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24일 현충원 개나리
<봄(春)의 유감(有感)>
혹독한 추위의 고개를 넘어 봄이 왔습니다.<인생도처유청산>이 아니라 <인생도처유홍화>(人生到處有紅花)입니다.
그것도 각양각색 꽃들이 거의 한꺼번에 피여 백화만발입니다. 동리마다 꽃잔치가 한창입니다.
그전에는 나무에 따라 꽃이 피는 순서가 대략 있었습니다. 산수유가 제일 먼저 피고,그다음 개나리가 노란꽃망울을
터트립니다. 다음은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진달래가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납니다.
화려한 벗꽃과 순결을 자랑하는 목련이 피는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순서가 깨지고 있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거의 동시다발(同時多發)로 핍니다. 어찌 보면, 식물들이 제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작년인가 아파트 담장밑을 지나다가, 아주 기분 좋은 향기가 언뜻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게 무슨 향기
지하며, 두리번거리다 담장을 위를 보았습니다. 뜻밖에도 거기에는 보라색 라이락꽃이 담장 너머로 얼굴을 살폿이
내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불현듯 셀폰(핸드폰)을 꺼내 날자를 확인했습니다. 그때는 분명 4월 하순이었습니다. 5월이 아니었습니다.
라이락이 <속도위반>을 한 것입니다. ^5월의 라이락꽃--^하는 유행가 가사도 있지 않습니까?. 라이락은 5월에 피는
것이 정석입니다.이전에는 정연한 자연의 질서(秩序)가 있었습니다. 그질서가 지금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는뜻하지 않게, 눈이 호강하는 시각적 포만감(飽滿感)을은 누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원인은 아열대화하
고 있는 기후변화에 있읍니다.그러나 우리는 그대가로, 좀 더디지만,차례로 꽃을 선물하던 봄을 잃어버린것 같습니
다.
앞내가에는 연두빛 수양버들,뒷동산에는 연분홍 진달래, 그리고 뒤뜰에는 수수한 살구꽃과 복사꽃(복숭아꽃)이 잇
다라 피던 봄은, 기후 변화에 변이(變異)를 이르키고 있습니다.옛날 한 시인은 이른 봄, 봄을 찾아 들로 산으로 돌아
다니다 집에 와서 <盡日尋春 不見春>(하루종일 봄을 찾아 헤맸으나 봄을 찾지 못했구나)라는 시구를 남겼습니다.
이 시인이 찾아 헤매던 봄은 우리가 어린시절 보고느꼈던 바로 그런 봄이 아니었을까요? 시내물의 어름장이 깨지고
버들강아지가 부푸러 오른던 봄이 아니었을 까요? 아니면 냇가 수양버들이 연두색을 띠고, 뒤울안 함박꽃이 새부리
같은,빠갛고 뾰죽한 새싺을 땅속에서 쏙 내미는 그런 봄이 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 오고 있는 봄은 한층 난만하고 화려한 봄입니다. 조금 있으면, 서울에는 각종 꽃을 안고 찾아
온 봄이 차고 넘칠겁니다. 서울 여의도, 양재천, 석촌 호수에서는 벗꽃이 절정을 구가(謳歌)할것입니다. 옛날에 보고
느 낀 그 소박한 봄은 지금 시골고향에 건재할까요?시내가에는 연두색 수양버들, 뒤동산에는 연분홍 진달래, 그리
고 뒤뜰에는 누님같이 수수한 살구꽃과 복사꽂이 피던, 그런 순박한 봄은 이제 보기 어려운 것일까요?
그 시골의 봄, 고향의 봄이 그립습니다.
이 시골띠기 귀와 눈에는 시골들판에서 지저기던 종달새 노래소리와 입마구리가 검푸른 보라색으로 물들 때까지 따
먹던 진달래의 맑은 향기가 나는듯 합니다. 오늘도 이 촌띠기 가슴에는 그 시골, 그 봄의 정경이 시냇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습니다.(펌글)
첫댓글 요즘 서달산 둘레길이나 현충원에 들어가보면 산수화,개나리,진달래,목련 등이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을 맺고 또 피고 있습니다.또 겨울에 앙상했던 가지에도 연두색 새싹이 트면서 서서히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수 있습니다. 좋은 계절에 가까운 숲길 찾아 산책도 하면서 그동안 움추렸던
체력을 회복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