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om!" 尹 영문 연설에 美 의회 환호… 56회 박수, 23회 기립박수
"거짓·선동이 민주주의 위협… 자유 함께 지켜낸 영웅들 영원히 기억하겠다" "절대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는 것… 북한에 분명하게 알려줘야" 윤 대통령, 美 상하원 합동 영어 연설… 44분간 46회 "자유·동맹"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찾아 상하원 합동연설의 핵심 키워드로 자유를 꼽았다. 거짓 정보와 허위 선동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미국 워싱턴DC 하원 본회의장에서 영어로 44분간 연설을 진행했다. 연설 제목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다.
현직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키워드로 윤 대통령은 자유를 꼽았다. 연설에서도 자유라는 단어가 46회나 언급됐다.
그는 한국전쟁을 거론하면서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언급을 하면서 직접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고 존 코니어스 의원, 고 샘 존슨 의원, 고 하워드 코블 의원과 찰스 랭걸 전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기도 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동맹의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70여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넘어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분야 혁신을 함께 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에는 자유 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인권 현실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대한민국과 공산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은 지금 분명히 비교되고 있다"면서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 유린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을 "힘에 의한 현상변경"이라면서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5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연설 동안 총 56회 박수를 쳤다. 기립 박수만 23번 나왔다./ 오승영 기자
******************************** “셀카 찍자”“사인해달라” 尹, 美의원들 요청에 퇴장에만 10여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한국 정상으로서 10년 만에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 가운데,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연설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퇴장하는 윤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의원들의 악수와 기념촬영, 사인 요청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단상에서 내려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만 10여 분이 걸렸을 정도였다. 연설에 대해 “끝내줬다”(extraordinary) “역사적 연설”(historic speech) 등의 평가가 미국 의원들 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나흘째인 이날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44분간 영어 연설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목을 포함해 연설동안 총 58번의 박수와 26번의 기립박수가 나왔다.
연설이 끝났을 때 많은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단상에서 내려오는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함께 셀카 촬영을 요청하는 의원도 있었고, 일부는 윤 대통령의 연설문 원고를 들이밀며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요청에 일일이 응하면서 윤 대통령의 의회 퇴장에 10여 분이 걸렸다.
이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연설 직후 에드 마키 상원의원 등 상하원 의원 30여명이 대통령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의원들은 ‘extraordinary’ ‘wonderful’ ‘beautiful’이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미 의원들의 호응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에서 이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윤 대통령의 연설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윤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한 친구”라며 “경제 협력과 방위에 대한 대한민국의 헌신은 양국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70여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과 자유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게시하며 “오늘 연설은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치 매코넬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연설 이후 윤 대통령과 함께 회담한 사진을 올리며 “양국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기뻤다”고 밝혔다.
지미 고메즈(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을 환영하고, (의회)호위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양국의 철통같은 유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덧붙였다.
패티 머레이(민주·워싱턴)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한국은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수십년 간 지속돼 온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의회에서 이 (한미 동맹)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연설을 듣게 돼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상원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설은 동아시아 안보의 기반이 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윤 대통령의 말씀처럼, 세계적인 갈등과 지역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긴밀한 경제관계와 민주주의 가치의 공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양국이 상호 안보와 번영을 위해 계속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제니퍼 매클렐런(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은 “미 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이번 연설은 한국과의 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실라 잭슨 리(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윤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합동회의 참석을 환영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직접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소감을 말하는 영상을 올리며 “저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지키고 있는 한국을 축하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용감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실비아 가르시아(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은 “대통령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미국 성조기와 태극기 사이 악수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헨리 쿠엘라(민주·텍사스)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연설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며, 저는 우리의 중요한 관계가 심화되길 고대한다”고 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한국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메시지는 매우 분명했다”며 “한미 동맹은 역대 가장 강력하고, 우리는 자유롭고 열려 있으며 평화로운 인도 태평양을 향한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헤일리 스티븐스(민주·미시간)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듣게 돼 영광”이라며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면서 민주주의, 경제 번영, 세계 평화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스탠튼(민주·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공동 위협에 대처하는 것에서부터 애리조나주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 투자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강력한 파트너십으로부터 많은 면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평화법안을 대표발의한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의원도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사진을 올리며 “저는 동북아의 공동 위협에 맞서기 위해 연대하고 함께 하자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했다.
