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머리로 가는 버스 안에서 대간거사님이, 올해 26주 중에 토요일에 비온 날이 14주 라고 하셨다. 찾아보니 서울은 7주 연속 토요일에 비가 내린다. (어느 해에는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만 다행히 비가 안오거나 작게 온 기억이 한번 있다.) 장마철 산행은 으례 맘 편히 비맞는게 상책이다. 지난주 꽤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폭우에는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오늘도 각오하고 간다.
들머리인 흥정계곡 인근에 도착하여, 팬션단지 어느 조그만 다리에서 시작한다. 임도따라 걷다 왼쪽 급한 사면으로 오른다. 더위가 습기로 인해 이내 몸은 푸욱 젖는다. 비 맞은 것 처럼. 계속된는 급한 오르막 사면으로 뒤로 처진다. 그리고 자주 쉰다. 앞선 팀원들도 계속 가시거리에 있는 것을 보니 다들 더위와 습기에 녹아나고 있는 중이다. 먼 하늘을 보니 큰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다.
비옷이나 비바지를 입은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벗어재낀다. 여름 습기에 장사없다.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차라리 비가 내리는 것이 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쳐갈때 쯤, 자그마한 더덕을 발견한다. 예쁘고 자그맣다. 그냥 지나쳐 간다.
오늘은 이런 저린 일들로 인해, 7명 만이 진행한다. 인원이 너무 없어서인지, 산행만 하던 신가이버 대장이 왠일로 사면을 누비고 있다. 썩 어울리지는 않네!
오르면서 자주 쉰다. 특히 오랜만에 나온 자연님이 힘들어 한다. 땀이 너무 흘러 고글도 못 쓰고, 연신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치다 보니, 피부는 부풀어 오른다.
무불은 땀으로 더 젖을 곳이 없을 만큼, 땀을 줄줄 흘리고 다닌다. 3주전 벌레 물린 곳이 너무 가려고 딱지 긁으니, 피도 흐른다. 줄줄. 가져온 벌레퇴치제를 연신 뿌려댄다. 오늘은 한방도 물리지 않으리라.
정신 없이 올라, 편편한 곳에 자리펴고 밥먹는다. 생오리고기 굽는다. 새로 장만한 티타늄 팬은 타기만 타고 맛있게 구워지지 않는다. 무게만 생각하고 구매했더니, 큰 효용은 없다. 작은 무쇠 팬을 준비해야겠다.
1075봉을 지나자 자연님이 중포 하산을 선언한다. 여러 일들과 사정으로 컨디션이 안좋아 계속 쥐가나고 근육이 떨린다고. 무불을 하산 파트너로 콕 집는다. 거부하지는 않는다. 거불하면 안되고. 몸은 힘들지만 저 멀리 태기산에 널려져 있는 풍력발전 단지의 개활지를 걸어 보고 싶은 나는 내심 실망이 컸다. 오지 신입시절 항상 후미에서 자연님 버들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던 무불이었다. 길 잃어 버릴까 소리치면 기다려 주고, 힘들면 핑계 삼아 자연님 따라 졸졸 하산하던 경우도 허다했다. 요즘은 해마님도 안나오니, 어쩔수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가자. 신가이버대장님과 대간거사님이 종이지도와 오룩스지도를 보여주며 길 잃지 않게 신신당부 한다. 계곡으만 빠지지 않으면 된다.
아~~ 해마형이 없어서 그래 해마가. 해마님 빨리 오지로 돌아오소서!
팀원들은 태기산을 향해 출발하고, 자연님과 난 봉우리 그늘에서 한참을 떠든다. 신기한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역시나 시간이 흐르니 벌레들이 꼬이고, 연신 퇴치제 뿌리다 지쳐 일어선다. 배낭에 진드기 보여 팍팍 털어낸다.
바로 앞 능선잡아 적당한 길이로 내린다. 가끔 오룩스지도보며 몇번을 확인한다. 대간거사님의 신신당부도 있고 해서, 철처히 안내해 주신 길 따른다. 가끔 자연님은 더 편한길로 내리려 하였으나 극구 말린다. 혹시나 길 잃어 버리면 오지 10년 차 체면이 말이 아니기에.
쭉쭉 내리니 계곡물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하산지점 오차 없이 정확이 내린다.
임도따라 걷다 적당한 곳 찾아 계곡에 발 담근다. 시릴 정도로 차다.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으려 천천히 주위 둘러보며 하산한다. 오늘 아침 출발한 자리로 원점 회귀하니 오지버스가 보인다. 시간은 3시 40분이라 두메님 쉼에 혹시 방해가 될까하여 인근에서 가방 내리고 쉬고 있으니, 두메님이 슬리퍼신고 나오신다. 땀에 젖은 옷과 양말 말리고, 음악들으며 소백님이 지원해 주신 기프트카드 사용등록을 했다. 지난번 사용하려다 실패하여, 이번주에 사용해 보려한다. 오늘 연신 벌레약을 뿌렸음에도 불구 하고, 오른쪽 가슴 위에 분어있는 진드기를 떼어냈다. 그리고 오른쪽 뒷 목과 어깨어서 새로 벌레물린이 있나보다. 가볍고 벌써 진물이 흐른다. 챙겨온 물파스 연신 바른다. 제발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온 몸이 벌레물림으로 인해 발진과 딱지로 너덜 너덜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들 하산소리가 들린다. 태기산 입구에서 무더위로 지쳐 시간 맞추어 내기가 힘들어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내심 반갑다. ㅎㅎ. 다음에 같이 갑시다.
오지버스는 먼길 돌고 돌아 홍천으로 향한다. 목욕하고 편안한 곳에서 식사한다.
소백님 지원해 주신 기프트카드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벌레물린 곳에서 진물이 흘러, 베개커퍼가 더러워졌다. 지금 이순간에도 뒷목에는 노란 진물이 흘렀다 말랐다를 반복한다. 에궁 내일은 병원에 가야지.
첫댓글 땀을 많이 흘리면 채력소모가 두배로 힘든데
무더운 날씨에 수고 많았습니다.
더운 날이었습니다.
산행에서는 중도 탈출도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네. 정말 큰 용기였습니다.