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여시들아!!!
시험을 마치고 가벼운 읽을꺼리나 고르자 해서 들어간 도서관에서 공지영의 이름을 보고 생각없이 빌린 책. 공지영은 알려지기로는 세번의 결혼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더 했다고 하더라. 이 여자는, 한 번 사랑을 하면,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불태워서 재가 될정도로 사랑을 한대. 정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면, 결혼까지 해버리는거야. 우리가 생각하는 집안과 집안과의 만남 결혼식, 사회적 인정 이런게 아니라 정말, 이여자는 진짜 사랑을 한대. 그래서, 정말 보수적인 우리 교수님도, 이 여자랑 한번
만나 술을 먹을 자리가 있었는데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하시더라구. 음, 그래서 공지영 소설을 한번 빌려봤어.
별로 연애소설이라고 해서 사랑 자체에 대해 얘기하는 책은 없는 것 같은데, 200페이지 남짓 되는 이 책은 정말, 올곧이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20대인 여시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지만, 음.. 사랑이 막 끝난 여자에게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그런 종류의 책이지! 암튼 난 읽고 재미도 있었고, 눈물도 많이 나더라구. 인상깊었던 구절만 채록해서 올리니까 보고 맘에들면, 얇아서 두어시간이면 읽을 정도의 책이야, 한번 읽어봐!
참고로, 결말은 해피엔딩이니까 걱정들 마시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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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 천지가 다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그것 자체도 사랑이 우리를 속이는 방식이라고 지희는 분석하곤 했었다. 그때 내 나이 스물둘, 유학생이 되면 공부를 하는 게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실은 외로움이라는 큰 적과 싸워야 한다는 것도, 게다가 누군가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되면 몸살처럼 늘 신열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몰랐던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과연
누군가를,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한 사람만을 사랑하려고 하는 바보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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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저한테 이런 좋은 친구를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요, 곁들여 좋은 남자도 주시면 안돼요?
나는 중얼거렸다.
어떤 남자냐면요, 눈매가 서늘하고, 시선은 따뜻하고 마음이 넓고 가슴은 튼튼한 그런 남자, 처음 보는 순간 내 시선을 얼어붙게 하는 그런... 너무 부드러운 눈보라 같아서... 망아지 같다고, 이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저는 실은 제가 순한 어린 양 같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저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아버리는 그런...
나는 기도를 멈추었다.
처음 우리가 사랑할때 준고 같은, 이라고 말할 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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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화 한 통은 해줄 수 있지 않았어?"
내가 인내심을 다해 천천히 물었다. 모든 것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해도 아직은 이 사태를 믿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희망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희망의 문을 낑낑거리며 내가 붙들고 있었던가. 나는 그렇게 온 존재의 힘을 다해 닫히려는 문을 붙들고 있는데 준고는 나를 외면한 채 태연히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쪽은 보지 않은 채,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었어, 하더니 식탁에 앉았다. 그가 나를 바라만 보았더라면, 그가 내 손을 잡아만 주었더라면 모든 일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나는 지금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토악질처럼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나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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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걸 바랬나봐. 감히 영원 같은 걸 갖고 싶었나봐. 변하지 않는 거 말이야. 단단하고 중심이 잡혀 있고, 반짝반짝 빛나고 한참 있다 돌아와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두 팔을 벌려 주는 그런 사랑. 변하지 않는 사랑... 같은거. 꿈꾸지 말아야 할 것을 꿈꾸고 말았나봐. 내가 너희 주인한테 물어봤는데... 처음 만나 너를 주고 나서 물었거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고. 어딘가에 그런 게 있다고 그 사람이 대답했어. 어딘가라고 말했는데 그게 그 사람 속에 있는 줄 알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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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며 나는 무너지듯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가 가는 날이다. 이 겨울 속에 나를 남겨두고 그 혼자 일본의 화사한 이노카시라 호숫가로 돌아가는 것 같은 서러운 생각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다시 일어서 보려고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스물아홉의 생을 통틀어 이토록 혼자라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준고와 헤어지던 무렵 내가 느꼈던 외로움은 분명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가 채워지지 않은 그런 외로움이었다. 그런 외로움은 내가 바라보고 있던 상대방의 가벼운 호의 하나로도 개선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새벽 얕은 잠에서 깨어나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말하자면 어떤 희망도 내포하지 못한 것 이었다. 모든 관계의 기대감은 사라지고 기억들만 존재하는 듯한... 생은 더 이상 내게 어떤 다정한 나날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 이 새벽이 그와 내가 같은 하늘에 있는 마지막 아침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서 준고에게 말해줘. 한국 여자들은 자기를 버리고 떠나가는 사람에게 빨간 진달래꽃을 뿌려 주는 사람들이라고... 그걸 밟으면서 가라고 뿌려 주는 사람들이라고...'
