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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염수 방류 규탄 결의문 읽다가... 강제 퇴장당한 시의원
조정훈입력 2023. 6. 30. 17:03
이경원 경산시의원, 의장 지시로 끌려내려가... "정부 눈치보기" - "동의 없이 과거 결의문 낭독"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지난 29일 경북 경산시의회에서 이경원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책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하던 도중 시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끌려 퇴장당하고 있다. |
ⓒ 경산인터넷뉴스 |
경북 경산시의회에서 한 시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경산시의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5분 발언을 하던 도중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29일 오전 경산시의회에서 열린 제247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경산시의 입장'이란 제목의 5분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오늘 이 5분 자유발언은 의장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다"며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신 내용은 제가 충분히 수용하겠다. 다만 자료화면으로 띄워 달라. 그러면 읽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했다"고 박순득 의장(국민의힘)과의 협의 내용을 언급했다.
5분 자유발언 내용 중 지난 2021년 박순득 의장이 발의해 경산시의원 전원이 서명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문'을 읽지 않는 대신 당시 시의원들이 규탄성명을 발표한 후 찍은 단체사진과 결의문을 화면으로 띄우기로 합의했다는 것.
그런데 5분 자유발언 직전 이 사진도 띄우지 못하게 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어 조현일 경산시장을 향해 "경산시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시민의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일 때"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경산시 자체적으로 방사능 안전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건의한다"며 "지금 당장 시스템 구축이 힘들더라도 의회와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어 선제적인 대책 마련과 예산 확보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에서 유통되는 수산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급식재료에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시민의 불안과 우려를 덜어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결의문 읽자 "뭐하는 거냐"... 본회의 아수라장
▲ 지난 2021년 경산시의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후 찍은 단체사진. |
ⓒ 이경원 |
이후 이 의원은 2021년 사진을 들어 보이며 "자료화면으로 띄우려 했던 내용은 2021년 결의문을 채택한 당시 사진과 자료였다"며 "그런데 시민들께 이 내용을 보여드릴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당시 결의문을 읽어드리고 발언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당시 결의문을 읽어내려가자 박순득 의장은 "이경원 의원님"이라고 부른 후 "마이크 끄세요"라고 지시헸다.
박 의장이 여러 차례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한 후에도 이 의원이 계속 읽어 내려가자 일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씨X, 뭐하는 거냐"고 고성을 질렀고 박 의장은 사무국 직원들에게 이 의원을 퇴정시키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 의원은 사무국 직원들에 이끌려 퇴장당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이 의원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발언권을 침해당했다'며 의장에게 항의하는 등 한동안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의원은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의장이 저를 강제로 퇴장시킨 것은 정치적 입장차로밖에 볼 수 없다"며 "2021년 본인이 직접 발의해서 시의원들이 모두 찬성한 결의문을 읽지 못하게 하는 건 소속 정당이 그때와 지금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졌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발의한 내용이 지금 알려지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당시의 내용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감추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무엇이 두려워 5분 자유발언을 막고 강제 퇴장조치까지 해야 했는지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친일 굴욕외교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를 의식해 4년마다 열리는 독도수호 결의대회를 포기한 경북도의회처럼 경산시의회도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일본의 이익과 윤석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순득 의장에 대해서도 "민의의 전당에서 야만적 행태를 보인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했다.
박순득 의장 "사전 동의 없이 공개, 소란 피워... 윤리자문위에 알아볼 것"
▲ 지난 29일 경북 경산시의회에서 이경원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책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하던 도중 시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끌려 퇴장당하고 있다. |
ⓒ 경산인터넷뉴스 |
반면 박 의장은 사전에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을 발언하려고 해 막았을 뿐이라며 이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오마이뉴스>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얼마든지 자기 입장을 얘기할 수는 있다"며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데 찬성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결의문은 내가 발의한 내용이고 이 의원이 결의문을 읽으려면 자신이 발의한 후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 내용은 빼라고 했다"며 "당시 사진도 초상권 문제도 있으니 사전에 동의를 구한 후 보여주든지 하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장은 "결의문을 낭독하는 것도 문제지만 본회의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 과연 징계 대상이 되는지 윤리자문위원회에 알아보도록 했다"며 "징계를 하라면 징계할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산시의원은 모두 15명으로 국민의힘 12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