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재명 방탄’ 소급입법까지...
‘허위사실 공표’ 처벌 못하게 法개정 추진
선거법 개정안 소급 적용 추진
민주당 일부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기 13일 전인 작년 8월 26일 이 대표 기소의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에는 부칙에 이미 기소된 사람 등에 대한 소급 적용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대표는 면소(免訴·기소 면제) 판결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처벌 면제용 방탄 법안’으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방송 ‘당원존 라이브’에 나온 이재명(왼쪽) 대표와 장경태 최고위원이 방송 중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명 유튜브
현행 선거법 250조 1항에는 후보자가 자신의 ‘행위’ ‘경력’ ‘재산’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이 대표의 경우,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과거 ‘행위’에 대해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작년 9월 8일 기소됐다.
그런데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대표 기소를 앞둔 작년 8월 26일 그 선거법 조항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친명계인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김의겸, 문진석, 박찬대, 서영교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자였다.
특히 장 의원은 개정안 부칙에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 법에 따른다’는 조항을 넣어 개정안의 효력이 소급 적용되도록 해 놨다. 선거법 전문인 한 법조인은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 처벌은 합헌이라고 헌재가 판단한 바 있다”며 “이 대표 기소 직전에 소급 적용 조항까지 넣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장경태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허위 사실 공표 대상 가운데 ‘행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면서 “위헌 시비를 없애기 위해 행위를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안위 검토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행안위 전문위원은 작년 11월 검토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250조 1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고, 대법원 판례도 해당 조항을 제한적 열거로 해석해 그 밖의 사항에 관해 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 개정안대로) ‘행위’를 삭제할 경우 처벌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검토 보고서에는 “중앙선관위도 이 개정안에 대해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내 정치 현실과 선거 문화를 감안할 때 허위 사실 공표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면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선관위가 지적했다는 것이다.
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나 그 가족의 출생지, 가족 관계, 신분, 직업, 경력 등, 재산, 행위, 소속 단체, 특정인·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처벌 대상 중 ‘행위’는 2000년 선거법 개정 때 추가됐다. 후보자 간 흑색 선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정의당 등 다른 군소 야당의 협조가 필요해 과연 민주당이 개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입법권 남용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개정안을 아무리 읽어봐도 ‘행위’를 삭제하겠다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