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예쁜 사랑초에게
겨울이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창밖은 차갑고, 바깥으로 나서는 일도 쉽지 않은 내게 베란다는 작은 세상과도 같다
그 베란다에 파스텔톤의 사랑초가 피어나면
나는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꽃이 귀한 겨울,
연하고 부드러운 빛깔의 사랑초는
우리 집 베란다를 환하게 밝혀준다.
차가운 계절 한가운데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
내 마음까지 포근하게 녹여주는 것 같다.
처음 사랑초를 알게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작은 구근 하나를 심어놓고
언제 싹이 올라올까,
언제 꽃을 보여줄까 기다리던 그 설렘.
마침내 처음 꽃이 피었을 때는
어찌나 예쁘던지,
그 순간 나는 사랑초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 뒤로 하나씩 종류를 늘려갔다.
예쁜 아이를 만나면 또 품에 들이고,
다른 빛깔의 꽃을 만나면 또 욕심을 냈다.
그렇게 사랑초를 하나둘 품다 보니
어느새 우리 베란다는 겨울이면
사랑초로 가득한 작은 꽃밭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자리를 마련할 수가 없어
조금 덜 예쁜 아이들을 정리해야 한다.
조금 덜 예쁘다는 이유로,
조금 덜 튼튼하다는 이유로,
더 예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누군가는 밖으로 밀려나야 한다.
문득 사람 사는 세상이 떠오른다.
더 예쁘고,
더 건강하고,
더 능력 있고,
더 빠르게 앞서가는 사람에게
더 많은 자리가 주어지는 세상.
나도 모르게 그 사회의 원리를
작은 베란다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나는 약한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조금 다르게 살고 싶었다.
조금 느린 사람도,
조금 부족한 사람도,
조금 덜 빛나는 사람도
그 모습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사랑했던 꽃에게
‘조금 덜 예쁘다’는 이유로
퇴출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사랑초를 정리하는 손끝이 자꾸만 조심스러워진다.
어쩌면 사랑초가 내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꽃도
꼭 가장 예뻐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작은 화분 하나를 다시 베란다 한쪽에 내려놓는다.
조금 덜 예뻐도 괜찮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꽃은 꽃인 것만으로 피어날 이유가 있고,
사람은 사람인 것만으로
존재할 이유가 있으니까.
아름다움은
남보다 더 예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품어주는 마음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첫댓글 금낭초님이 부탁해서 사랑초 심다 수필써봤네요^^
와우~~~
단숨에 읽었어요
읽는 내내 먹먹하고
흥분되고
귀한 수필 한편 선물받았네요
그래요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로 해요~~
지수님 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에요
종종 올려주셔요
마음이 정화되게요
9월 첫날
우울했던 마음이 싹 가시는 시간입니다
멋진 구월 맞이하세요
감사합니다 ^^
이젠 다 정리해버리고 1가지있네요
그 한가지가 어떤것일까 궁금해지네요 ㅎ
@지수네뜨락(서울) 주황색펴요 스테노린자?
@또리장군(군산) 아~스테노린차 꽃인심도 좋고 이쁘죠
저도
사랑초에 빠져 가지수가 많습니다
포기할수 없는
사랑스러운 사랑초들이죠,
맛점요 ~~~
그쵸 사랑에 빠져 헤어날수가 없어요
글솜씨가 아주 훌륭하시네요..
감사합니다 ^^
글도 예술
꽃사진도 예술입니다
감사합니다 ^^
지수님의 마음을 잘 보여주셨네요.
꽃은 꽃대로의 모습으로 이쁘고
사람은 사람 자체만으로 또 귀한 존재지요.
베란다의 사랑초들도
자주 보여 주세요~^^
고향이 영동이라 옥천은 가깝게 느껴져요ㅎ 네 그리할께요^^
나 스스로가 부족해서 줄을 세우는 세상이 싫컷만 저도 꽃을 보면 더 건강한놈으로 더 화사한놈으로 눈길이 가네요.
꽃을 키우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 월동 못하는 것들 들여놔야 되네요.
그래서 있는것들 중에 제일 좋은놈으루다 나눔 보내고 있답니다.
뜨락님의 솔직한 글 잘 읽었어요.^^
공간은 한계가 있고 키우고싶은건 더 많고 ~
많은데도 올해 10종류나 더 구입했으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솜씨도 좋으시고 꽃사랑도 이쁘세요
감사합니다 ^^
글솜씨에 꽃사랑이 넘치십니다
한편에 수필이네요
안심느다해도 꽃친구가 사랑초 10몇종 보내와 내일 심을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