'후회하지 마. 부끄러워 하지도 마. 너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편이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는 사람들의 편이고, 행복한 사람들의 편이야... 왜냐하면 네 가슴은 사랑받았고 사랑했던 나날들의 꽃과 별과 바람이 가득할 테니까. 쓸쓸한 생은 많은 사람에게 그런 행복한 순간을 허용하지 않는데, 너는 한때 그것을 가졌어... 그건 사실 모든 것을 가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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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떨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번 심어진 사랑의 구근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조그만 싹을 내밀 것이다. 그런 구근의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 하늘 너머 있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갈 것들이, 그게 설사 내 마음이라 해도, 가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나면 안 된다고 천 번의 밤 동안 결심한다고 한들, 만날 것들이 만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이 우연한 재회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모든 꿈과 열망들을 먼 하늘에 풀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구름이 되고 소나기가 되고 부신 햇살이 되어 내게로 다시 올 때까지 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날이 올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싶었다. 그러니 이제 나는 또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이를 닦고 샤워를 하고 커피를 끓여 아침을 먹고 호숫가로 나아가 달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먼 하늘 위로 그를 실은 비행기가 날아가면 마음 속으로 말하고 싶었다.
준고, 준고...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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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구절 채록 뭔 문제 있으려나ㅠㅠ? 저작권이라던가 머 안되는거면 댓글 달아주세용.. ]
첫댓글 읽어봐야겟다!
....남자버전여자버전이렇게 나눠져있는거야?그럼..책이 총 2권이야!??!!?
고마워 언닛!
응 남자버전은 츠지히토나리씨꺼고 냉정과 열정사이도 다른 일본여작가랑 해서 남/녀 버전 따로 있음 나도 그분꺼 찾아서 읽어볼려구 ㅋㅋ
공지영 작가님 소설 중에서도 수필같ㅇ느 소설들이 좋더라.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난 널 응원할 것이다 이 책 개인적으로 좋아행ㅋㅋ
2222
사놓고 안읽은지 1년넘은거 같다 ㅋㅋㅋㅋ 남자편은 읽었고 개인적으로 남자편 읽고 좋아했던 츠지씨에게 굉장히 실망스러웠어 그때매 여자편도 안읽고 있곸ㅋㅋㅋㅋ
근데 글 올린거 보니까 쫌 땡긴닼ㅋㅋㅋㅋ
읽어봐야지...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나이거겁나감정이입하고봄....일본남자좋아했었거등ㅜㅜㅜㅜㅜㅜ
앗 나 이거 나오자마자 샀었어 ㅠㅠㅠㅠ
아직도 가끔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읽어보고있엉
아나이책넘좋아ㅠㅠ근데여자편은좀 너무감정적임
난 남여 둘다읽었는데 둘다읽는게 더 재미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서로 입장?마음? 그런게 잘 나타나있어서 궁금증이 해결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 문체, 공지영이랑 되게 비슷하당!
둘다읽어야이해되고공감감이거는ㅋㅋ
난 좀 별로였어.. 그 한일관계에 대한 미묘한 부분을 너무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느낌이 들어서....뿌웅- 차라리 그런거 없이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남녀에 대한 감정묘사쪽으로만 흘러갔으면 차라리 좋았을것 같다고 생각했옹...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였슴니당
아 고딩때 본건데 ㅠㅠ 정말 좋았어..이십대의 연애인가?이러면서 국제연애와 결혼을 꿈꿔찤ㅋㅋㅋㅋ
난 츠지히토나리버젼 더추천함 진짜 레알이야ㅜㅜ
난 여자꺼먼저읽었어!남자꺼가 있는지는 몰랐네..근데 난 민준씨가 불쌍했어..ㅠㅠㅠㅠㅠ난왜그런진몰라도 민준하고잘되길바랬거든...
재밌어 이거ㅋㅋㅋㅋㅋㅋㅋ 언니글 보니깐 다시읽고싶어진다.
남자편 여자편 어떤거 먼저 읽어야 하려나... 나 이제 막 헤어진지 일주일지났는데 채록된 부분들만 봐도 눈물난다 맞아..
음 둘중에뭘먼저읽어야하는지는 상관없어 상관없이 다 이해되는?? 근데 여자책 공지영책이 더감성적이라서 난더좋앗구더추천해ㅎㅎ근데여시 이별한지얼마안됏으면 이거읽고마니울지도몰라ㅜㅜ난 오래지낫는데도 눈물나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