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귀걸이 부분을 확대한 모습
예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대작'들을
자세히 본 적 있으신가요.
대작을 실제로 볼 일도 많지 않고,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림을 분석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의외로 세기의 명작 속에는
'이상한' 디테일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알고나면 소름 돋는 그림 속 '디테일'도 있죠.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그림의 속살'를 유심히 들여다본
학자가 있습니다.
예술비평가이자 시인인
켈리 그로비에(kelly Grovier)는
2018년 11월 내놓은 책
<새로운 시각: 57작품으로 본 미술사>
( A New Way of Seeing
: The History of Art in 57 Works)를 통해
유명 작품 속의 숨겨진 코드를 탐구했는데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1665|위키피디아
그로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부터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까지 명작 속
디테일을 탐구해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사실
귀에 진주 귀걸이를 걸고 있지 않다고?
1665년 네덜란드 황금기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 불릴 만큼
유명한 작품입니다.
2006년 네덜란드 국민들은 이 작품을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기까지 했죠.
작품 제목처럼 이 그림을 볼 땐 우아한
진주 귀걸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소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어깨 너머로 시선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캔버스 바깥 쪽에 서 있는 사람을
응시하는 듯 보입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한 줄기 빛을 받은
소녀의 얼굴은 밝게 빛납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진주 귀걸이는
소녀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확대해서
자세히 본다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귀걸이는 소녀의 귀에 달려있지도 않습니다.
화가는 그저 하얀 염료를 묻힌 붓을
캔버스에 콕콕 찍었습니다.
귀걸이는 전체적인 윤곽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죠.
그로비에는 "사실 그림 속에서 귀걸이는
소녀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면서
"화가는 구(球)의 모양조차 갖추지 않은
하얀 점을 그려넣었지만,
그가 그린 '착시'는 그림을 보는 이에게
영롱한 진주 귀걸이를 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자는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키스> 작품의
디테일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키스> 속 여성의 옷에 그려진
'기하학적 무늬'를 탐구한 건데요.
클림트의 <키스> 속
여성을 감싼 드레스는 '피'였다고?
1907년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키스>는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입니다.
클림트가금박과 금색 물감을 사용했던
1907-1908년 ‘황금 시기(golden period)’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전통적인 회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두 연인의 얼굴은 전통적인 사실주의로 그렸는데,
의상과 배경은 기하학적인 무늬로 가득찼습니다.
클림트가 빈 대학 천장화로 그렸던
<의학> 일부분|위키피디아
1893년 초 클림트는 빈 대학 대강당에
천장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철학’, ‘의학’, ‘법학’을 주제로 하는
세 개의 패널에 대한 주문이었습니다.
클림트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천장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벌거벗은 사람들과 임신부,
무기력하고 병에 걸린 사람들 등
인생의 다양한 면모가 그림으로 표현됐죠.
대학 측은 클림트의 작품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결국 클림트는 작업 대금을 반환하고
그림을 돌려받기로 합니다.
(이후 <철학>은 클림트의 후원자
아우구스트 레데러가 소장했다가
2차 세계대전 때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클림트가 천장화를 그리던 시기 빈 대학에서는
혈액의 혈소판과 혈구에 대한
연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당시 빈 대학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사람의 혈액군(血液群)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란트슈타이너는 ABO식 혈액형을 발견,
수혈법을 확립했는데요.
의학계의 중요한 획을 그은 연구가 빈 대학에서
활발하게 논의됐고, 클림트 또한 자연스럽게
이러한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키스>속 여성을 감싸고 있는 드레스의 무늬는
마치 세균배양 접시를 연상케 합니다.
각각의 기하학적 무늬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의 모습을 닮아있죠.
그로비에는 "클림트는 마치 사랑에 빠진
여성의 영혼을 스캔하듯 혈액과 세포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면서
"<키스>는 클림트가 영원한 사랑에 대해 그린
‘빛나는 생물학 보고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윌리엄 터너의 <비, 증기, 그리고 속도-대 서부 철도>,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명작의 디테일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그로비에는 책 <새로운 시각: 57작품으로 본 미술사>
(A New Way of Seeing: The History
of Art in 57 Works)에 펼쳐보였습니다.
*한글 번역판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아티션
첫댓글 모든 작품은 작가의 평과는 달리
보든 이들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더군요~
화가들은 살아서는 힘들게..
죽어서는 가족 후세가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