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엔비에이 경기는
1996년 시애틀과 시카고의 파이널 5차전일듯 합니다.
가끔 심심하면 다시 꺼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슬램덩크 31권을 다시 읽는듯한 전~율이....
거만한 천재감독 조지칼이 이끄는 당시 소닉스 멤버는 화려했습니다.
수퍼스타 빅맨 션 켐프에, 엘리트 포인트가드 게리페이튼,
올스타 슈터 디트레프 슈렘프,
거기에 제이-지 입술처럼 두툼한 벤치의 물량 공세까지.
하지만, 96년의 소닉스는 이 남자의 팀이었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는 거의 나가지 못했지만
벤치에 앉아있는것만으로도 팬들과 팀동료들의
한없는 믿음을 받았던 포인트 가드.
백넘버 10번, 미스터 소닉, 바로 네이트 맥밀런이지요.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고생을 하던 말년이었지만,
그해의 파이널 씨리즈에서
맥밀런이 가끔 나타나 슛이라도 성공시킬때면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재능보다는 최선의 최선을 다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시애틀을 위해 싸워온 늙은병사의 마지막을,
그렇게 시애틀 시민들은 감사했고 또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맥밀런에게도, 시애틀은 단순한 직장 이상 이었습니다.
올스타에도 한번 뽑혀본적이 없는 네잇의 10번이
영구 결번되고, 네잇이 소닉스의 보조코치로 합류하게 되었을땐,
모든건 너무나 당연하게 흘러가는거 같았습니다.
시애틀을 떠난 미스터 소닉이란 비가 오지 않는 시애틀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켐프도, 페이튼도, 모두들 시애틀을 떠났을때도 네잇은 남았습니다.
많은 팬들에게, 네잇 맥밀런은 곧 시애틀 소닉스였던것이지요
그러한 네잇 맥밀런이 시애틀을 떠났습니다.
"이제 갈때가 된것을 느꼈다"고 말하면서요.
지리한 계약 협상, 그리고 마지막 해가 될때까지도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은
구단매니지먼트에게, 네잇은 느꼈던 겁니다.
팀이 기대에 못미치면 가장 먼저 내쳐지는건 감독이라는 걸요.
그 감독이 미스터 소닉일지라도 말입니다.
시애틀을 사랑했던것만큼, 네잇은 강제로 쫓겨가는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발로 떠난거지요.
언젠가 네잇 맥밀런이 시애틀의 감독자리에서 해고되는건,
팬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네잇 스스로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가 되었을테니까요.
농구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들을 지켜보기 위해
네잇 맥밀런이 얼마전 시애틀 고교 체육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네잇을 알아본 학부모 중 한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봐요 맥밀런, 앞으로도 시애틀에 자주 올거지요?"
"물론이죠"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맥밀런은 말합니다.
"여긴 내 집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가족입니다, 미스터 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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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시선:번역칼럼
시애틀을 떠난 미스터 소닉
라카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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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26 05:2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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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데 라카펠라 님 글 읽다 보면 꼭 시애틀이 고향같으시네요. 야구팀도 시애틀 좋아하시고, 항상 소닉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글 올리시고 말이죠. 시애틀과 무슨 인연이 있으신가봅니다.
시애틀에 계시죠;
맥밀란 형님..포틀랜드에서 맘고생이 심하십니다..T.T
어쩌면 포틀랜드에 간 것도 시애틀과 가장 가까운 도시라서 그런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시애틀애니언(?) 이시죠...그리고 포틀하고 시애틀하고 4시간 거리이니 진짜 그리 멀진 않네요...
도시를 배경으로 했던, 시애틀의 그 로고가 생각나네염. 그 로고가 뭐랄까, 참 낭만적이었는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는데...96 파이널에서 시애틀이 이겼던 두 게임은 모두 네이트가 풀 경기(?)를 뛰었던 게임이었던 걸로...
저도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96파이널서 시애틀이 이긴 경기에는 론하퍼가 제대로 못나와서 페이튼을 못잡은 게임이었던 걸로..(혼자만 96파이널MVP는 하퍼라고 생각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