내 염증성 매개체 (IL-1β, IL-6, TNF-α)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편두통을 자극할 수 있으며 장벽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림에서처럼 염증에 의해서 균형을 잃은 면역세포는 BBB를 통과하여 두뇌의 성상세포인 미세아교세포 및 마이엘린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장벽의 건강과 염증반응
장의 투과성의 증가로 소화가 덜된 고분자 상태의 물질이나 세균이 만든 독소인 LPS 및 세균 자체가 장 상피 세포 사이를 통해 들어오는 양이 증가하여 면역반응이나 염증반응이 생기게 된다.
이 염증 신호가 다른 장기로도 갈 수 있고, 침투한 물질에 대한 항체나 항원-항체 복합체가 관절통, 근통육,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섬유질을 장내 세균이 분해해서 단쇄 지방산 (short chain fatty acid)을 만들어내는데 SCFA는 에너지로도 쓰이고,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portal circulation을 우회해서 CNS에 전달되기도 한다. SCFA 중 하나인 부티레이트 (butyrate)는 뇌에서 세포 증식이나 분화를 자극하기도 하고, 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 신경성장인자), GDNF (Gial-derived neurotrophic factor 교세포 신경성장인자) 등의 발현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부티레이트는 NF-kB와 TNF-α를 억제함으로써 뇌에서 소염 효과를 나타내는데 기여할수있다고 한다.
자율신경계와 관련해서는 CNS가 교감 및 부교감 신경계를 통해 신경 내분비 펩타이드를 방출함으로써 장내 미생물총 조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심리적, 물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장내 세균총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된 cortisol은 장 투과성에 변화를 주고 이는 다시 뇌에 영향을 주게 된다.
편두통 환자에게 두드러지는 물질인 CGRP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SP (substance P),
VIP (Vasoactive intestinal polypeptide), NYP (Neuropeptide Y)와 같은 물질 역시 장내 세균에 대해 항균제 같은 역할을 하여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동물 모델에서 CGRP를 말초에 투여했더니 위산 분비가 억제되고, 췌장 효소 분비가 강력히 억제되었다고 한다 CGRP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물질이고 관련 편두통약으로 주사 CGRP 억제제 앰갤러티, 아조비 그리고 경구용 아큅타가 있다.
식사를 하면 십이지장 내 들어온 지방에 의해 CCK(Cholecystokinin)분비가 자극된다. CCK는 위 배출 시간을 지연시키고, 담즙 분비와 췌장 효소의 분비를 자극하고, 위산과 음식을 중화시키고, 소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뇌에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편두통 환자에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는 CGRP와 CCK가 위 배출 지연, 위산 분비 억제 작용이 있으므로 잘 체하는 편두통 환자의 증상에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약제제 중에서 잘 알려진 반하사심탕이 CCK를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 생약 중에서는 황금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평위산 계열, 육군자탕 계열의 약도 편두통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반하백출천마탕의 경우 '위장 기능 개선+담습 처리'를 목표로 한다. 편두통 환자의 증상 개선을 보조하기 위해서 식생활의 개선과 함께 만성적인 편두통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B군, 항산화 영양소 등의 공급 그리고 소화기계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편두통에 소화기계를 다스리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CGRP는 가려움과도 관련이 있다. 가바펜틴이 가려움증에 쓰이는데 그 기전이 CGRP를 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또 생약 중에서 만형자가 CGRP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그리고 만형자를 포함하는 방제 중에 청상견통탕(淸上?痛湯) 방제가 편두통에 아주 잘 듣는다. 필자는 청상견통탕을 비염에도, 피부에도 두루 썼었는데 30년 된 비염이 이 방제를 활용하여(이것만 쓰지는 않았고) 완치된 적도 있다. 아마도 여러가지 약리 및 방제의 원리에 의해서 상초에서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편두통과 위장장관의 관계를 현대적인 생리, 병리와 함께 살펴보았다. 조금 더 다양한 관련 방제들에 관해서 살펴보자.
소화기 이상을 동반한 편두통
구토, 소화불량, 속쓰림, 체력저하, 피로를 동반한 편두통에는 시호계지탕, 평위산, 이진탕, 오수유탕,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등이 활용된다. 여기에 어울리는 환자는 기본적으로 약하거나 약해진 체력 상태이며 몸살기운도 잘 느끼고, 여기저기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추위도 많이 타고 하복부는 항상 차갑거나 잘 뭉치거나 냉이 많이 나오기도 하며 손발도 많이 차갑고 생리통도 심하게 겪기도 한다. 평소에도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구역감이 있고 임신 중에 입덧을 매우 심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몸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혹은 생리주기와 연관되어 편두통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추위를 잘 타고 손, 발, 아랫배가 모두 차가운 여성은 위와 같은 처방들이 잘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시호계지탕이 걸맞는 편두통 환자는 긴장을 잘하고 불안, 걱정이 많고 감정이 예민하다. 산소공급 부전, 혈행이 좋지 않아서 손발 등의 말초가 차가울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하며, 소화기관의 불편함을 자주 호소하여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과민성대장 증상 등을 동반하며 여성의 경우 생리 전 증후군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설사 등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복부의 긴장감도 많다. 스트레스 긴장감이 심한 경우 구역감을 느끼기도 한다.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에는 붓기에 도움이 되는 목통이 들어있다. 따라서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이하 당사오)이 걸맞는 환자는 몸이 무겁고 부종이 잘 생기며 상열감이 많아 홍조가 심한경우도 있다.
또 당사오에는 따뜻하고 매우며 순환력이 강해 양기를 살리는 세신이 함유되어 있어서 수족냉증도 심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반면에 오수유탕증의 환자는 마르고 허약하고 핏기도 없고 어딘가 아파보이며 부종, 상열감, 홍조가 거의 없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