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 명의 해외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의 남다른 선교적 열정은 분명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예(?) 이면에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와 한계로 곪아있는 선교계의 폐단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27~28일 양일간 진행하는 제13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은 한국 선교계의 폐단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공론화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한국 선교계의 폐단과 그 대안을 총 3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
▲KWMA가 27~28일 경기도 가평 생명의빛 예수마을에서 '한국 선교계의 폐단 분석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제13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을 진행한다. 사진은 한수아 선교사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뉴스미션 |
한국 선교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지나친 성장주의와 성과주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것이 한국선교를 소위 물량공세 위주의 ‘돈 선교’로 흐르게 했다는 것이다. 성장과 성과에 치우친 선교는 현지에서 한국선교사에 대한 기피와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현지교회들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성장, 빠른 성과 강조…현지교회와의 갈등으로“작년 봄 C국에서는 현지교회 목회자들이 한국선교사 ‘고 홈(Go home)’을 노골적으로 외쳤다. 이 여파로 C국의 한 신학교에서는 교수될 현지인이 ‘한국 선교사의 꼭두각시 노릇하기 싫다’며 말없이 학교를 떠났다. 현지인들이 한국선교사들은 돈으로 선교하면서 현지인 사역자를 종으로 취급하고, 사역자들 때문에 많은 후원비를 받으면서 적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한수아 선교사(MVP선교회 본부장)는 성과 내지 성장주의 그리고 이를 이루는 수단으로서의 ‘돈 선교’를 한국선교의 가장 큰 병폐로 꼽았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선교는 단기적으로 성장을 보여주는 성과주의 선교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가급적 빨리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돈 선교 혹은 물량선교로 이어진다는 것. 한 선교사는 “성과주의 선교는 현지인이 아닌 선교사나 후원교회를 만족시키는 선교가 되기 때문에 현지인과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P국 연합장로교회에서 선교협력을 담당하는 코비 팜 목사가 수년 전 한 국제선교잡지에 ‘세계선교재판소에 호소합니다’라는 글을 내면서 한국선교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선교사들이 이미 현지교회가 존재하고 있는 지역에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고, 기성교인들을 빼내가는 이른바 양도둑질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패트릭 존스턴 선교사도 열매에 대한 모교회의 요청을 한국선교의 위협요소로 꼽았다. 한 선교사에 따르면, 그는 한국교회의 빠른 성장이 선교사들에게 사역의 결과물을 신속하게 낼 필요가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줬고, 이는 승리주의, 잘못된 보고, 신속한 결과물을 위한 자금의 오용, 감정적인 압박감, 심지어 선교사로서의 실패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성장주의 및 성과주의는 현세적 성공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유교적이고 샤머니즘적인 전통 기반 위에서 1960년대 한국사회의 성장주의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영향, 그리고 미국식 자본주의적 기독교에 영향을 받아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돈 선교, 중복투자와 낭비 등 갖가지 부작용 초래 성장주의 및 성과주의적 선교 방식은 이른바 돈 선교, 물량주의 선교를 낳고 이는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구체적으로는 △연구하지 않는 선교 △건축 위주의 선교 △잘못된 영적 모델과 신학 전파 △개척선교 외면 △선교사의 학력 인플레이션 조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선교사는 “수적 성장을 강조하는 선교신학은 복음 전파에 있어서 하나님 말씀보다 자본주의 체제에 더 가까운 경쟁의식을 만들어내거나, 선교사들로 하여금 단순화시킨 복음, 즉 신앙의 깊은 영역을 배제시킨 메시지만을 전하도록 만든다”며 “성장이 늦고 성과를 빨리 내기 어려운 개척선교지역에는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WM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선교사 중에 일반선교 지역으로 나가는 선교사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은 증가세(31.89%, 331명)를 보였는데 이는 개척지역으로 가는 선교사 증가율(13.49%, 140명)의 2.3배를 넘는 수치였다.
선교사의 학력 문제는 스팩을 중시하는 한국사회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 선교사는 “요즘 선교사들이 선교학 학위를 따느라 선교지를 떠나는 일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위가 있어야 선교계에서 인정되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역은 단연 ‘재정조달’이다. 선교재정이 주로 한국 모교회에서 조달되다보니, 선교단체의 검토 없이 선교사와 개교회의 협의로 이뤄지는 선교 프로젝트가 많아지게 되고, 이는 재정 사용에 대한 검증과 감독을 어렵게 해 중복투자와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한 선교사의 진단이다.
그는 “파키스탄에 가면 강남의 어느 교회가 4억을 들여 만든 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선교사가 중간에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간 후, 지금 그 장소는 현지에서 닭장으로 쓰이고 있다”며 “C국의 경우 예배당을 가진 교회의 50%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보고가 수년 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교사가 건물을 자기소유화 해서 선교사의 왕국을 만들고 심지어 선교 세습이 일어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협의체 구조의 리더십, 강제력 있는 제도 등 필요해 이러한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강제력 있는 제도와 시스템, 교단과 선교단체들의 긴밀한 연대, 개척지역으로의 선교사 배치, 선교교육의 강화 등이 시급히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선교사는 “선교정책의 강제력을 실행할 조직, 조직을 견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며 “KWMA의 회원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비교적 장기적인 리더십 체제를 구축하고, 회원단체들의 협약을 감독할 제도를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특히 교단선교부, 대형선교단체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선교 생태계를 건전하게 살려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회자 위주의 파송에서 벗어나 전문인 선교사 파송을 활성화하고, 복음의 본질을 강조하는 선교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