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0일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 공연을 감상하였다.
1시부터 6시까지의 수업을 힘겹게 듣고 수업의 연장으로, 감상문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별 기대 없이 간 음악회. 국립 극장에서 한다고 해서 그 곳에 대해 가보지 않고 들어보기만 한 나는 커다란 무대에서 하는 웅장한 공연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조금한 무대여서 실망을 하여, 피곤한데 음악이나 들으면서 한 숨 잘까 라는 생각도 하였으나 그 생각도 잠시였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새하얀 옷을 입은 해금연주가 강은일 씨가 나왔다.
나는 해금을 본 적이 없었고 단지 이번 시험문제에 나와서 알게 된, 해금이 2줄이라는 것밖에 몰랐기에 해금을 보고 무척 신기하였다. '분노'는 주로 계이름 '라'로 연주가 되었는데 꼭 파리가 귀에 맴도는 소리 같이 들렸다. 연주를 하다가 소리가 안 들린 부분이 있었는데 그 때 자세히 보니 소리는 안 들려도 손의 떨림이 보여서 무척 멋있었고 인상 깊었다.
'서커스'는 팜플렛에 나온 설명 그대로 바람소리와 공중그네, 삐에로의 외발 자전거, 아슬아슬 줄타기, 극한의 긴장, 극한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느 악기인지는 모르지만 각각이 모여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져 신이 났다. 앞 곡과는 다른 해금의 멜로디가 멋있었다.
아시의 전통 음악 합주의 '고향의 봄'에서 처음 연주한 악기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소리가 무척 맑고 예뻤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이 모여 조화가 되었다. 크고 웅장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마두금의 소리가 멋있었다.
'필리핀 민요'는 단순한 멜로디에서 멋진 화음으로 연주가 되어 인상 깊었고 '베트남 민요'는 흥에 겨워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면서 보는 내가 더욱 신이 났었다.
'미얀마' 사람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실제 새들이 깊은 숲과 산봉우리를 날아다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한 악기로 하는 표현이 꼭 2가지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한 악기로 저런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지에 놀랐고, 하프 같이 생긴 악기를 양손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의 엄청난 손놀림에 또 한 번 놀랐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연주에서는 단 보를 실뜨기하는 것 같이 연주하여 신기하였고 높고 맑으며 청량한 소리가 났다.
'필리핀' 사람들의 연주는 두 남자가 나와 반둘리야와 옥타비나라는 악기를 연주하였다. 기타처럼 생긴 악기였는데 부드러운 음색이 정말 정열적이었다.
‘몽골’ 사람들의 연주에서는 여칭과 마두금이 특히 눈에 띄었다. 실로폰 같이 생긴 건반을 살짝 치는 것 같은데 깊은 소리가 나며, 가만히 앉아서 움직임이 별로 없는데도 손놀림은 현란한.. 풍부하고 웅장하며 정확한 소리에 나는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초원의 첼로라는 마두금. 세계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마두금의 깊고 조금은 낮은 듯한 그 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소리여서 이 악기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첼로를 배워서 그런지 정말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이 되어 이 마두금을 꼭 한번 배워서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룹 ‘The林’(그림)의 연주가 시작되고-
드럼과 건반과 전통악기가 어울리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조화에 환상적인 소리가 났다. 해금소리는 국악의 이해 수업 시간에 들어서 익숙했지만 색다른 면도 듣게 되어 멋있었고 태평소는 무척 힘찼다. 꽹과리를 치는 부분에서는 사물놀이가 생각되어 흥이 났고, 악기들이 제각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름다웠다.
‘날으는 밤나무’를 들을 때에는 조용한 음악만을 연주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가야금도 신나게 연주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척이나 흥겨운 장단에 나도 모르게 발을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 같이 보였지만 모두들 손과 발이 움직여졌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정말 맑은 피리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 곡을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음악에 흠뻑 취했었다.
그냥 ‘악기 연주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음악회를 가서 처음 세팅된 무대만을 보고 실망했던 내가 부끄러울 만큼 무대도 그렇고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연주자들의 몸 움직임이 딱딱 맞아떨어져서 보는 내내 더욱 흥이 났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하는 음악 연주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고등학교 때 기악 발표회 한 것도 떠오르면서 역시 음악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의 음악 연주를 듣고 그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그 나라와 그 악기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지만 아름다운 조화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21년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고 사전 지식을 가지고 연주를 감상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국악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악을 이론적으로 몰라도 가슴으로 느끼고 귀와 눈으로 듣고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 된 것 같아서 무척 뿌듯하였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떠오르는, 잊혀지지 않는 선율들.. 26일 공연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첫댓글 어제 늦도록 카페에 있었던것 같던데 정말 고생많았고, 26일 공연은 걱정않해도 될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