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들을 기획해 온 나루아트센터(극장장 박평준)에서는 올 가을, 일반 관객들에게 다분히 낯선 음악 장르 중 하나였던 국악을 보다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소리의 향연이 마련될 예정이다. <가을, 퓨전 국악을 만나다>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는 오는 9월 6일(수) 오후 8시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퓨전 국악그룹 The 林[그림]의 콘서트로 시작된다.
퓨전 국악 :‘지루한 국악’이라는 편견을 넘어…
‘국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국악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장구 몇 번 두드려 보고 덩덩덕쿵덕, 선생님을 따라 구음 장단을 따라해 본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음악 역시 어쩌면 아는 만큼 들리는 것 아닐까? 요즘의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등 여러 악기들을 접해 볼 기회를 갖지만, 우리 전통 음악을 접할 기회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니 낯설고 생소할 수 밖에 없다. TV에서, 혹은 라디오에서 판소리나 가야금, 거문고 연주가 나오게 되면 ? 이 또한 흔치 않은 일이지만 - 몇 초도 듣지 않고 채널을 돌리게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01년, 퓨전 국악은 물론 창작 국악마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되던 당시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숲을 닮은 맑은 음악을 지향하며 결성된 국악 그룹 ‘The 林[그림]’은 거문고, 가야금, 해금, 대금, 단소 등을 전공한 젊은이들이 모여 각각의 음악적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피아노, 기타, 베이스, 퍼커션 등 서양 악기들과 조화를 이룬 음악 세계를 쌓아왔다. 2002년, ‘아침풍경’이라는 타이틀로 국악그룹 The 林[그림]은 첫 음반을 내놓는다. 김수철을 제외하고는 대중음악계에서 시도된 퓨전 국악은 팝음악의 질서 안에서 어색한 짜집기가 되거나 타악기 리듬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의 도전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국악을 지루하게 인식해 온 이들에게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서정적인 선율은 국악기 특유의 울림있는 음색으로 은근히 채워진다. 또 장구와 북 등 전통 타악기는 물론 과감하게 선택한 라틴 퍼커션과 여러 나라의 전통 타악기들로 만들어 내는 리듬은 국악 장단을 바탕으로 세계음악을 포용하는데, 조잡하거나 어색함 없이 신명나고 유쾌한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연을 닮은 소리, 그(The) 숲(林)에 가면…
9월 6일(수)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을 찾게 될 The 林[그림]의 실험과 도전은 무대, 방송, 음반 활동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EBS 스페이스, KBS 국악대제전 등 다양한 무대에서 소개된 바 있고 매 공연마다 극적인 요소, 퍼포먼스, 영상 등 새로운 장치와 함께 선보여 왔다. The 林[그림]은 작년 6월 ‘아시아의 에딘버러’로 불리는 ‘싱가포르 아트 마켓’의 오픈 공연에 참가했으며, 10월에는 뉴욕 링컨센터의 평화콘서트에서 그 진면목을 입증하며 국내외 음악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침풍경, 기억을 찾는 주문, 데자뷰, 에코, 파란 대문의 집, 그림찾기 등 그간의 공연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들의 소리와 놀이는 아침 햇살이 비추는 숲 속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기억으로 되살아나 주문처럼 메아리친다.
The 林[그림]은 이미 국내에서 선구적인 젊은 창작 집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근 부쩍 늘어난 젊은 퓨전 국악그룹 탄생에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어 왔다. 전통에서 출발하여 어느덧 모던한 모습을 하고 있는 The 林[그림]의 음악. 이들의 음악 속에는 전통과 모던이라는, 다분히 이질적일 것 같은 두 요소가 서로를 늘 자극하며 공존한다. 현재 콘서트 준비와 2집 음반 준비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The 林[그림]이 나루아트센터에서 선보일 단독 콘서트의 제목은 <그 숲에 가면>. 때로는 동화처럼, 때로는 판타지처럼, 때로는 연극처럼 소리의 향연을 무대 위에 펼쳐볼 예정이다. 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 음악을 포용하는 그들의 감미로운 음악은 자연을 닮아 있다. 늦은 여름, 가을의 문턱을 넘어 소리 바람이 시원한 그(the) 숲(林)으로 함께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