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부산시와 경남과 함께 지난 8일 부산 시티호텔에서 `2024년 부ㆍ울ㆍ경 초광역 경제동맹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실무회의는 성과 창출을 위한 문제해결과 아이디어 도출 등의 역할을 등 맡고 있다. 이번 실무회의는 지난 3월11일 열린 제2회 부ㆍ울ㆍ경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발표한 `부울경 핵심사업` 과제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할 수 있다.
지난 3월 회의 이후 부ㆍ울ㆍ경 초광역경제동맹이 세운 첫 기본계획은 `동북아 8대 경제권 육성`을 비전으로, 부ㆍ울ㆍ경 경제성장률 3%, 광역 출퇴근 1시간권, 시ㆍ도민 삶의 만족도 7.5점을 얻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69개 사업이 추진되며 오는 2027년까지 4조1천억원이 쓰인다.
최근 김포시의 서울편입 논란으로 불거진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국민적 화두(話頭)가 되면서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할 논리로 정치권에서 급부상한 것이 지방의 메가시티(초광역경제권)조성이다. 때마침 부ㆍ울ㆍ경의 초광역경제동맹체 출범이 알려지면서 부ㆍ울ㆍ경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체 사업추진이 높아진 관심만큼 면밀하지 못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식당이라면 적당히 재료 몇 가지 위에 양식만 몇 숟가락 섞어 손님상에 올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님도 처음에는 모른 척하다가도 다음부터는 실망을 드러내며 외면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 수고를 더한 끝에 준비한 음식만이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어야 만이 부ㆍ울ㆍ경 주민들이 만족할 것이다. 또한 진정한 초광역경제동맹로 구성원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싹틔우며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고전 성어처럼 그저 희망으로만 가득 찬 보여주기식 정책은 오히려 부ㆍ울ㆍ경 주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며 관심을 떠나게 만들 수 있다. 부ㆍ울ㆍ경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정책들을 개발하고 찾아내려는데 부ㆍ울ㆍ경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경제동맹체로써 확고한 지위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금처럼 `탑다운(Top-down)` 방식으론 부ㆍ울ㆍ경 3개 지자체가 목표로 하는 실질적 초광역 경제동맹체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바텀업(bottom-up)`으로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부ㆍ울ㆍ경 주민들은 이웃처럼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같은 지역 주민들이 갖는 소속감을 가지지는 않는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서로 같은 지역 사람으로 살라고 한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결국 부ㆍ울ㆍ경 행정부가 주도해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울산시가 쥐게 됐다. 어렵사리 다시 시작한 부ㆍ울ㆍ경 초광역 경제동맹체인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힘들더라도 울산시가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솔선수범해 이끄는 것이 옳다. 그래야 흐지부지될 뻔한 사업을 본 테이블로 다시 끌어올린 울산시의 체면도 서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