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와팁] 4박5일 3000km 서호주 로드트립 후기 (02)

[CloudNine]

1편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LxCT/251667?svc=cafeapp

출처 : 여성시대 CloudNine

# 3일차 (10/28)

호주의 새는 정말 크고, 험악하게 생겼다.
나중에 로트네스트 섬에서 새한테 몸빵 당했는데 내가 밀렸다. 어이없어...

아무튼 잘 자고 있는데 새가 정말 꿰엑꿰ㅔㅔㅔㅔ엑 거리고 울어댔다.
그래도 꿋꿋하게 자다가 알람소리에 다시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

옆집 캠핑카에 어린 아이들이 둘 있었는데 낚시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보기 좋았다.

오전인데도 씻고 오니까 이미 더웠다.

첫 캠핑이어서 그랬는지 느지막하게 준비했다.
열시반쯤에 캠핑장을 출발했고, 톰프라이스 시내에서 주유도 하고 샌드위치, 커피, 물, 음료 기타 등등을 샀다.

오전 열한시, 코랄베이로 출발했다.

톰프라이스 도시를 빠져나가는데에도 오프로드를 지나갔다. 웃기고 행복하고 자유로웠다.

잘 달리고 있는데 아이스백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안에 있던 김치가 넘쳤고.. 죽을맛이었다. 어찌됐든 뒷처리를 해야하니까 차를 세워두고 잠깐 밖에 나갔는데 바깥 온도가 42도였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는게 어떤건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대충 뒷처리를 하고 중간에 Nanutarra Roadhouse에서 주유하고 치킨 먹었다.

계속 달리면서 코랄베이에 있는 캠핑장을 알아봤는데 데이터는 커녕 안테나도 안터지는 곳이라 캠핑장 직원과 통화하다 끊어지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결제도 안되는 상황이라서 여섯시에 문닫는다는 얘기만 듣고 죽도록 밟았다.

캠핑장 도착하자마자 리셉션에 뛰어들어갔는데 5시 53분이었다.

캠핑장 직원에게 이름을 대고 계산하면서.
미안하다, 전화가 끊겼다고 했더니
노시그널이라고 이해한다고 그랬다.

모든 여행기간 중 숙소에 제일 빨리 들어간 날이 됐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1. 텐트 살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 텐트가 무용지물이 됐다.
2. 냄비, 가위, 집게 등 주방도구를 톰프라이스 캠핑장에 두고 온것. 뭘 해먹을 수가 없게 됐다.

결국 우린 집도 없고 먹을것도 없...
슈퍼는 6시에 문을 다 닫아서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슈퍼부터 들를 걸..

일단 바다 구경을 잠깐 하고 도로변을 따라 걷다가 보인 가게에서 양파튀김을 사먹었다. JMT.

24도여서 확실히 쌀쌀했다. 세시간 전에 42도였는데 24도라니... 어마어마한 일교차였다.

아, 화장실 앞에서 전날 종이호일 물어본 아주머니 또 만났다!!!!!!!!!
근데 아주머니가 베이킹페이퍼 어느 회사것인지 다시 한번 알려달라고 하셨고...
너네 어제 뽜이트 했냐고 지금은 괜찮냐고 ㅋㅋㅋㅋㅋ 물어보셨다.
언어는 안통해도 냉전 분위기가 느껴졌나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밤9시에 바베큐그릴에 종이호일 깔고 햇반이랑 김치 넣고 볶음밥 해먹고 은박접시에 라면 넣고 끓였다.

잠은 차에서 자기로 했다.

다행히도 밤새 비바람이 불어서 차는 개판이 됐지만 우린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혹시 죽을까봐 창문 살짝 열어놓고 잤다.



#4일차 (10/29)

아침에 일어났더니 차가 전염병 환자가 되어있었다. 오프로드의 흙먼지와 어설프게 떨어진 비바람 탓에 차의 상태가 심각했다.
바람이 조수석->운전석 방향으로 불어서 다행히 운전석 쪽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조수석 창문은 밖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더러웠다. 물티슈로 대충 앞좌석 유리창만 닦았다.

아침에 캠핑장에서 빨래를 돌렸다. 4달러쯤 했던 것 같다. (건조기비용 별도)


코랄베이 바닷물은 굉장히 맑고 깨끗했으며 고운 모래들이 반짝 거렸다.

이 날은 카나본이라는 도시에 있는 울워스에서 장 볼 예정이었다.
그래서 어김없이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

울워스에서 고기 새우 과일 가위 집게 기타 등등 먹을걸 사고 계속 달렸다.

칼바리 캠핑장에 여섯시 전까지 도착을 못할 것 같아서..
결국 캠핑장으로 내 카드번호를 메일로 보내서 결제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카드는 아직도 해외결제가 막혀있다. 불안해서 못풀겠다.)

이날도 완~~~전 늦게 들어갔다. 우리가 차에서 보는 마지막 석양이야....
이러고 아련탔는데 오산. 그 다음날도 어김없이 차에서 석양봤다.

캠핑장에 도착했을땐 이미 사방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편함에서 우리 이름이 적힌 봉투를 찾아서 확인을 한다음에,

주방부터 가서 고기랑 새우 구워먹고 쇠고기카레를 해먹었다.
언니가 인싸력을 발휘해서 남의집에서 냄비를 빌려왔다.
냄비 돌려줄때 라면 햇반 김을 함께 넣어 보냈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아마 그렇게 맛있는 카레는 못먹었을 거다.