단 베이컨(공화·네브래스카)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이 의회를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그(윤 대통령)는 연설에서 오늘날 한국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을 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했다.
마크 워커(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미국인에 대한 감사하는 연설을 듣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스콧 프랭클린(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이 10년 만에 미 의회에서 연설한 한국 정상”이라며 “윤 대통령이 양국의 70년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을 듣게 돼 영광스러웠고 앞으로도 동맹 강화를 위한 협력을 고대한다”고 했다.
글렌 그로트먼(공화·위스콘신) 하원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설을 위해 합동회의에 참석하게 돼 기뻤다”며 “우리는 함께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채빈 기자
"尹 연설, 홈런 쳤다"…김연아·MB 영어과외 美선생님 놀란 장면
"윤석열 대통령은 의회 연설로 홈런을 쳤다. 영어도 훌륭했다(excellent). 모든 것이 완벽했다(perfect)." 미국의 스피치 전문가인 테렌스 번스 T 번스 스포츠그룹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직후 보내온 이메일 일부다. 번스 대표는 전 세계 국가 지도자부터 왕족에 이르기까지, 국제회의 및 프레젠테이션에서 영어 스피치를 전문적으로 지도해온 인물이다. 그의 주 활동무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전 당시 한국을 위해 스피치 컨설팅을 해준 바 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부터 김연아 선수까지, 번스 대표의 족집게 과외를 받고 IOC 위원들 앞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평창은 강적 독일 뮌헨에 압승을 거뒀다. 당시 번스 대표는 영어 발음부터 연설 내용까지 깐깐하게 짚고 넘어가 유치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와 함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시 IOC 총회가 열렸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나승연 오라티오 대표는 28일 중앙일보에 "무엇보다 대통령의 여유와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며 "발음이 알아듣고 명확했으며 강조할 부분과 끊어 읽으면 좋은 부분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나승연 대표는 또 "영어 연설에선 표정 역시 중요한 데, 윤 대통령이 표정으로도 의미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호랑이 선생님', 번스 대표에겐 윤석열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의회 영어 연설은 어떻게 보였을까. 이메일을 보내니 즉답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윤석열 대통령 의회 연설, 우선 총평은.
A."스피치 전문가이기 전에 나도 미국인이다. 미국인으로서 연설을 들으며 자랑스러웠다. 미국 의회에 외국 지도자들이 한 수많은 연설을 리뷰했지만 이번 연설은 단연 돋보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 연설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홈런을 쳤다고 표현하고 싶다."
Q.연설의 톤 앤 매너는 어땠나.
A."목소리 톤에는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연설 속도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연설문을 그저 읽는 게 아니라, 때로는 자부심 때로는 겸허함과 같이 감정을 풍부히 녹인 점도 탁월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뭔 줄 아나? 유머였다. '내 이름은 들어본 적 없어도 BTS나 블랙핑크는 알 것'이라는 부분 등이 특히 좋았다. 수백명의 미국 의원을 마주하고 전 세계로 생방송이 되는 상황에서 외국어로 유머를 구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의원들이 단순한 의례적으로 기립박수를 치고 환호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감동하고 즐거워했다고 느꼈다."
Q.영어는 어땠나.
A."훌륭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어느 사람도 우려를 표할 이유가 없다. 그저 완벽했다(Just perfect)."
Q.'호랑이 선생님'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을 텐데.
A."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횟수가 살짝 과했다. (원고가 나오는) 텔레프롬프터를 보려고 한 것 같아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건 부수적인 것이고,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Q.연설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A."'로 앤 오더'와 같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미국 드라마와, 6ㆍ25 참전 용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훌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감정이 풍부히 녹아있었다는 점을 최고로 꼽고 싶다. 44분에 걸쳐 연설하는 윤 대통령을 보며 그가 얼마나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지 알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프로다(He's a pro). 미국 의원 중에서 젊은 세대들은 6ㆍ25와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로 그들에게도 훌륭한 공부가 되었으리라 본다. 나 역시 미국인의 한 사람이자, 6ㆍ25 참전용사의 아들로서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자부심을 느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한ㆍ미동맹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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