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항공운송사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익은 지상 교통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이동 속도였다. 사람들은 불편한 좌석에서 시끄러운 소음을 들으면서도 오로지 빠른 이동을 위해 항공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나고 군용기 사업체들이 민간 항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행기와 항공사들이 대형화되자 승객들은 속도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현대와 같이 기내에서 식사와 휴식, 오락까지 제공하는 토털 항공운송사업은 1930년 5월 15일 보잉항공Boeing Air Transport이 최초로 여성 객실승무원을 탑승시키면서 시작되었다. 여기엔 다분히 여성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여객선이나 열차와 마찬가지로 여객기에도 초기부터 승무원이 탑승했지만 이들의 역할은 승객들의 탑승권을 확인하고 이착륙 중 좌석벨트를 매도록 하는 등 일반적인 탑승 안내 업무에 국한되어 있었다. 보잉항공이 여성 승무원을 탑승시키기 전까지 미국과 유럽의 여객기 승무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스튜어디스stewardess라고 불린 보잉의 여성 승무원들은 탑승권을 확인하고 비상장비 사용법을 안내하는 크루crew로서의 역할 외에도 비행 중 승객들에게 음료나 샌드위치 등을 서비스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항공운송사업이 단순히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노선에서 보잉의 항공권이 매진된 후에야 다른 항공사들의 좌석이 팔리기 시작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메리칸에어를 필두로 다른 항공사들도 앞다투어 신문에 스튜어디스 모집 공고를 냈다. 1936년이 되자 미국의 거의 모든 항공사는 스튜어디스를 탑승시켰다.
1930년대 미국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은 13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지원하려면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엄격한 외모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항공사들이 일반 노동자보다 상당히 높은 보수를 제시했기 때문에 스튜어디스의 모집 경쟁률은 매우 높았다. 1935년 12월 트랜스콘티넨탈과 웨스턴에어라인이 43명의 스튜어디스를 뽑는 신문 공고를 냈을 때 최종 응시자는 무려 2천 명이 넘었다.
항공사들이 간호사 자격증을 요구한 것은 당시 비행기의 여압시스템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 이착륙 중 중이통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비행 중 환자 발생으로 인한 회항 사례의 대부분이 간단한 응급처치로 목적지까지 계속 비행할 수 있었던 증상들이기 때문이었다. 전원이 간호사 출신이었던 보잉항공의 스튜어디스들은 비행 중 갑작스럽게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는 승객들을 능숙하게 보살폈고 비행 중 환자 발생으로 인한 회항률은 크게 줄어들었다.
초기 프로펠러 여객기는 이륙 중량의 제한이 컸기 때문에 내부 공간이 아주 좁았다. 당시의 스튜어디스들에게 엄격한 신체 규정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행 중 이들이 객실의 좁고 낮은 복도를 계속 오가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튜어디스 모집에 응시하려면 키는 163센티미터 이하에 체중은 53킬로그램을 넘을 수 없었고 반드시 미혼이어야 했다. 이러한 신체 규정은 1960년대 이후 B707과 같은 대형 제트여객기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항공사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이었다.
신체 규정과 함께 매력적인 외모는 스튜어디스로 선발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인권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항공사들은 여성성을 상품으로 내세우는 데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항공사들은 스튜어디스의 유니폼을 흰 장갑과 하이힐로 맞추고 신문과 TV 광고 전면에 일제히 승무원들의 여성성을 내세웠다.
1968년 이전까지 미국 항공사에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들은 결혼을 하거나 체중이 규정을 초과하면 즉시 해고되었다. 나이 제한도 있었는데, 미혼으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항공사에 따라 32세 또는 35세를 초과하면 더 이상 스튜어디스로 근무할 수 없었다.
이러한 비인권적 규정들은 1968년 미국의 평등고용위원회가 여성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단계적으로 폐지되었다. 1990년 미국의 대법원은 모든 항공사에 대해 여성의 결혼, 몸무게 등을 이유로 채용과 근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내 안전 요원으로서의 업무를 위해 필요한 시력이나 신장 등 성차별과 무관한 신체 조건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