캠핑장의 밤하늘은 별이 쏟아질 듯 했다.
핸드폰 카메라에 차마 담기지 않는 별들이 아름다웠다.
별자리 어플을 깔아서 남십자성도 찾아보고 오리온자리도 찾아봤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노력해도 북두칠성 말고는 별자리를 읽어보기 어려웠는데 한눈에 보여서 신기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차에서 기절했다.




# 5일차 (10/30)

여러모로 정신나간 날이었다.

오후 다섯시까지 퍼스 시내에 있는 렌트카 회사에 차를 반납해야 해서 일찍 출발했다.

오전 아홉시도 안돼서 칼바리 국립공원의 Nature Window 에 도착했다.
카리지니만큼 파리가 많아서, 나중에 사진들을 보니 파리가 얼굴에 점처럼 붙어있었다.

여기는 풍경사진보다 인물사진으로 찍어야 멋있게 나오는데.. 아마 사진 못찍는 내 핑계겠지...

국립공원 내 다른 관광지도 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돼서 그냥 출발했다.


한시간정도 달려서 Pink Lake 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호수를 내려다 봤을땐 굉장히 핑크핑크한 색이었는데 막상 물앞으로 다가가니 흐린 분홍색이었다.
우리 말고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있었고... 시끄러웠다.
여긴 10분 컷으로 발도장만 찍고 나왔다.

여기부터가 문제였다.
사실 Pink Lake 에서 화장실에 가고싶었는데 없어서 그냥 출발했었다. 그런데 가도가도 화장실은 커녕 주유소도 하나도 안보였다.

30분 가면 뭐라도 나오겠지, 조금 더 가면 나오겠지 하면서 갔는데 그게 나중에 보니 두시간..
그나마 내가 운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았던거지 아니었으면 당장 차 세우라고 하고 노상방뇨라도 했을 것..
영동고속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 넘어오면서 화장실 40분 참은 이후로 최악이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화장실 찾는걸 언니가 동영상으로 찍어놨는데 나중에 그거 가족들한테 보여줬더니 웃기다고 뒤집어지고.. 여행에서 남는 건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이었다.

그렇게 Leeman 이라는 도시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화장실을 갈 수 있었는데 해변가의 공중화장실이었다.

동영상을 보니 내가 차에서 내리며 "와~~~ 바다 겁네 이쁘다~~~~" 라고 했던데..

하얀 포말이 부셔져 반짝거리던 인도양은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어느공중화장실의고퀼뷰

공중화장실 답지 않게 화장실은 정말 깨끗했고 둘째날 최악의 화장실을 경험했던 언니는 다시 한 번 원통해했다.




그렇게 다시 달려서 피너클스에 도착했다.
여기는 아얘 드라이브 코스가 따로 있었고, 우리도 그 코스를 따라서 한바퀴 돌고 나왔다.

모래바람이 맨다리에 토닥토닥 부딪혔고 살짝 따갑기도 했다.

사진이 왜이렇게 숭한 것 같지..

음... 사실 피너클스는 생각했던 것 만큼의 그런 사막은 아니었다. 밤에 와서 은하수를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드는 정도...? 여기까지가 사실상 로드트립의 마지막 코스였는데 중간에 봐온 것에 비해 약한 느낌이기도 하고..


피너클스를 나오니 이미 네시였다.
한시간 안에 퍼스에 가는건 절대 무리였고, 차라리 늦은 시간까지 운영을 하는 공항에 차를 반납하고 싶었다.

결국 친절한 Wade 에게 연락을 했다.

Wade - 지금 위치가 어디야?
나 - 란셀린 근처야.
W - 란셀린에서 퍼스까지는 두시간 안에도 못가. 너희 숙소가 어디야?
나 - 프리멘틀이야. 오늘 공항에 차를 반납해도 될까?
W - 공항에서 프리멘틀은 너무 멀어. 내일 아침 열시 전까지 프리멘틀에 반납하면 오늘 밤에 공항에 반납하는 것과 요금이 같아.

Wade 의 말은 옳았다.

우리는 석양을 차에서 감상했을 뿐만 아니라, 익숙치 않았던 퍼스의 고속도로에서 몇번의 출구를 지나쳤으며, 밤 아홉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프리멘틀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식당이 문닫아서 아홉시반에 문열린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으니까.

그 사이에 주유소가 안보여서 계기판에 빨간불을 띄운채 삼십분 가까이 달렸던 사건도 있었다. 주행가능거리가 0km라고 찍히는데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

무사히 차를 반납함으로써 로드트립이 끝났다.

렌트카 할부는 아직 안끝났지만 ㅠㅠ


tip.
http://m.cafe.daum.net/subdued20club/LxCT/251669?svc=cafeapp

[2017년엔 비행중]

멋잇다 ㅠㅠㅠ

[새인생살자]

크 나도 퍼스 근처로 7일 오프로드 햌ㅅ는데 진짜 좋았어ㅠㅠㅠㅠㅠ 역시 호주는 서호주!

[삥뿌]

와ㅠㅠㅠ이런여행도 있구나

[얄라리얄리리셩]

사진으로도 힐링,,
또다른 차원의 여행같아 멋있어!!

[화끈한여싱]

오오 대박 고생많았어 ㅜㅜ

[호주]

우와 글만 읽어도 넘 행복하다... 여시 고생많았어!!

[영양제사라]

와 진짜 진짜 멋있다... 정말 멋져

[근복공]

서호주 진짜 자연이 너무 멋있지ㅠㅠㅠㅠ대박이야

[츕팝츕스]

와쩐다.. 나는 지금 골코에서 멜번까지 로드트립이라고는 뭐하지만... 그냥 지나가고 타즈매니아 일주일했는데 서호주가 짱이네 물론 타즈도 좋지만!! 서호주도 해보고싶다 ㅠㅠ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